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태학 Political Ecology: Global and Local (1998)
데이비드 벨아미 (엮은이) | 정규호 (옮긴이) | 당대 | 2005-02-05
‘정치경제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듯한 제목에서 보이듯, 통상의 ‘환경론자들’보다 더 ‘좌파적’인 관점에서 생태위기를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한 책. 캐나다 학자들 위주로 되어있는 탓인지 캐나다 사례가 많은데, 좌파들 으레 그렇듯 붕 뜬 얘기가 없지 않았다. 옮긴이는 ‘생태적 상상력과 급진적 실천의 결합’이라고 추켜올렸는데 읽는 중간중간,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좌우 가르지 말고 구체적으로 알고 앞장서서 실천하는 것이 생태위기에 맞서는 방법 아닌가” 하는 것이다.
환경 위기는 글로벌 자본주의 때문이니깐 착취에 맞서는 것과 생태위기에 맞서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 환경위기가 꼭 글로벌 자본주의 때문일까? 두 개는 연관성이 있지만, 그 연관성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다. 전체주의적인 설명은 이제 그만! 어떤 면에서는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정말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들려주는 반다나 시바의 책을 읽는 편이 더 나을 듯. 환경운동 문제점이야 많겠지만, ‘좌파적 관점이 없어!’ 하고서 비판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좌우 따지다가 환경 파괴된 측면도 있지 않나? 책이 근 10년 전(1998년)에 나온 것이다 보니 환경 이슈 흐름에서 좀 뒤쳐진 듯한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지는 않았고, 간혹 많이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로드니 페퍼 ‘세계정의, 탄소배출권 계획과 지구관리청’의 경우 존 롤즈 정의론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태위기 시대의 지구 윤리를 모색한다. 페퍼가 이야기하는 틀은 (1)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안전과 생존권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 (2) 기본적 자유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3) 평등한 기회와 민주주의 원리 (4)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평등’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수정된 차등의 원리’)이다. 이런 틀들을 좀 숙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 루츠의 ‘지구기후변화’는 기존 생태론에서 ▲과학중심주의 ▲시장만능주의 ▲지구적 관점 일변도라는 점을 비판한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나부터도 저런 함정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환경 문제가 과학과, 돈과 얽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참 본질적이면서 어렵다. 요샌 글로벌한 차원에서 지구온난화 얘기하는 것이 대세이고 또 글로벌한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인 차원에서의 관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구체적으로 ‘사람들’을 생각해야만 한다는 의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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