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쓰레기 버리는 방법도 가지가지

딸기21 2009. 7. 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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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폐기물 업체가 재활용품으로 위장한 불법 폐기물을 브라질로 ‘수출’했다가 브라질 환경청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나서서 영국을 비판하는 등, 두 나라 사이에 외교마찰 조짐까지 일고 있다. 지구촌에 넘쳐나는 쓰레기들, 특히 전자제품 등에서 나오는 유독성 쓰레기들이 개도국들로 옮겨지면서 개도국은 선진국의 ‘쓰레기 폐기장’이 되고 있다. 

AP통신 등은 브라질 환경청이 최근 영국에서 불법 반입된 유독성 폐기물 1400톤을 적발, 영국에 되돌려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영국 폐기물 수출업체는 화학약품 용기와 쓰고 버린 주사기, 콘돔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이 쓰레기를 컨테이너에 실어보내면서 ‘재활용 플라스틱’이라는 표시를 붙여 위장했다. 무려 89개에 달하는 쓰레기 컨테이너는 지난해 11월부터 상파울루 부근 산토스와 리우그란데 등의 항구에 내려진 뒤 방치되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날 상파울루에서 열린 유기농산물 국제회의에 참석한 룰라 대통령은 “우리는 쓰레기를 들여오고 싶지도, 외국으로 보내고 싶지도 않다”며 영국을 비판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브라질산 에탄올에 수입관세를 매기고 있다는 걸 들며 “아마존 에탄올 대량생산이 환경파괴라고 주장하면서 쓰레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브라질 정부는 컨테이너 수입업체와 운송업체에 벌금을 매긴 뒤 영국으로 모두 반송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국제기구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부랴부랴 수출업체 직원들을 체포하고 ‘반환’을 협의하러 관리들을 브라질에 보냈다.

African children on a hustle at a local e-waste dump site /사진 http://ethiorussian.wordpress.com

Market scavenger boy, Alaba market, Lagos, Nigeria. ⓒ Image courtesy of Basel Action Network

아프리카 가나의 ‘가나비즈니스뉴스’는 지난 2월 가나행 폐기물 컨테이너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구에 억류됐다고 보도했다. 컨테이너에는 네덜란드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들에서 나온 못쓰는 가전·전자제품들이 들어있었다. 
‘배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앞바다에서는 전세계 폐선박의 3분의1이 해체된다. 환경 부작용이 크고 위험해 지난 3월 당국이 환경기준을 강화하자, 폐기업체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최악의 부류는 컴퓨터 등의 ‘전자쓰레기(e-waste)’들이다. 반도체와 스크린 등에 함유된 납·카드뮴·비소·수은, 전자·기계공업에 많이 쓰이는 셀렌, 쇠의 부식을 막는 크롬 등은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키거나 유독화합물을 발산한다. 
지난달 파키스탄 일간 ‘돈(DAWN)’은 연간 폐컴퓨터 50만대가 수입돼와 불법폐기된다고 보도했다. 그중 15~40%는 재활용되지만 나머지는 열악한 작업장에서 해체되거나 불법 매립된다. 오염 많고 유해한 분류·해체 과정은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의 일이다. 2006년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쓰레기 소각장 주변 주민 10명이 유독가스로 숨지고 7만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UNEP가 선진국들의 ‘쓰레기 이전’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유해폐기물의 교역을 규제한 바젤협약은 비가입국으로의 폐기물 수출을 금하고 있다. 협약국 간에는 국가 승인하에서만 교역이 허용된다. 1992년 발효된 이 협약에는 한국 등 170여개국이 가입돼 있다. 유럽은 이와 별도로 전자제품폐기규칙(WEEE Directive)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지만 브라질 사건에서 보이듯 관리감독이 소홀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개도국 정부들의 단속이 심해지자 ‘자선 기부’를 위장해 쓰레기를 보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도 세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기부물품으로 속이고 들어온 폐컴퓨터 600톤을 적발했다. 70%가 미국에서 온 것들이었다. 그후 세관은 미국·영국 기부 물품을 밀착 조사하고 있다.

브라질에서처럼 폐기물에 가짜 재활용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영국에는 개도국들에 기부하는 척 하고 폐컴퓨터를 보내는 사례를 집중 감시하는 ‘금융협력서비스(CFS)’라는 시민단체도 생겨났다. 유해폐기물 이동을 추적하는 민간기구 바젤행동네트워크는 “빈국으로 위험을 떠넘기는 선진국들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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