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변환 Global Transformations
데이비드 헬드 | 앤터니 맥그루 |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 조너선 페라턴 (지은이) |조효제 (옮긴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2-12-02
책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달 걸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익숙하지 않은 경제 용어들이 나오긴 하지만 책 내용이 난해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읽는 데에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은, 책이 두껍기 때문이다. 무려 170쪽에 이르는 기나긴 부록과 주석, 찾아보기를 제외하더라도 710여 쪽 분량. 각종 표에 그래프에, 눈 아프게 만드는 장치들도 많다.
온갖 사료를 동원한 알찬 글 내용과 훌륭한 번역 덕에 머리 아프진 않았다. 지구화(글로벌라이제이션을 ‘지구화’로 번역했는데 통상 쓰이는 ‘세계화’와 개념상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라는 것을 다룬 수많은 책들 중에서 손꼽을만한 ‘역작’에 해당되는, 충실한 연구서다.
저자들은 영국 학자들인데 근대 이후 폭넓은 기간을 놓고 ‘지구화’라는 현상을 영토국가/폭력과 분쟁/지구적 시장과 무역/지구적 금융과 기업/인간의 이동/환경 문제 등 분야 별로 여러 측면에서 조목조목 분석한다.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20세기이지만 분석 대상이 되는 기간은 그 전부터 대략 200년에 걸쳐 있기 때문에 꽤 폭이 넓다. 이 책은 1990년대에 쓰여진 것이어서 수치 자료 같은 것들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몇 년 새에 쉽사리 변하는 수치들에 영향 받지 않을 만큼 포괄적으로 지구화를 다루기 때문에 그다지 시기적으로 뒤쳐진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저자들은 토머스 프린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물론 이 책은 한참 뒤에 나온 것이지만)처럼 낙관론만 쏟아부어대는 ‘과도한 지구화론자’들과, ‘세계화 따위는 없어!’라고 외치는 회의론자들의 중간에서 지구화를 바라본다. 지구화는 실재하는 현상이지만 지구상 모든 지점이 글로벌라이제이션에 평정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 같지만 과도한 지구화론자들과, ‘평평하지 않다’는 것에 지나치게 목숨거는 회의론자들은 의외로 많다. 나 자신도 그 두 갈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반대편을 놓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곤 한다.
워낙 꼼꼼하게 방대한 자료를 담은 책인지라,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로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다 읽고나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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