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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아프리카의 르완다에서 벌어진 내전 도중 종족간 증오감과 '인종청소'를 부추긴 언론인들이 국제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언론에 반인류범죄의 책임을 물은 것은 2차 세계대전 뒤 열렸던 뉘른베르크법정 이후 반세기만에 처음이다.
유엔 산하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는 지난 1994년 종족 말살 범죄를 부추긴 혐의로 기소된 언론인 3명에 대해 3일 유죄판결을 내렸다.
내전 당시 민영 방송사인 RTLM를 만들어 투치족 '살해 대상자' 명단을 만들어 방송하고 '대상자'들의 은신처까지 공개한 페르디난드 나히마나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방송국에서 일했던 장 보스코 바라야귀자에게는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 두 사람은 후투족의 투치족 살해를 선동하면서 "바퀴벌레들은 몰살시켜야 한다"는 극언을 방송에 서슴지않고 내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언론인 하산 은게제는 격주간으로 발행되던 잡지 '캉구라'의 기자로 있으면서 역시 학살을 부추긴 것으로 밝혀져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나히마나와 바라야귀자는 96년 카메룬에서, 은게제는 97년 케냐에서 체포됐다.
재판을 이끈 나바나뎀 필라이 판사는 "이들은 청취자와 독자들이 언론과 지식인에게 갖고 있는 신뢰를 배신하고 종족학살의 길로 이끈 것은 분명한 범죄"라면서 "총기나 칼 혹은 물리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수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들은 이 재판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직접 무기를 들지 않았더라도 필설(筆舌)로 폭력을 선동한 지식인들에게까지 범죄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향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열릴 반인류범죄 재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르완다에서는 지난 94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후투족과 벨기에 식민통치 시절 지배층을 형성했던 소수파 투치족 간에 내전이 벌어져 약 100일 동안 투치족 80만명과 후투족 온건파 수만명이 학살됐다. 유엔은 탄자니아의 아루샤에 르완다 전범들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국제법정을 설치했다. 지금까지 16명이 기소돼 언론인 3명을 포함해 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40명이 재판을 받기 위해 구금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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