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21세기에 사우디 여성들은.

딸기21 2005. 6. 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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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우주비행사가 지구 밖 여행까지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성 운전이 금지돼 있고, 가게 점원조차 모두 남성이어서 여성 소비자들이 곤욕을 치르곤 한다. 영자신문 아랍뉴스는 최근 코믹하고 씁쓸한 사우디 여성들의 현실을 담은 기사들을 실었다.


#1. "운전을 하고 싶어요"


지난달말 개혁파 성향의 무함마드 알 줄파 의원이 슈라(의회)에 여성운전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뒤 사우디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사우디는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남자 가족이 함께 타지 않으면 차량 여행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 알 줄파 의원은 여성 운전이 금지된 탓에 부유층 여성들이 외국인 운전사를 고용함으로써 외화가 빠져나가고, 운전사를 쓸 능력이 못되는 대다수 여성들은 이동의 자유를 잃고 있다면서 `여성 운전을 허용해야 할 14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실제 사우디에는 여성들을 대신해 운전해주는 외국인 운전사만 100만명 이상이 고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는 2003년에야 여성들의 주민등록을 받았을 정도로 여성인권 분야에선 최악의 나라로 꼽힌다. 그 전에는 여성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던 것.

여성운전 허용 법안에 보수파들은 "이슬람의 근본이 무너진다"며 `충격과 좌절'을 나타냈다. 온건파 인사들은 "교리상 여성운전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사회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고, 개혁을 요구하는 쪽에선 당장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환영했다. 150명의 슈라 의원들은 의견 통일을 보지못한 채 논란을 계속하고 있다.

파문이 계속되자 급기야 내무부 장관인 나이프 왕자가 진정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나이프 왕자는 7일(현지시간) "이 문제는 사회 전체가 결정돼야 하는, 말 그대로 `사회적인 이슈'"라면서 강경보수파와 온건개혁파 모두에게 자제를 요구했다. 여성인권 향상을 비롯한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개혁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프 왕자는 "여성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을 갖고 싶다면 우선 주민등록증부터 받아야 한다"며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 "당당히 속옷을 사고 싶어요"


여성들의 집 밖 활동이 모두 막혀있는 탓에 생겨난 또 다른 아이러니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물품'을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여자들은 여자 점원한테 속옷을 주문하는데 왜 우리만 안 되나요". 두 아이의 엄마인 하난 바우지르의 말이다.

여성들을 집안에 묶어두다 보니 가게 점원이 모두 남성들이고, 이 때문에 여성들이 속옷을 사려면 매번 판매대 앞에서 얼굴을 붉혀야 한다. 아랍권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들도 사우디의 현실에는 혀를 내두른다. 리야드를 찾은 이집트 여성 아말 바스요니는 "옷가게에 여성 탈의실이 없는데다 간혹 있다 해도 감시구멍이 뚫려있어 맘놓고 쇼핑 한번 맘놓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자 손님이 남자 점원과 둘이서만 얘기하는 것도 터부시된다. 아내가 쇼핑을 갈때마다 `감시'를 하러 동행하는 보수적인 남편들도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3. "입양을 하고 싶어요"


아랍뉴스 상담코너엔 이슬람 교리에 해박한 카운셀러와 독자들의 상담이 줄을 잇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은 임신에 여러차례 실패, 정식으로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며 이것이 교리에 위배되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는 신께서 선택하시는 것이므로 입양은 이슬람법상 금지된다는 것.

카운셀러는 정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고아를 데려다 성심성의껏 돌보라면서 "신께서 허락치 않았는데 남의 아이로 대를 잇겠다는 생각은 버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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