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전투기가 시리아에서 떨어져 조종사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생포됐다. IS는 자신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격추설을 부인했다. 진실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으나, 이라크·시리아 IS 사태가 요르단을 비롯한 주변국들로 확산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은 IS의 본부가 있는 시리아 동부 도시 라카에 요르단 전투기가 떨어졌으며, IS가 조종사를 생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전투기는 요르단 공군 F16 전투기로, IS 근거지들을 공습하던 중이었다. IS는 웹사이트에 요르단 조종사를 생포했음을 확인하고, “26살의 공군 중위 모아즈 유세프 알카사스베”라고 이 조종사의 신원도 공개했다. IS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는 조종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흰 셔츠 차림으로 무장조직원 10여명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담겨 있다.
시리아 공습 중 이슬람국가(IS)에 생포된 요르단 공군 중위 알카사스베. 사진 EPA
앞서 영국에서 시리아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민간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미국이 이끄는 IS 공습에 참여한 동맹국 전투기가 IS의 대공미사일에 격추됐고 아랍국 출신 조종사 1명이 생포됐다”고 밝혔다. 9월 23일 미국이 시리아 IS 점령지들로 공습을 확대한 뒤 영국·프랑스 등 유럽국들과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 아랍국들이 공격에 동참했으나 미국과 동맹국 병사가 IS 손에 넘어간 것은 처음이다.
요르단 당국은 조종사가 붙잡힌 사실을 인정했다. 무함마드 모마니 요르단 공보장관은 관영 TV에 “공습에 참여하면서 희생이 뒤따르리란 것은 알고 있었다”며 대테러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숱한 전쟁 속에서도 안전지대로 남아있었던 요르단에서는 이번 사건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납치된 조종사 가족들은 IS를 향해 석방을 호소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알카사스베는 공군에서 복무한 지 6년된 장교로, 지난 7월에 결혼한 새신랑이다.
IS 전투원들이 시리아 라카에 떨어진 요르단 전투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라카미디어센터·BBC
요르단은 주변국들의 전쟁과는 선을 그은 채 ‘줄타기 외교’로 생존을 모색해왔다. 비록 전쟁과는 동떨어져 있었으나 국경을 넘어온 시리아 난민 60만명 이상을 끌어안고 있다. 이웃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일어날 때면 요르단 내 팔레스타인 사회는 크게 출렁인다. 붙잡힌 조종사가 IS에 살해되기라도 하면 요르단 내에서 전쟁 참여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은 요르단 전투기가 떨어져 조종사가 생포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격추되지는 않았다”며 IS의 주장과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발표를 부인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 보면 IS에 격추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요르단 정부도 당초 격추됐음을 인정했다가, 미군 성명이 나온 뒤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미군과 동맹국들은 지난 22일까지 이라크에 798차례, 시리아에 554차례 공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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