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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맞아 이란에 손 내민 미국

딸기21 2009. 3. 2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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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이란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보낸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이란 간의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제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노루즈’ 명절인 이날 공개된 메시지에서 “이란이슬람공화국의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국제사회 간에 건설적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메시지는 이란에서 위성으로 수신되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30년 동안 우리(두 나라)는 긴장 속에 있었지만, 이 (이란의) 명절에 우리는 양국을 함께 묶는 공통의 인간애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이란 국민들과 지도자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즉 오랜 불화가 극복된 미래를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대 이란 정책의 변화를 공식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오바마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잇따라 이란에 대화 제스처를 보내왔다.
그러나 양국 간에는 이란 핵 개발 의혹 등 난제들이 남아있어, 실질적 관계개선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오바마는 이날 메시지에서도 이란에 “(건설적 관계를 맺는) 과정은 위협으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우회적 경고의 뜻을 함께 보냈다.
유럽연합(EU)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테헤란과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희망한다"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란은 일단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미국이 관계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먼저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국민들에게 친서를 보내려고 한다”고 보도했었다. 미 행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오바마가 이란 국민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편지’가 아닌 ‘동영상’ 형식이었다는 점만 달랐을 뿐이다. 양국 관계에 바야흐로 봄이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르익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 긴장을 끝내고 건설적인 관계로 나아가자”며 이란에 양국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제의했다. 이 메시지는 이슬람 축일이 아닌 이란의 전통 명절 ‘노루즈(봄의 첫날)’에 맞춰 발표됐다.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메시지에는 파르시(이란어) 자막이 함께 실렸으며, 이란의 노루즈 기념 방송이 시작되는 새벽 시간에 맞춰 공개됐다. 그만큼 치밀한 계획 뒤에 마련된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이란의 개혁파 정권과 화해를 모색했으나 워싱턴 내에서도 이견이 많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번 메시지로 볼 때 오바마 정부는 ‘이란과 화해를 모색하되, 핵 의혹은 청산토록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문제와 이라크 테러지원 등의 이란 관련 이슈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상호 존중에 기반한 솔직한 관계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위치를 찾으려면 테헤란 측도 화해를 위한 일들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계 개선의 기회를 주기로 했으니 이를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은 이제 이란의 몫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줄 수 있는 최대의 당근은 경제제재를 풀어주고 이란을 국제무대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18일 “미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대이란 거래금지 조치를 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란과의 적대를 줄이고 미국 기업들이 이란 에너지 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일석이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뒤 알아라비야TV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화의 뜻을 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 이슬람혁명 30주년을 자축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미국이 우리를 대등하게 대한다면 우리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미 양국 간에는 물밑 접촉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당선 전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유럽에 보내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종교지도자의 측근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 지도자는 대통령을 넘어선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이란의 대미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인물이다.

미국과 이란이 외교무대에서 한 테이블에 앉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달말 러시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 미국과 이란이 나란히 옵저버로 참석하기로 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달 말 국제회의에 이란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유라시아 복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이 거대한 땅과 자원을 가진 이란은 미국 입장에서는 ‘아무리 미워도 놓칠 수 없는 나라’다. 이란도 더이상 미국과 적대하며 국제적 고립 속에서 살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강경보수파이긴 하지만 오는 6월 대선 앞두고 경제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마냥 큰소리만 칠 수는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속도’다. 내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미관계의 실질적 개선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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