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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급식

딸기21 2011. 8. 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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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채식주의자가 됐답니다.
 

올해 65세인 클린턴이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유제품과 계란 같은 동물성 식품들까지 모두 금하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이 됐다고 CNN 방송이 18일 보도했습니다.

클린턴, 엄격한 채식으로 9㎏ 살 뺐다



이유는 건강 때문입니다. 클린턴은 두 번이나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 58세인 2004년 협심증으로 첫번째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두 번째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
상태가 한때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CNN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2004년 첫 수술 받을 당시,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지지 않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두번째 수술 뒤에는 “내가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목숨을 도박에 맡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다는 뜻이겠죠. 그 뒤로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새 9㎏ 감량했다고 하네요.




클린턴의 식성은 유명했습니. 대선 유세 때 도너츠 12개가 든 상자를 보좌진이 말릴 때까지 먹어치워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평소엔 햄버거, 스테이크, 닭고기 요리, 바베큐, 감자 튀김 등을 즐겼다고 합니다.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93년에는 부인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이 대통령 주치의랑 백악관 주방장에게 “제발 기름기 많은 음식을 빼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 식성이 심혈관계 이상을 불러온 큰 요인이 됐겠죠.
지금은 육류, 유제품, 계란 등을 입에 대지 않고 기름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기만 안 먹는 게 아니라, 자기 이름을 딴 자선재단인 빌 클린턴 재단을 통해서 미국 심장학회와 공동으로 미국 내 1만2000개 학교에 운동을 장려하고 건강 식단을 제공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CNN 인터뷰에서도 “어린이들이 나와 같은 심장 질환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클린턴 때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도 비만이죠 -_-
 

앨고어 처음 취임 때 샤프하고 멋진 이미지였는데... 하지만 지금 구글 검색에서 앨 고어 쳐보면 '얼마나 뚱뚱한가' '앨 고어와 다이어트' 이런 류의 기사들과 이미지가 줄줄이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 네티즌들끼리 '앨고어, 너무 뚱뚱한 건가, 그냥저냥 뚱뚱한 건가' 농담들을 하고, 지난번 대선 앞두고 앨고어 재출마설 돌았을 때에는 “대통령 되기엔 너무 뚱뚱한 거 아니냐”는 조크들이 나왔습니다. 우파 상업주의 방송인 폭스뉴스는 2007년에 앨고어의 비포 앤드 애프터를 보여주면서 비꼬았을 정도입니다.



뚱뚱하다고 대통령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고, 뚱뚱하다고 죄는 아닙니다. 그런데 앨 고어의 비만은 좀 다른 방향에서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앨 고어는 아다시피 세계적인 환경주의자죠. 이미 1990년대 초중반부터 <위기의 지구>라는 탁월한 책을 통해 지구환경 위기를 경고했고, 몇 해 전에는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와 저서를 통해서 다시 한번 세상에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그래서 유엔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기후변화협약 정부간 위원회(IPCC)와 함께 2007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자기 집에는 전기 펑펑 쓰는 것으로 소문나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인지는 모르지만, 앨 고어가 황제다이어트, 즉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기를 먹는 다이어트를 한다는 얘기가 나와서 다시 문제가 됐습니다.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육우 산업이 온실가스 엄청난 양 배출한다는 것은 환경 공부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기는 그렇게 쇠고기만 먹느냐는 것이죠.
미국 언론들이 이 문제를 꼬집었지만, 정말로 앨 고어가 고기만 먹었는지, 고기 다이어트를 했는지는 알 수 없네요.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뚱뚱했던 걸로 추정되는 사람은 1909~1913년 집권했던 하워드 태프트입니다. 우리에겐 한반도를 삼키려던 일본의 야욕을 인정해준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는 악연으로 기록돼 있는 인물이죠.
하도 뚱뚱해서 재임 기간 비만 때문에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에 걸렸고, 심지어 백악관 욕조에 몸이 끼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생선, 칠면조, 쇠고기, 돼지고기를 끼니마다 먹었고, 하원의장 접시에서 음식 빼앗아 먹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백악관에서 집무를 보면서도 언제나 과일 타르트에 캬라멜 케익에 크림파이 같은 단 것들을 입 안에 넣고 다녔다고 합니다. 풍자만화에서는 늘 돼지로 등장하죠.
그런데 퇴임을 1년 앞두고 건강 이상이 오자 급 다이어트를 해서 36kg을 뺐다고 합니다.

비만은 아니었지만 로널드 레이건은 젤리빈이라고 부르는 미국 젤리사탕을 떼어놓지 않았다고 하고요. 토머스 제퍼슨은 파스타를 미국에 처음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거슨... 태프트 전용으로 특별히 만들었던 백악관 욕조였다고.
 


비만 때문에 쓰러진 이스라엘 전 총리 아리엘 샤론은 지금도 코마 상태죠.
 

2005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일었을 때 갑자기 이스라엘의 샤론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그 때 77세였던 샤론은 지금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그 이후로 양측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슬픈 사실;;)
샤론은 누가 봐도 너무 뚱뚱했습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발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여러 차례 충고를 했다는 사실이 뒤에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샤론총리는 키가 170㎝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몸무게는 120~150㎏으로 추정됩니다.


쓰러지기 전 샤론의 웅장한 몸매;;


샤론은 아랍권에서 전쟁광으로 비판받던 군인 출신인데, 1980년대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는 중독처럼 많이 먹었습니다. 샤론을 뇌졸중에 이르게 만든 특유의 식생활이 공개됐는데, 불규칙한 식사, 시간 남을 때엔 쿠키와 청량음료, 즐기는 간식은 감자튀김과 햄버거, 좋아하는 메뉴는 기름기 잔뜩인 중동식 고기음식이었다능... 그래서 “이렇게 먹으면 뇌졸중 걸린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은 둘 다 모델 체격이죠.
미셸이 백악관 요리사 샘 카스와 손잡고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었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기네 가족만 잘 먹겠다는 건 물론 아닙니다. 주변 초등학교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여 텃밭 일을 같이 하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친환경 급식 운동을 통해 아동비만을 없애자는 것이 오바마 부부의 생각입니다.

 

 

미셸 오바마의 '먹을거리 원칙'을 좀 엿볼까요.
"텃밭에서 난 토마토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지역 사회 공공텃밭의 신봉자. 먹는 방법을 조금만 바꿔보기, 탄산음료에서 물로 바꾸기, 채소나 과일을 저녁식사에 추가하기, 라벨에 뭐라고 써 있는지 관심을 좀 더 기울이기, 아이들 점심 급식 메뉴에 녹색채소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하지만 얼마 전에는 희한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워싱턴DC에 새로생긴 패스트푸드점에 미셸이 들렀다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일각에서 “왜 기름기 있는 패스트푸드 주문하느냐, 위선자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일부 언론들이 논란을 유도했다고 봐야죠. 하지만 미셸 스스로도 “나도 프렌치프라이 감자튀김 좋아하는데, 문제는 좋아한다고 다 먹는 게 아니라 절제하는 것”이라고 이전에 밝힌 바 있습니다.


오바마 부부는 미국 아동비만 막기 위한 캠페인도 열심이죠.
 

지난해 아동비만 퇴치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1세기 안에 아동비만을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아동비만 퇴치 캠페인은 미셸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동비만이 미국의 국가적인 보건 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인식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2-19세 사이의 유아·청소년 중 32%인 2500만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상태라고 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히스패닉과 아프리카계 청소년의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죠. 그래서 학교 급식에서 정크푸드 퇴출하고 친환경 급식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건강 급식과 아동비만 퇴출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반발도 있습니다. 식품업체,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수백억 달러를 들여 의회에 로비를 하면서 미셸 오바마의 좋은 급식·정크푸드 규제 조치들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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