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The Anatomy of Fascism (2004)
로버트 O. 팩스턴 (지은이) | 손명희 | 최희영 (옮긴이) | 교양인 | 2005-01-10
파시즘 자체에 별반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지라, 유럽현대사 공부하는 셈 치고 읽었다.
실은 책을 다 읽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독후감을 쓰기 전에 이 책의 ‘의미’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을 못했다. 왜냐? 휴가 받아 노느라...
그러고 나서 까먹어버렸다. 내가 분명 며칠전에 무슨 책 하나를 읽은 것 같은데 뭐였더라... 폼잡으려고 사무실 책상 내려앉도록 쌀가마니처럼 쌓아둔 하드커버 책들을 훑어보니 ‘파시즘’이 보였다. 이런, 까먹고 있었잖아.
책은 아주 묵직하다. 두껍고 자세하고 재미도 있다. 괴물처럼 변신하며 자라나는 파시즘의 정체를 찬찬히,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게,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역사를 결정론적 시각에서 보지 않는다는 것(파시즘은 역사의 ‘당연한 귀결’은 아니었다)도 인상적이다.
“이 책의 목표는 파시즘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찾아냄으로써 파시즘이 지닌 고유한 매력과 그것의 복잡한 역사적 경로, 그리고 파시즘이 지닌 극단의 공포를 더욱 명료하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파시즘이란 개념을 의미의 남용으로부터 구출하는 것이다”.
굉장히 성공적인 저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책을 읽고나니 과연 파시즘이란 개념(말)이 남용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며, 군더더기를 없앤 뒤의 파시즘이란 놈의 실체를 어렴풋이나마 그려보게 된다. 설명이 아주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서 독자가 헤맬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데 난 지금 헤매고 있다. 책에서 이해하지 못할 내용은 별로 없었다. 헤매는 이유는 단순하다. 저자가 말하는 파시즘의 모습에, 이문열의 표현을 빌자면 ‘홍위병’ 혹은 ‘노란 풍선’ 따위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이슬람 극단주의보다 차라리 유대극우주의가 파시즘에 더 가깝다는 저자의 지적은 아주 잘 이해가 되는데, 그런데 나는 이문열도 아니고 조선일보도 아주 싫어하는데, 거기에 이른바 ‘홍위병’들의 모습이 겹쳐서 보이니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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