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려온 것은 이란인들만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이란의 에너지와 시장을 노리고 진출을 준비해왔다. 엑손 같은 미국 에너지기업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이란 금수조치 법안들을 철회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하곤 했다. 제재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풀리게 된다.
과연 이란의 경제상황과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란의 최근 경제상황은 매우 나쁘다. 자원부국임에도 오랜 고립과 경제제재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 기준 9871억달러로 세계 19위이지만 1인당 GDP는 1만2800달러로 세계 103위에 불과하다. 경제규모는 커지기는커녕 2011년 제재 강화 이후에 오히려 축소됐다. 산업생산도, 일자리도, 생필품도 모두 줄었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1546억배럴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지만 아직 탐사·시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더 늘어날 수 있다.
원유 생산량은 2013년 하루 320만 배럴에서 지금은 270만배럴로 줄었다. 수출량은 지난해 이후 사실상 하루 100만배럴 불과하다. 세계 1위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이 수출량 680만~700만배럴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천연가스 생산량은 1일 1626만㎥로 세계 3위이지만 6700만~6800만㎥씩 생산하는 미국·러시아와 비교하면 역시 크게 차이가 난다. 바꿔 말하면 이란의 에너지는 증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핵 합의 이튿날인 지난 4일 “산유량을 1일 380만배럴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껏 지금보다 100만배럴 가량 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비가 낙후됐거나 모자라는 탓이다. 에너지 증산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설비투자 중심으로 외국 기업들이 먼저 들어가게될 가능성이 높다. 오랜 세월 낙후된 인프라를 보수할 건설·장비업체들도 이란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란 경제 개황(2013년 추정치)
- 국내총생산(GDP·구매력 기준) 9871억달러(세계 19위)
- 1인당 GDP(구매력 기준) 1만2800달러(세계 103위)
- 실질GDP 성장률 -1.5%
- 산업생산증가율 -5.2%
- 공식 실업률 16%
- 물가상승률 42.3%
- 원유 생산량 하루 320만 배럴(세계 7위)
- 원유 매장량 1546억배럴(세계 4위)
- 천연가스 생산량 1626만㎥(세계 3위)
- 천연가스 매장량 33조6100만㎥(세계 2위)
이란 내수시장도 기업들의 관심사다. 이란은 인구 8100만명의 중동 최대 시장이다. 이라크 인구는 3200만명, 사우디아라비아는 2700만명,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560만명, 카타르 212만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제3세계 개도국들과 달리 이란은 1979년 혁명 이전까지 서구식 생활양식을 받아들이고 ‘돈을 써본’ 경험을 가진 부유층과 중산층이 형성됐던 나라다.
제재가 풀리더라도 개혁개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의 상당부분을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등 군부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대선 부정선거 시비 끝에 힘겹게 재집권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경제부문을 대거 혁명수비대 산하로 돌렸다. 당시 선거에서 보수적인 성직자 집단 상당수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에 혁명수비대에 경제권력을 몰아준 것이다.
혁명수비대는 거대한 경제조직으로 변질돼 스포츠카 수입에서 병원과 자동차 생산, 인프라 건설, 에너지 개발 등 경제 전 분야에 손을 뻗쳤다. 혁명수비대와 결탁해 돈을 번 사업가들은 러시아 신흥 재벌들에 빗대 이란판 ‘올리가르히’로 불리기도 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제재 해제로 가는 첫 성과를 거뒀지만 경제개혁에 성공하려면 이들과 맞서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이란 정부도 제재 해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알리 타예브니아 금융경제장관은 6일 “제재가 풀리면 우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것”이라며 “제재가 해제된다 해서 경제의 기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이란데일리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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