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무서운 실리콘밸리

딸기21 2010. 8. 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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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정보통신(IT) 분야도 무섭긴 무섭군요. 변화가 빠른 곳일수록 더욱 심할지 모른다, 하는 생각도 드네요. 주말 동안 미국 IT업계 대표기업 2곳의 간부가 교체됐다는 뉴스가 들어와 있습니다.


휴렛패커드 회장, 100만원 때문에...

휴렛패커드(HP)를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회사로 키운 최고경영자 마크 허드(53·사진) 회장이 추문에 발목 잡혀 결국 물러났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강자로 군림해온 HP에는 그를 대체할 마땅한 인물이 없어 비상이 걸렸다고 AP통신 등이 7일 보도했습니다.

허드는 HP와 계약했던 마케팅 대행사의 여성 대표가 허드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서신을 회사 측에 보내면서 궁지에 몰렸습니다. 회사측 조사위원회는 허드가 실제로 이 여성과 식사를 하는 등 만남을 갖고 회사에는 허위로 비용을 청구했음을 알아냈습니다. 
허드가 뒤에 이를 숨기려 회계보고서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사회는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경영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6일 해임 결정을 내렸습니다.

허드가 회사에서 허위로 받아낸 돈은 1000달러에서 2만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5년간 HP의 시가총액을 두 배로 불려 실리콘밸리의 리더로 군림해온 허드가 결국 110만~2300만원 때문에 물러나게 된 겁니다. 
그래도 허드는 1220만달러의 퇴직금과 1600만달러 상당의 HP주식 등 1820만달러(약 211억원)에 이르는 돈을 손에 쥐고 물러나게 된다고 하니, 별로 안쓰러워 보이지는 않네요. 주식 보유규모를 늘릴 수 있는 옵션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허드는 2005년 이사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된 뒤 HP를 업계 최고로 끌어올렸습니다. 미국 언론들의 표현을 빌면 “프린터와 잉크를 팔던 HP가 컴퓨터 업계의 최강자가 된 것”이죠. 
허드가 물러난다는 소식에, 금요일인 6일 뉴욕증시에서 HP 주가는 9.7%나 빠졌습니다. 이사회는 최고재무책임자 캐시 레스잭을 일단 임시 경영자로 지명했으며, 후임자를 선정하기 위한 팀을 곧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애플 부사장 '안테나게이트'로 사퇴

애플 아이폰4의 수신불량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죠.
‘안테나게이트’가 결국 애플 경영진의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7일 애플이 아이폰4의 기술적인 측면을 담당했던 마크 페이퍼마스터 수석 부사장(49·사진)의 교체를 발표했습니다. 스티브 다울링 애플 대변인은 “매킨토시 개발을 맡았던 밥 맨스필드 부사장이 페이퍼마스터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이폰4 수신불량 파동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료로 보호케이스를 주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미봉책이라는 불만이 쏟아졌지요. 결국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페이퍼마스터의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퍼마스터가 쫓겨난 것인지, 스스로 물러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언론들은 “페이퍼마스터가 애플 안테나 파동의 첫 희생양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잡스의 기자회견장에 페이퍼마스터가 배석하지 않았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페이퍼마스터는 텍사스대학을 나와 1982년 IBM에 입사, 전자회로를 설계하는 일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5년간 IBM에서 일하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 개인용컴퓨터(PC) 엔지니어링 총책임자로 승승장구하며 IT업계의 전설로 떠올랐던 사람입니다. 특히 컴퓨터 칩 디자인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최고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고 합니다. 
2008년 애플이 그를 영입하자 IBM이 이를 막으려 연방법원에 소송까지 냈던 일은 유명합니다. 하지만 법정 다툼까지 거쳐 애플이 스카웃해온 페이퍼마스터는 2년도 채 못되어 부실 디자인의 책임을 지고 교체당하는 처지가 됐군요. 일각에선 이를 시작으로 애플에서 더 큰 폭의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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