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무덤 파내 시체 꺼내기

딸기21 2007. 11.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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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서 덮개 들어내고 있는 사람이 이집트의 자히 하와스 최고유물위원회 위원장.


이집트의 문화재를 총괄하는 최고유물위원회가 비운의 소년 파라오 투탕카문의 미라를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아무리 수천년전 것이라지만, 무덤 파내 시체 꺼내고 남들 앞에 까발긴다는 것, 참 저 파라오는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 두고두고 이 고생을 하나 싶군요.

암튼 이를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데요. 문화재 당국이 세계적 문화유산인 미라의 보호에 앞장서기는커녕 돈벌이에 나섰다는 겁니다. 알자지라방송 등은 5일 베일을 벗은 투탕카문 미라 뒤에 가려진 논란과 뒷얘기들을 소개했습니다.

문제의 미라는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 박사가 나일강 상류 룩소르의 `왕들의 계곡'에서 찾아낸 것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황금가면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황금가면이 발굴 당시부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달리 미라는 발견 이래 85년간 극소수 전문가들에게만 공개됐었대요.
자히 하와스 최고유물위원회는 외신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미라가 들어있는 관을 열고 미라를 덮어두었던 천을 들어올리는 `쇼'까지 하면서 "마술처럼 아름다운 얼굴"이라며 소년 파라오의 검은 미라를 칭송했습니다. 왕들의계곡 문화재구역 관리인인 무스타파 와제리도 투탕카문 무덤 안에 보관돼 있던 미라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매력적인 미소에 훌륭한 치아를 가진 멋진 소년"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뷁...

최고유물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투탕카문 미라를 연구, 복원하는데 힘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하와스 위원장에 따르면 이 미라의 몸은 3300년의 시간을 거치며 18곳이나 부러져 있었답니다. 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부러진 뼈를 맞추고 첨단 CT스캔으로 두개골 안쪽과 치아 구조 등을 조사해, 9세에 집권한 소년 파라오가 18세에 숨지기까지의 건강상태를 상당부분 알아냈습니다. 투탕카문은 젊은 나이에 죽었기 때문에 독살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건강상태는 양호했었고, 미라 분석에서 독살 흔적과 관련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나봅니다. 다만 그가 속해있던 고대 이집트 18왕조 왕실의 유전인 치아 부정교합이 확인됐다고 해요.
최고유물위원회는 미라를 공개하면서 "더욱더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당국은 다음달 영국 런던 전시회를 시작으로, 미국 댈러스미술관 등에 미라를 순회전시할 예정입니다. 알자지라는 이를 놓고 이집트인들 사이에서 "당국이 투탕카문의 가면으로는 모자라 미라까지 외국으로 돌리며 돈벌이를 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습니다. 당국은 미라가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을 맞는 투탕카문 무덤에 전시해 관광수입을 배가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최고유물위원회는 고대 이집트의 화려한 유물들을 세계 각국 박물관과 미술관들에 대여해주면서 막대한 국고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2년 전 투탕카문의 황금마스크를 위해 미국 측에 대여하면서 최고유물위원회가 수억달러의 대여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가 자랑하는 투탕카문의 황금마스크를 전시하려는 외국 박물관이나 기획프로덕션 쪽에선 전시회 유치를 하는 비용으로만 최소 300만∼500만 달러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제타석과 네페르티티 흉상 같은 유명한 약탈문화재를 갖고 있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지의 박물관들도 이집트 최고유물위원회 자히 하와스 위원장의 눈치를 봐야할 때가 많습니다(남의 것 뺏어간 놈들이니 사실 몰매를 때려도 시원찮을 놈들입니다만).
일례로 2003년 독일의 한 박물관이 투탕카문의 양어머니였던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을 여성 누드와 결합시킨 전시를 기획했다가 하와스 위원장의 항의로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집트는 맘에 안 드는 전시가 열릴 것 같으면 해당국에 "앞으론 이집트 유물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을러 무산시키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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