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딸기21 2005. 7. 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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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Mohammed (2002)
하르트무트 보브친. 염정용 옮김. 배철현 감수. 들녘(코기토)


책 제목이 좀 황당하다. 이 책은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도 아니고, 부제에 붙어 있는 것처럼 ‘이슬람교의 역사와 신화’를 다룬 책도 아니다. 서구의 기존 무함마드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이슬람 옛 문헌사료들을 통해 본 이슬람 초기 성립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슬람교의 ‘역사와 신화’라는 말도 우습지만, 번역자의 수준이 높은 데에 비해 제목이 책의 가치를 많이 갉아먹는다.

200쪽이 채 안 되니,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슬람 사료들을 빼곡히 인용해 무함마드의 행적과 이슬람교 초기 성립과정을 충실하게 재구성해낸다. 저자는 독일의 이슬람/아랍어문학자라고 하는데 기존 서구의 이슬람/무함마드 연구를 섭렵하고 있어 이 작은 책 한권이 예상 밖으로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 사료 중심이어서 학술서 같은 느낌이 강하기는 하지만 의외로 재미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유물론적’ 역사해석을 경계하고 ‘대언자(예언자)로서의 무함마드’를 강조한다는 것. 1400년전 아랍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함마드의 소명 체험이 꾸란과 시라(전기)에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체험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서구 이슬람학자들이 이슬람 성립 당시 사회경제 돌아가는 것과 무함마드의 포교가 가진 정치적 의미만을 부각시켜온 결과, 정작 이슬람의 종교적 측면과 이후 확산-정착 과정이 제대로 설명이 안 됐었다는 반성일 수도.

이슬람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어떤 일에서든 사회경제적 측면만 너무 몰두해서 바라보면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 같은 것을 무시해버릴 수 있고, 오히려 역사를 생생히 재구성해볼 수 없게 만들곤 한다. 요즘 내 관심사가 이런 쪽(‘토대’만 보려 하지 말고 관념론과 같이 놀자)에 가 있기 때문인지, 이 책의 서술 방식이 제법 신선했고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랍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는 데에 굉장히 신경을 쓴 것 같긴 한데, 저자의 원래 표기가 이집트 방언처럼 돼있다는 것. 자지라트 jazirat를 gazirat 라고 쓰고 jinn은 ginn 이라고 쓰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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