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BP 새 '구원투수'에 멕시코만 수습 맡겨

딸기21 2010. 6. 2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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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을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의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미국인들에게 단단히 밉보인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 대신 ‘미국인 이사’를 내세워 사태수습을 맡기기로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BP의 칼 헨릭 스반베리 회장이 ‘미국민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미국인 관리담당이사 로버트 더들리(55·사진)에게 멕시코만 사태 총책임을 맡기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추궁을 이리저리 피하고 보상계획 등에 대해서도 확답을 회피, 지탄받았던 헤이워드 CEO는 사태 수습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워드는 이날 가족과 함께 영국 와이트 섬에서 열린 요트경기에 참석해 자기 소유 요트의 경기장면을 구경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헤이워드가 말한 ‘홍보실수’의 연장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멕시코만 주민들과 미 의원들은 일제히 헤이워드를 성토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반베리 회장이 잇단 물의를 빚은 헤이워드를 밀어낼 생각으로 후임자를 찾고 있으며, 더들리 이사와 이언 콘 정유·마케팅부문 최고책임자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BP의 구원투수로 나선 더들리는 미국 미시시피주 해티즈버그 태생으로 일리노이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지금은 BP에 합병된 아모코(옛 스탠더드오일)에 1979년 들어가 남중국해 유전 등에서 일했다. 94년부터는 3년동안 러시아 지사를 맡았다. 아모코가 BP에 합병된 뒤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BP와 러시아-우크라이나 합작기업인 TNK-BP의 사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BP의 관리이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남중국해, 앙골라, 알제리, 이집트, 러시아 등을 돌며 ‘험한 일’을 도맡아해온 인물”이라면서 “이제 미국인들은 더이상 멕시코만 문제와 관련해 ‘영국식 억양’을 듣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더들리는 수완가인지는 몰라도 TNK-BP 시절 강압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업무 스타일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라, 환경재앙 같은 큰 일을 깨끗이 처리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BP는 19일 “지금까지 들어온 보상금 청구요구가 6만4000건에 이르며 그중 총 1억40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BP가 영국 은행 7곳에 1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요청했다고 금융업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미국은행들이 이미 BP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앞서 “현금유동성은 풍부하다”고 장담했던 BP는 이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멕시코만 유정에서 길게는 2년 이상 기름이 새어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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