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러시아 선박 '의문의 실종'... 이스라엘의 납치극?

딸기21 2009. 9. 1. 19:48
728x90
지난 7월 24일 프랑스 북부 대서양에서 선박 한 척이 사라졌다. 러시아의 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들렀다가 핀란드로 가던 이 배는 핀란드 해운사 소유로, 몰타 섬에 목재 수송선으로 등록돼 있었다. 배에는 러시아인 선장과 승무원 19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북극해(아래 사진)’라는 이름의 이 배는 항로에서 사라졌고, 러시아 해운당국은 “해적들에 납치됐다”고 발표했다.




소말리아 해적에 잇달아 피해를 입은 유럽 각국은 일제히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 내에서 해적 사건이 일어난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러시아의 발표는 석연찮았으며, 배를 ‘구출’했다면서도 전말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미스터리 같은 실종사건을 놓고 마약조직 관련설, 옛소련 범죄조직 개입설 등 ‘설’만 무성했다. 러시아산 핵 물질을 실은 밀수선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일 러시아 당국자들과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 사건의 진상을 다룬 기사를 내놨다. 타임이 재구성한 ‘북극해 선박 실종사건’은 한편의 영화를 방불케 한다. 
잡지에 따르면 북극해호는 핀란드에서 200만달러 어치의 목재를 싣고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로 향하는 배였다. 하지만 이는 위장이었을 뿐, 실제로는 러시아산 무기를 싣고 중동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이를 안 이스라엘이 배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해적 퇴치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당국의 수상쩍은 태도를 근거로 들었다. 러시아는 실종 3주가 지난 8월12일에야 해군을 보냈고, 닷새 뒤 선박을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북극해호가 9월 중으로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귀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뒤늦게 수색에 나서면서 잠수함과 구축함 등 ‘과잉 병력’을 파견했다. 러시아 측이 승무원 19명을 태울 수송기로 초대형 해군기를 보낸 것도 의문을 증폭시켰다. 해적사건인 줄 알고 수사에 나섰던 핀란드 해양경찰과 인터폴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근거는 이스라엘의 움직임이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러시아 선박이 사라진 다음날 갑자기 모스크바로 날아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만났다. 크렘린은 회담 뒤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를 높였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달 14일 역시 뒤늦게 “러시아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나라들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수년 동안 러시아가 시리아에 미그31 전투기를 몰래 판매하고 있고, 이란에도 미사일을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타임은 “문제의 배는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의 미사일이나 핵 물질 등 ‘비밀 상품’을 싣고 시리아 혹은 이란으로 가던 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첩보조직이 이 사실을 알고 납치를 했고, 크렘린과 협상한 뒤 배를 돌려줬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이란·시리아 무기수출이 사실이라면 미국과의 관계에도 다시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미-러 관계를 ‘리셋(재설정)’하자며 크렘린에 손을 내민 바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