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슬람 머리쓰개

딸기21 2005. 6. 1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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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무슬림 여성들의 머리쓰개 착용을 금지하기로 결정, 유럽에서 문화충돌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이슬람식 머리쓰개를 금지하려는 각국 정부와 무슬림 이주민 간 마찰이 빚어졌었다. 이슬람 머리수건은 대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남성들의 두건 중에는 `케피야'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팔레스타인의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늘 머리에 썼던 흰 천이 바로 이것이다. 케피야는 유목생활의 유산이다. 사막을 다니던 유목민들은 머리에 케피야를 쓴 뒤 낙타를 묶을 때에 쓰는 `이깔'이라는 굵은 띠를 정수리에 얹어 천을 고정시킨다. 천막에 머물 때에는 이깔을 풀어 다시 낙타를 묶고, 케피야를 벗는다.






흰 천에 검정 무늬가 있는 아라파트의 케피야는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상징이기도 한데, 아라파트에 반대하던 팔레스타인 내의 다른 조직들은 일부러 빨간 줄무늬의 케피야를 둘렀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따라서 케피야의 무늬 색깔을 보면 정파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어깨에 두르는 천은 `두파타'라 부르며, 아랍에서는 이 위에 다시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라는 겉옷을 입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케피야의 양끝을 길게 늘여 가슴 쪽으로 늘어뜨리기도 한다. 터키나 모로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작고 챙이 없는 `페즈'라는 모자를 쓰고, 이란에서는 긴 천을 둘둘 감아올리는 터번을 많이 쓴다.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수건은 지역별, 종파별, 모양별로 다양하다. 이집트나 요르단, 이라크 같은 곳에서는 양장 혹은 청바지 차림에 머리수건을 아예 쓰지 않거나 컬러풀한 스카프 하나만 머리에 두른 젊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이란에서는 지난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가 수상 소감 연설을 하면서 머리수건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보수파의 비난이 일었다. 테헤란 시 경찰이 최근 머리수건을 쓰지 않고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에게 `경고'를 하는 소동도 있었는데, 역설적으로 이슬람 근본주의 나라인 이란에서조차 머리수건을 쓰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슬람 머리수건을 `차도르'로 통칭하곤 하는데, 얼굴을 내놓고 머리만 가리는 일반적인 머리수건은 `히잡'이라 부른다. 차도르는 이란 여성들이 많이 입는 검은색 망토를 가리킨다.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입는 비슷한 종류의 검은 옷은 `부르카'라 한다. 아프간 탈레반 여성 탄압의 상징이기도 했던 부르카는 얼굴을 포함, 신체의 모든 부분을 가리기 때문에 이 옷을 입은 여성들은 앞도 제대로 볼수 없다고. 


삼각형 또는 원형으로 머리와 가슴만 가리는 `키마르'라는 스카프도 있다. 히잡이나 키마르를 한 여성들은 어깨에 `두파타'를 걸치고 `아바야'라는 긴 외투를 입는다. 터키처럼 관광지화한 곳을 빼면, 기본적으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는 머리수건을 쓰지 않은 여성은 들어갈 수 없다. 이라크나 요르단의 모스크 앞에는 가난한 여성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돈을 받고 머리쓰개를 빌려주곤 한다.



차도르에도 패션 바람 (2005.9.26)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쓰개에도 `유행'이 있고 `명품'이 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이슬람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차도르나 히자브 같은 머리 쓰개에 컬러 바람,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파드 전 국왕의 24년 통치가 끝나고 압둘라 새 국왕 체제를 맞은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인들은 사우디가 `검은 황금'이라 부리는 석유 못잖게 `검은 유령'이 많은 나라라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검은 차도르를 뒤집어쓴 사우디 여성 현실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변화는 있다. 긴 웃도리인 `아바야'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아바야 밑단 아래쪽으로 청바지를 내놓고 다니는 소녀들도 종종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 속옷까지 남성들이 판매하는데 대해 여성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사우디 정부는 최근 여성들을 점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다. 이후 리야드 시내 맘라카 백화점은 아예 한 층을 통채로 여성 전용 패션 코너로 꾸몄다. 이 곳에는 버버리 등 유럽 유명 의류메이커의 스카프를 파는 코너가 있어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지난 6월 이란 대선 때에는 버버리 스커프에 구찌 선글래스를 낀 여대생 유권자의 모습이 외신에 촬영돼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았었다. 이란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유명브랜드의 패션 소품이 `차도르 패션'의 액세서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집트에서도 컬러풀하고 무늬가 있는 히자브들이 유행을 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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