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노린 수면제, 납 페인트 장난감, 미네랄 없는 미네랄 워터...
세계적인 소비자 단체인 국제소비자기구(CI)가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을 격분하게 만든 `나쁜 상품' 목록을 발표했다. 올해엔 특히 제품의 질과 유통 방식에서 어린이들을 현혹시키거나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제품들이 나쁜 상품들로 선정됐다. 1960년 창설된 CI는 세계 115개국에 220여개 회원단체를 거느린 권위있는 소비자 기구로, 회원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매년 `소비자들이 뽑은 좋은 상품'을 선정해 시상하면서 나쁜 상품도 별도로 뽑고 있다.
최악의 불명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광고를 내보낸 일본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의 수면제 로제럼이 차지했다. 다케다 측은 미국 시장에 로제럼을 팔면서 어린이들을 주요 타겟으로 설정,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통학차량 등에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이 회사는 어린이들과 칠판, 학교 사진들을 내세운 광고에서 "새 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가는데에 도움을 주는 로제럼"이라고 선전, 불면증 치료제인 이 약이 마치 어린이들의 집중력을 키워주는 약인 듯 왜곡된 이미지를 퍼뜨린 것(참 끔찍한 일이다)으로 지적됐다.
전세계에서 리콜 파문을 일으켰던 미국 거대 완구제조회사 마텔사의 장난감들은 `나쁜 장난감' 상을 받았다. 마텔은 납 성분이 들어있는 페인트가 칠해진 `토마스' 기차 장난감을 비롯해 중국산 불량 장난감들을 유통시켰다가 들통나 대량 리콜 사태를 일으켰다. 이 회사가 판매한 제품 2100만개가 회수됐지만, 마텔은 중국 하청업체들 쪽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했다. CI는 이런 행태에 대해 "글로벌화된 경제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책임 회피 사례"라고 지적했다.
코카콜라의 먹는샘물 `다사니(Dasani)'는 미네랄워터인 듯 광고가 되고 있지만 실제론 어떤 미네랄도 없는 맹물로 드러나 `나쁜음료'로 지목됐다. 코카콜라는 탄산음료를 대표적인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흔히 `생수'로 불리는 병에 든 식수를 팔아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 이 회사는 다사니가 마치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워터인 듯 선전했지만 실제론 맹물인 것으로 드러나 2004년 유럽 시장에서 큰 비난을 받았었다. 그런데도 이후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같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를 계속 내보냈다.
`나쁜식품' 상은 미국 식품회사 켈로그가 받았다. 만화나 영화 캐릭터들을 동원한 광고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시리얼 제품들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109억달러의 순익을 이 회사에 안겨줬다. 그러나 `코코팝스', `프로스티스' 같은 켈로그의 시리얼 제품들은 소금과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 어린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CI는 지적했다. `코코팝스'는 올들어 영국에서 알러지 유발 문제로 리콜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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