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은 9일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에 대사를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시리아를 방문했던 제프리 펠트먼 미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 대행은 “아직 대사 복귀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국무부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2005년 레바논의 라피크 하리리 당시 총리가 테러공격으로 숨지자 “시리아가 테러를 배후조종했다”며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를 소환했었다.
펠트먼은 레바논 대사를 지냈던 중동 전문가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지난주 중동순방에 동행했다가 시리아에 특사로 파견됐었다. 그는 대니얼 샤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담당 보좌관과 함께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왈리드 알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4시간여 동안 만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의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도 특사 파견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미 의회에서 3개 팀이 각각 다마스쿠스를 방문했다. 그 중 한 팀을 이끌었던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달 초에는 이마드 무스타파 워싱턴 주재 시리아 대사가 펠트먼과 만나 외교 재개 방안을 논의했었다.
Photograph by Annie Griffiths Belt /내셔널 지오그래픽
A hidden gem in the Syrian desert, Palmyra is one of the world‘s most well preserved historic sites.
St Simeon‘s Basilica, Qala’at Samaan, near Aleppo. /www.bugb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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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시리아를 북한, 이란과 함께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했었지만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뒤 양국 관계가 크게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CNN, CBS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과 시리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 간에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리아의 ‘독특한 위치’와 관련돼 있다. 과거 하페즈 알 아사드 전대통령 시절 수십년간 사회주의 독재를 했지만, 그 덕분에 이슬람 극단주의가 발붙이지 못한 채 ‘세속국가’로 유지돼 왔다. 시리아의 이슬람은 테러의 근원인 수니파 근본주의와는 뿌리를 달리하는 시아 소수파가 다수를 차지한다. 하리리 사건 이전만 해도 미-시리아 관계는 극도의 적대 상태는 아니었다. 수십년간 서로를 ‘사탄’으로 비난해온 미-이란 관계와는 다르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이라크로 밀입국하는 수니파 무자헤딘(이슬람 무장조직원)들을 차단해주길 원하고 있다. 또한 다마스쿠스에 체류 중인 팔레스타인 하마스 망명정부 지도부를 압박,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과정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레바논 내 무장조직에 대한 지원을 끊고 정국안정을 돕는 것도 미국이 시리아에 바라는 희망사항 중 하나다. 미국은 또한 이란 시아파의 세력이 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리아를 달랠 필요가 있다.
시리아는 1967년 전쟁 때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되찾기 위해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시리아는 터키의 중재로 지난해부터 이스라엘과 영토 반환 및 휴전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이-시리아 평화협상은 오바마 정부가 생각하는 중동평화구상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시리아는 미국이 하리리 암살 뒤 부과한 경제제재를 풀어주길 바란다. 이라크의 안정은 시리아도 원하는 바다. 시리아는 터키, 이라크, 이란과 ‘쿠르드 분리독립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시리아 사이에는 대화의 고리들이 충분히 있는 셈이다. 시리아라는 지렛대를 잘 이용하면 미국은 중동 문제와 이어지는 고리들을 줄줄이 연결할 수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라크·이란·레바논과 연결된 문제들이 너무나 복잡미묘하다는 점. 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 34세 젊은 나이에 아버지인 하페즈 전대통령에게서 자리를 세습한 뒤 예상을 뛰넘는 고도의 정치력을 보여왔다. CBS방송은 “아사드는 카드놀이 방법을 꿰고 있는 전략가”라며 “오바마 정부가 그를 어떻게 국제무대로 끌어낼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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