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화이자 '2조8600억원 벌금'

딸기21 2009. 9. 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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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의사·병원들에 향응을 제공하며 ‘불법 마케팅’을 해온 세계 최대 제약화사 화이자에 23억 달러(약 2조8600억원)의 기록적인 벌금을 매겼다.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에 돈을 퍼부으며 소비자들에겐 비싼 약을 팔아온 제약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위한 제약업계 압박 신호탄으로도 보인다.



캐틀린 시벨리우스 보건후생장관이 2일 화이자 벌금 합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캐틀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은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마케팅과 프로모션(상품 판촉)을 해온 화이자가 12억 달러의 형사적 징벌금과 1억달러의 과태료, 민사상 징벌금 10억달러 등 23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제약회사 불법 관행에 대한 벌금 부과는 각 주 검찰이 맡아왔으나 이번에는 시벨리우스 장관이 직접 발표, 제약업계의 부패관행을 뿌리뽑고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 5년 동안 화이자를 조사한보건부와 법무부 조사팀에 따르면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콜레스테롤 강하제 ‘리피토’, 우울증 치료제 ‘졸로프트’ 등 13종의 약을 팔면서 의사들에게 골프·마사지 접대를 하고 리조트 향응을 제공하는 등 ‘불법 마케팅’을 해왔다. 당국은 이를 ‘반복적인 사기행위’로 규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당국과 벌금 액수를 놓고 협상하는 동안에도 같은 행태를 계속 반복해 더 눈총을 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하지만 최근 “벌금을 내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이 사건을 빨리 털어버리려는 듯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자는 이번 합의 과정에서 계열사인 파마시아&업존 컴퍼니의 불법 판촉행위도 인정했다.




화이자 같은 거대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개발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액을 들여 판촉을 한다. 비아그라의 예에서 보이듯 한번 히트를 치면 연구개발·마케팅 비용을 모두 뽑고도 남을만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이런 초대형 히트작을 내려면 의료계를 끌어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약품을 내놓고 의사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학술회의’ 명목으로 호화휴양을 보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료진에 왜곡·과장 정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이자의 불법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도마에 오른 약품은 관절염 치료제 ‘벡스트라’였다. 이 약을 선전하면서 화이자의 판촉사원들은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약효까지 마치 입증된 것인 양 선전해 FDA 규정을 위반했다. 이렇게 판매해온 벡스트라는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며 환자의 사망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나 2005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벡스트라 뿐 아니라 미국 병원들에서는 진통제로 승인된 약품에 혈압강하 기능까지 있다는 식으로 처방하는 등,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내주는 ‘오프 라벨’ 처방이 드물지 않다. 지난 1월에는 또다른 대형 제약회사 엘리릴리가 정신질환 치료제 ‘지프렉사’의 불법 마케팅으로 14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AP는 “화이자의 거액 벌금은 오바마 정부가 모든 제약회사들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전했다. 이번에 화이자에 매겨진 민사상 징벌금 10억달러는 벡스트라 부작용에 대한 배상금으로 책정된 것이다. 이 돈은 워싱턴DC와 전국 49개 주 정부의 연방 의료보험 프로그램 예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뉴욕주의 경우 이번 합의 덕에 화이자 돈 6600만 달러를 의보 예산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토머스 페렐리 법무차관은 “예산은 모자라고 의료비용은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 오바마 정부는 제약업계와 의료계,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결탁관계를 끊기 위해 개별 의사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의회는 올초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가 의사에게 현금이나 고액 선물을 줄 경우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법안을 제출했다. 

화이자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법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마무리짓고 우리의 본업인 약품의 발견과 발전, 혁신에 주력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화이자는 앞으로도 5년 동안 불법 마케팅을 하는지 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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