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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압둘라 국왕 타계, 중동은 어디로 향할까

딸기21 2015. 1. 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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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23일(현지시간) 오전 1시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우디 왕실은 압둘라 국왕의 사망 소식과 함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세제(79)가 왕위를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압둘라는 이복형 파드 국왕이 사망한 뒤 2005년 8월 공식 즉위했다. 그러나 파드 국왕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1995년부터 국왕 대행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20년 동안 사우디를 통치해왔다. 장례식은 전통에 따라 이날 바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하루 만에 장례식 치르고 왕위 계승 


왕위 승계는 하루만에 빠르고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사우디의 권력자가 바뀌었다는 것,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계승자에게로 넘어갔다는 것은 중동 역내의 역학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의 입김이 곳곳에서 더욱 강해질 것이고, 사우디의 그늘 아래에 있었던 걸프 군주국가들은 불안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타계한 압둘라 사우디 국왕


압둘라 국왕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고 임종이 멀지 않았음을 알린 것은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었다. 엘시시는 지난 14일 갑자기 사우디를 방문, 입원 중인 압둘라 국왕을 만났다. 엘시시는 압둘라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밝혔지만 역설적으로 이 방문은 사우디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짐작케 했다. 압둘라 생전의 마지막 면담이 된 이 만남에서 엘시시는 사우디 측에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방문은 아랍국가들이 ‘압둘라 사후’에 대해 안고 있는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튀니지 정권이 바뀌고 시리아에 내전이 일어났으나 친미 독재권력의 핵심인 사우디는 건재했다. 


이란 영향력 커질 듯


압둘라는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느린 개혁을 추진하며 자국 내 민주주의 요구를 억눌렀고, 중동의 맏형으로서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축출 뒤 급진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자 사우디는 이들의 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군 장성 출신 엘시시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사우디는 이집트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줬다. 민주화 혁명이 더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주의를 차단하고, 동시에 이슬람 급진세력도 막는 것이 사우디의 목표였다.


사우디의 새 국왕 살만


살만 국왕은 압둘라 만큼의 경륜과 카리스마가 없다. 중동의 양대 축인 이집트와 사우디에서 역내에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지도자가 사라진 것이다. 힘의 공백을 채울 나라는 이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알자지라방송은 “사우디 새 국왕의 최대 과제는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장세력 더 기승 부리나


이란은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시아파 인구가 많은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이어지는 ‘시아 벨트’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했다. 서방과의 핵협상에 나선 이란 온건파 정권이 당장은 자국 내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사우디의 우산이 사라진 뒤에도 걸프국들이 이란의 패권을 억제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예멘에서는 시아파 후티 반군이 22일 대통령을 몰아냈다.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은 지도층이 수니파인 반면 인구 다수는 시아파다. 반미·반왕정 정서가 커지고 있는 바레인의 향방은 걸프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가늠케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수니 국가이지만, 수니 극단세력들은 사우디 친미 왕정도 적으로 규정해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테러를 저지른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는 당초 사우디의 반 왕정 무장조직으로 출발했으나 당국의 소탕작전 때문에 예멘으로 근거지를 옮긴 것이었다. 압둘라는 무장세력들을 억누르려 애써왔으나 사우디의 돈 많은 근본주의자들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에 물밑에서 돈을 대고 있다. 살만이 무장조직들에 강력 대응하지 못하고 이들에게로 가는 가는 자금줄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극단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살만 이후 왕위계승자로 정해진 무크린 왕세제


사우디의 미국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몇년 간 거리를 두는 듯했던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IS가 기승을 부리자 다시 미국과 밀착하기 시작했다. 뉴스위크는 최근 사우디 관리들이 미국을 잇달아 방문해 미 국방부·정보기관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석유장관 교체할까... 국제유가 '불확실성' 더해져


국제유가는 압둘라 타계 소식이 전해진 뒤 반짝 상승했다. 가장 큰 우려는 불확실성이다. 사우디는 저유가 때문에 재정손실을 보면서도 미국산 셰일가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겠다며 감산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석유정책을 주도해온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현재 80세의 고령이다. 살만은 일단 23일 알나이미 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기존 석유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재정압박 때문에 국민들 반발이 거세지면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의 정책이 바뀌지 않더라도, 극단세력이 준동하고 역내 불안이 커지면 유가가 급변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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