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은이), 김운비 (옮긴이) | 북하우스
알라딘에서 알게 된 마노아님을 만나 이 책을 선물 받고, 지하철 5호선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몇페이지 읽고, 너무 재밌어서 오랜만에 자기 전에 책 펴들고 누웠다. 보통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잠들기 때문에 잠자리에서 내 책 펼치는 것은 불가능한데, 마침 금요일이었던지라 운이 좋았다. 4분의1쯤 남겨놓고 잠들어서는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다시 펼쳐들고 끝장을 봤다.
남자는 어느날 뚱딴지처럼 자기 집에 나타난 여자, 지금은 코마 상태가 되어 시체처럼 병원요양실에 누워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말하자면 여자는 유체이탈한 영혼 같은 것이고,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이라고 시작되는 여자의 설명은 당연히 남자에겐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로 들리겠지. 그런데도 또한 당연히!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영락없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은 책.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 ‘영화로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에 씌여 있었는데 정말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전형적인 ‘기네스 펠트로 주연’ 로맨틱 코미디 같은 느낌이 났는데, 역자 설명에도 ‘영화에는 기네스 팰트로가 나온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전형적이다(영화맹인 내가 곧바로 배우 감을 떠올렸을 정도이니). 그런데 나는 책 뒷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남자는 여자의 영혼을 몸으로 되돌려보내고, 여자를 깨우는데 성공한다. 의식을 되찾아가는 여자는 남자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이제부터는 남자가 설명할 차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그런데 내가 이 여자라면, 과연 이 남자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를 믿을까, 안 믿을까? 아무래도 믿을 것 같다. 세상은 로맨틱하고, 때로는 코믹하다.
선물받은 책은 표지에 알퐁소 뮈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때 내 홈페이지 프런트를 장식했을만큼 마음에 들어했던 그림. 이 책 선물받기 전날 마고와 뮈샤 이야기를 했었는데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런데...
아마 이 책이 제목이 바뀌어, 더 비싼 버전으로 나온 모양인데 난 절판된 이 버전의 제목이 훨씬 좋다. 새로 나온 책 제목은 '천국 같은'. 쯧쯧.
바로 이거다. 표지 꼴 하고는... 뮈샤가 백배 낫다. 이 만화스러운 표지는 머란 말이냐. 뮈샤 그림 불법으로 땡겨 썼다가 저작권 문제 땜에 표지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화스러운 걸 지향한다면-- 순정만화 표지그림들의 원조야말로 바로 뮈샤라는 사실을 좀 알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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