내맘대로 세계사/해외문화 산책 26

중국판 ‘프로듀스 101’ 출연한 중페이페이의 ‘외롭지 않은 싸움’

중국 광저우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흑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와 외신들을 통해 퍼지고 중국 안팎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자 15일 맥도날드 중국법인은 이 매장을 폐쇄하고 공식 사과 성명을 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해외 역유입’이 늘어나면서 애꿎게도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아프리카계를 상대로 혐오공격에 가까운 인종차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저우는 아프리카계가 많이 사는 곳인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빌려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임의로 격리당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들이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낙인찍기와 차별에 항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부른 인종차별 논란은 연예계로도..

화장지 사러 가는 벨, 코로나 랩소디...봇물 터진 ‘코로나19 패러디’

프랑스의 시골마을. 바구니를 든 아가씨가 집을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온 마을이 록다운(봉쇄)됐네.” 이웃들이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외친다. “집에 머물러!” 그리고 전염병에 감염된 마을 사람의 소식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의 한 장면이다. 물론 ‘진짜’가 아닌 패러디다. 미국 디즈니가 1991년 만든 는 세계적인 히트를 넘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017년에는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주연한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난달 유튜브에 원작 애니메이션의 ‘코로나19 버전’이 등장했다. 바구니를 들고 마을 거리를 걸으며 ‘록다운’을 노래하는 여성은 주인공 ‘벨’이다. 왜 자가격리를 하지 않느냐며 ‘거리 두기’를 하라고 간청하는 이웃을 향해 “저는 아프지 않아요”라고 답하며 걸어가는 벨. 이어지는..

코로나 ‘집콕’ 아이들 달래주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J.K.롤링이 이달 초 웹사이트를 새로 열었다. 사이트의 이름은 ‘해리 포터 앳 홈’,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해리포터 ‘집콕’ 버전이다. 롤링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꼼짝할 수 없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겐 아이들을 재미있게 만들어줄 마법이 조금 필요하다”고 적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아이들을 맞는다. ‘내게 맞는 기숙사 찾아보기’를 비롯해 해리 포터에 대한 언론 기사, 퀴즈, 게임, 영상들이 준비돼 있다. 시리즈 1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오디오북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아마존 오디오북 ‘오더블’과 제휴, 무료로 풀었기 때문이다. 롤링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지만, 시리즈가 성공하기 전에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코로나 시대, 발코니에 울린 '저항의 노래'

문화예술계에 이런 한파는 없었을 것이다. 거의 전 세계에서 문화, 예술, 스포츠 행사들이 올스톱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삶 속의 문화를 지켜나간다. 그 최전선은 발코니다. 극장이나 콘서트홀에 갈 수는 없어도 발코니를 무대 삼아 사람들은 안부를 전하고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유럽과 남미 등으로 퍼져간 ‘발코니의 아리아’들은 코로나19 시대를 비춰주는 빛이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온 스페인에선 지난 18일 밤(현지시간) 시민 수천명이 발코니에서 냄비 시위를 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2014년 퇴위한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재임 시절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억 유로를 몰래 받았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아들 펠..

북페어 미뤄지고 박물관 문 닫고...할리우드까지 '코로나19 타격'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이 현실화되자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설들에게는 비상경보가 울렸다. 프랑스 정부는 5000명 이상이 모이는 실내 행사를 금지시켰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대규모 이벤트를 중단시키거나 미루게 했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예술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루브르를 찾은 사람은 960만명에 이르렀고, 그 중 4분의3이 외국인이었다. 이튿날 박물관은 다시 개장했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는 장막이 드리워졌다. 평소 사람들이 몹시 붐비는 이 전시실에는 경비 직원들을 두지 않는 것으로 박물관과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파리 북페어도 연기됐다. 12~15일 열..

농가 부엌에서 발견된 치마부에의 작품

프랑스 파리 북쪽에 있는 소도시 콩피에뉴의 한 농가에서 2019년 9월 그림 한 점이 발견됐다. 이곳에 살던 90세 할머니는 집안에 전해오던 ‘오래된 러시아 성화(聖畵)’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사를 하기 전 집안 물건들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알아보려고 경매사에게 감정을 부탁했다. 할머니 집을 찾아간 경매사 필로메네 볼프는 다행히도 예술품 보는 안목이 있었고, 화로 위에 걸려 있던 그림의 진가를 알아봤다. 자칫 쓰레기로 버려졌을 수도 있었던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 치마부에의 ‘조롱당하는 예수’가 세상에 다시 나타나게 된 경위다. 13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한 치마부에는 비잔틴과 르네상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화가다. 그의 작품들은 정교하고 도식적인 비잔틴 양식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서도 현..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2010년대의 문화 트렌드

‘밀레니엄 버그’ 소동이 벌어진지도 벌써 20년이 지났고, 2010년대도 저물어간다. 그 사이 세계는 정치적 격변 못잖게 트렌드의 변화도 겪었다. AFP통신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 문화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결산하는 기사를 실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이다. TV와 라디오가 전해주는 음악이나 오락거리를 ‘공급자 시간대에 맞춰’ 듣는 대신에, 좋아하는 콘텐츠를 골라 ‘내가 원할 때’ 즐기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등장한 것이다. 2010년 초 스웨덴의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가입자는 100만명 정도였고, 넷플릭스 가입자는 1200만명이 조금 넘었다. 당시만 해도 지구 상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스트리밍은 낯선 것이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나자 스포티파이는 2억4800만명, 넷플..

‘히잡 바비’의 엘사 패션 

자스민, 인어공주, 벨, 포카혼타스, 뮬란. 모두 미국 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여성 주인공들이다. 영화나 만화 속 등장인물들을 본떠 화장을 하거나 ‘코스프레’해서 사진을 올리는 이들은 많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사진들은 좀 다르다. ‘사라스와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여성은 자신의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해서 디즈니 만화 속 등장인물로 꾸민 뒤 사진을 올리는데, 여기에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무슬림 여성들의 머리수건인 히잡을 도구로 변신을 한다는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사라스와티가 소셜미디어 스타로 뜨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4세이던 그는 패션 블로거로 출발해 팔로어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슬람의 ..

체코 국적 찾은 밀란 쿤데라...작가에게 모국어란, 국적이란

으로 유명한 작가 밀란 쿤데라(90)가 체코 국적을 회복했다. 페트르 드룰라크 프랑스 주재 체코대사가 지난 3일 파리에 살고 있는 쿤데라의 자택을 찾아가 시민증을 전달했다. 드룰라크 대사는 체코 국영TV에 나와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의 상징적인 귀향”이라고 했다. 쿤데라는 1929년 체코 브르노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1975년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고국을 떠났다. 그 후 프랑스에서 줄곧 살아왔고 주요 작품들도 모두 파리에서 발표했다. 쿤데라의 고향인 체코(옛 체코슬로바키아)는 그의 작품들을 금지했고, 이 조치는 1989년 ‘벨벳혁명’으로 체코가 자유화된 뒤에야 풀렸다. 공산정권은 무너졌으나 쿤데라는 1981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래 체코 국적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1967년 소설 을 발..

유튜브, 아프리카 뮤지션들에 날개를 달다

‘조보이(Joeboy)’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조지프 아킨펜와는 요즘 잘 나가는 나이지리아 가수다. 목욕탕에서 노래하는 22살 조보이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나이지리아는 물론이고 우간다, 짐바브웨 등에서 차트 순위에 오르더니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소셜미디어 덕이다. 2017년 조보이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를 부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나이지리아 유명 가수 Mr이지(Eazi)에게서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날아왔다. Mr이지는 그 자신이 소셜미디어 스타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서비스인 스웨덴의 스포티파이를 통해 매달 500만명이 미스터이지의 음악을 듣는다. 그는 조보이의 노래를 즐겁게 들었다면서 신인가수들을 뽑는 ‘엠파와 아프리카’ 프로모션에 초대했다. 소셜미디어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