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투탕카멘의 굴욕’, 황금가면 수염 떨어지자 박물관 직원이 공업용 접착제로...  

딸기21 2015. 1. 22. 15:49
728x90

‘투탕카멘의 굴욕’.

 

이집트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유물인 고대 파라오 투탕카멘(이집트식으로는 ‘투탕카문’)의 황금가면이 얼마전 파손됐고, 카이로 국립박물관 직원들이 몰래 공업용 접착제로 붙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박물관 직원 3명이 청소를 하던 중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에 달린 턱수염 부분이 부서졌다. 그러자 한 직원이 이를 에폭시 접착제로 급히 붙였다. 에폭시는 석재나 금속 구조물에 많이 쓰이는 접착제다. 열을 가하면 단단하게 굳는 강력 접착제로 산업용·공업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유물 복원에 쓰이지는 않는다. 한번 붙여놓으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리들은 “황금가면을 즉시 보존실로 보냈어야 했지만 다른 전시 준비를 하느라고 에폭시를 썼다”고 변명했다. 심지어 에폭시가 가면의 다른 부분에도 떨어져 굳는 바람에 직원 한 명이 주걱으로 제거하기까지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투탕카멘은 제18왕조의 파라오로, 기원전 1332~1323년 이집트를 다스렸으며 18세의 어린 나이에 숨졌다.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이집트 중부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에서 그의 무덤을 발굴했다. 숱한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들이 수천년에 걸쳐 도굴된 반면 투탕카멘의 무덤은 상대적으로 작아 오히려 피해를 입지 않았고, 황금가면 등 화려한 유물들이 나와 세계 고고학사의 일대 사건이 됐다.

 

이집트는 엄청난 고대유적·유물들을 가진 나라이며, 이집트 최고유물위원회는 정부의 여러 기관들 중에서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을 비롯한 유물들의 해외 대여·전시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가면이 한번 해외 순회전시에 나서면 이집트 정부는 엄청난 이득을 올린다.


 

하지만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정정불안이 계속되면서 유물관리도 소홀해졌고, 관광객도 급감했다. 카이로 국립박물관은 황금가면뿐 아니라 람세스2세의 미이라 등 고대 유물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관리 수준은 유물들의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