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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도 안 되나? 파리 테러와 이슬람, 그리고 바비인형

딸기21 2015. 1. 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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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onism. 아이콘(도상, 형상)을 만들지 않는 것을 말하지요. 좀더 종교적으로 말하면 '성상 파괴' 뭐 그런 거랄까.


이슬람은 사람이나 동물 등, '영혼이 있는 것'의 형상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범들은 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평에 그렸을 뿐만 아니라, 모욕적으로 묘사했다며 공격을 한 것이었지요.


표현의 자유 논란은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이슬람의 aniconism에 대해 살짝 들여다볼까요.


먼저, 눈사람 얘기부터 하지요.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에 오랜만에 눈이 왔다. 아이들은 거리로 달려나와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우디의 저명한 이슬람 성직자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은 이슬람에 위배된다”며 난데없이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눈사람도 안 돼?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슬람 학자 셰이크 무함마드 살레 알무나지드는 눈사람이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하며 금지시켜야 한다는 파트와를 내렸습니다(파트와는 이슬람 학자들이 율법을 해석해 내리는 일종의 판결문입니다). 


이 눈사람은 기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boredpanda.com


요르단과 인접한 사우디 북부 타북 주에 눈이 온 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드는 것을 본 아버지들이 웹사이트에서 이를 허용해줘도 되냐고 묻자 알무나지드는 “재미를 위한 것이라 해도 눈을 가지고 형상을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목적이야 어찌 됐든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것은 이슬람에 위배된다는 것이죠. 



그러자 트위터 등에는 이를 비꼬고 반대하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대부분은 아랍어로 쓰인 것들로, 아랍권에서도 이 성직자의 완고한 해석을 비판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한 남성은 아랍 전통복식을 입은 채로 눈사람 옆에 서서 ‘눈으로 된 신부’라며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생각난 김에... [ 환상의 눈(雪) 예술]


논란이 일자 알무나지드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눈사람의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겁니다. 

 

14일 걸프뉴스에 따르면 알무나지드는 2009년에는 미키마우스를 죽여야 한다는 파트와를 내기도 했다고 하네요. 당시 그는 발언 논란이 일자 “미키마우스가 아니라 해로운 설치류를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우상숭배' 금하라는 뜻, 어디까지 확대해석해야 하나


저도 꾸란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aniconism에 대해 찾아보니 꾸란에는 직접적으로 사람 모습을 형상화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부분은 없다고 하네요. 다만 '우상화'를 금했을 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의 구절들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9세기 이후로 무슬림의 다수를 이루는 순니파(순니가 전 세계 무슬림의 90%입니다)는 '살아 있는 생물을 형상화하는 것'을 대체로 엄격히 금해왔답니다. 그래서 모스크에서는 실제로 사람의 형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형상화 금지'를 엄격히 주장한 것은 살라피스트, 와하비라고 부르는 (주로 사우디에 있거나 사우디의 영향을 받은) 근본주의자들이지요.


이와 다르게, 쉬아파들은 좀 덜 엄격합니다. 이란의 알흠다운 미니어처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란은 몽골 지배 시절(일 칸국의 지배를 받았죠)의 영향을 받은 '동양적인' 작품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종교는 그렇다 치는데... 


아니, 눈사람도 안 된다고 하는 성직자가 있다면, 인형도 못 갖고 논단 말인가! 라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합니다.


얼굴 없는 인형...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요. 엄청 엄격한 근본주의자 가족이 아니고서야, 여자 아이들 인형조차 못 가지고 놀게 하겠습니까. 하지만 인형을 놓고서도 논란이 없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게 뭐냐고요. 무슬림 소녀들을 위한 '얼굴 없는 인형'입니다 -_-


영국에서 지난해 12월에 어떤 작자가(일단 B씨로 해두죠. 영국 인디펜던트가 그렇게 소개를 했으니) 무슬림 소녀들을 위한 거라며, '신앙에 위배되지 않는' 얼굴 없는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제품은 중국산, 이름은 Romeisa Deeni Doll 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떤 여자애들이 저걸 가지고 놀려고 할까요. 참나... 암튼 판매가는 25파운드였다나요.


무슬림들도 비웃었다고 합니다. 런던정경대 교수인 저명한 무슬림 학자 파와즈 게르게스는 이 인형을 가리켜 “silliness and foolishness”라 잘라 말했습니다. 


히잡을 쓴 바비


형상화와는 관련 없습니다만, 인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미국 마텔사의 '바비 인형'은 늘 인기와 논란에 휩싸여 있지요. 여성의 신체를 비현실적인 비율로 만들었다, 여성을 상품화한다, 미(美)의 기준을 백인 여성의 모습으로 획일화한다... 


그래서 2005년에 'Fulla'라는 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쁘게 머리수건 두른, 이슬람 버전의 바비 스타일 인형. 



2009년 마텔의 바비인형이 탄생 50년을 맞았습니다. 풀라에 대한 반격;;일까요? 마텔에서 드뎌 '무슬림 바비'를 내놨습니다. (마텔은 바비가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처럼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파일럿 바비'나 '하드록 바비' 같은 것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마이마이 팔린 것은 아니고, 50주년 기념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바비'임을 보여주고자 시험적으로 내놨던 것 같습니다.


암튼, 결론은... 무슬림 소녀들도 인형은 가지고 놉니다!


그럼 인형은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요. 동상은 어떨까요?


세속주의를 내세워온 나라들에, 당연히 동상은 있습니다!!



보이시죠? 바그다드 돌아다니면서 사담 동상 많이 봤습니다. 미국에 쫓겨난 뒤 저렇게 끌어내려졌지만...


지금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 편에 선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도 한창 인기 끌 때 사진& 포스터가 많이 돌았습니다. 그러니 '눈사람도 안 된다'고 한 것은 그저 오버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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