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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의 역사

딸기21 2016. 4. 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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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편이지만, 까치에서 최근 몇 년 새 나온 책들을 보다보면 어쩐지 웃기는 느낌이 있다. 뭐랄까, 책들이 진지하면서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책들보다 포장이 매우 소박하다 못해 촌스럽다. 저자의 이름값은 사이언스북스 쪽을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내실이 없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숭산에서 나온 책들처럼 대중교약서적을 살짝 넘어서는 전문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사이언스북스 책들의 문장처럼 유려하지 않으면서 숭산 책들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이라고 해야겠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교양과학서를 재미삼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 읽어보라고 선뜻 권하기는 쉽지 않으니. 정말 어중간하다. ^^;;



이 책, <새로운 생명의 역사>(피터 워드, 조 커슈빙크. 이한음 옮김)도 딱 그렇다.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구의 기나긴 역사, 지구 생명체 탄생의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럼 나는 왜 재미있었느냐. 대기화학 얘기는 첨 들어보는 것들이 많아 좀 어려우면서도 흥미진진.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앵무조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언제, 왜 진화했느냐 하는 것에 관한 설명도 흥미로웠음. 어떻게 티라노가 치킨이 됐느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도 나름 최신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원제는 'A NEW HISTORY OF LIFE'다. 생명의 역사를 기존 과학책과는 달리 새롭게 해석해 소개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새로운 생명의 역사'라는 제목에서는 그런 뉘앙스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대기 중 탄소-산소 농도 변화가 진화의 거대한 추동력 중의 하나였다는 것인데, 이 분야의 문외한이다 보니... 저자들이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학계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크 로스는 포유동물이 거의 치사량에 가까운 황화수소를 마시면 가사 상태, 즉 활동유예 상태(suspended animation)라고 묘사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의 움직임이 우리가 관찰 가능한 차원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호흡과 심장박동도 크게 느려졌다.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도 중단되었다. 조직과 세포의 정상 기능들도 크게 느려졌다. 포유동물들은 체온조절 능력을 잃었다. 그들은 항온 동물, 즉 온혈동물이기를 그만두고, 더 원시적인 척삭동물 상태로 돌아갔다. 변온동물, 즉 냉혈동물 상태가 되었다. 그들은 죽지 않았지만,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일시적이었다. 유한한 시간만큼 유예되었을 뿐이다. 그 기체의 공급을 중단하자, 모든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죽음은 통상적으로 가정하는 것처럼 결정적인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40쪽)



많은 생물학자들은 최초의 생명이 단지 “벌거벗은“ RNA 분자라고 생각 해왔다. 뉴클레오티드 수프 안에서 떠다니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분자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세포와 RNA가 한 단위로 진화했다는 견해가 선호된다. 더 많은 지방과 뉴클레오티드를 획득함으로써 자라는, 작은 RNA 뉴클레오티드를 가진 지방 이중막을 가진 세포라고 말이다. 

작은 뉴클레오티드들은 세포막의 지방 틈새를 지나갈 수 있었지만, 안에 있는 연결된 더 큰 뉴클레오티드들은 너무 커서 세포막을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초기 지구에서 원세포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질은 결합하여 지방(지질) 분자를 형성할 만한 화학물질들이었고, 지질 분자들은 서로 쉽게 결합하여 판 모양을 형성하고, 이어서 공 모양을 이루곤 했다. 

지방분자가 충분히 축적되면, 분자의 화학적 특성 때문에 뒤흔들릴 때 속이 빈 공 모양의 형태가 쉽게 생성될 것이다. 이런 공 모양이 형성되면, 액체 안에 뉴클레오티드가 있을 때 그 분자들이 공 안으로 스며들어가서 RNA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농도가 대단히 중요하며, “전생물적 수프 (prebiotic soup)”라는 비유가 널리 쓰이는 이유이다. 

세포막은 뉴클레오티드만 “먹은” 것이 아니다. 지방 분자도 더 많이 축적할 것이고, 그러면서 소시지 모양으로 길어질 것이다. 이윽고 세포막은 갈라질 것이고 그러면 공 모양의 원세포가 두 개 생길 것이다. 이제 각각은 RNA의 약 절반씩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화가 시작되는 무대이다. 일부 세포는 안에 있는 분자들의 특성에 따라 남들보다 더 빨리 복제되었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자연선택이 작용하기 시작하고, 우리가 아는 생명의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래전 위대한 프랜시스 크릭이 했던 유명한 말처럼, 나머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78쪽)



21억 년 전에 대규모의 산소 급증 사건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 그 사건으로 순수한 적철석(hematite)이 엄청난 규모로 쌓인 세계 최대의 광상 중의 하나가 형성되었다. 바로 남아프리카의 시센 광산이 있는 곳이다. 당시의 지구 대기는 그 뒤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산소 농도가 엄청나게 높았을 것이 분명하다. 

22-20억 년 전의 탄소동위원소 기록을 보면, 학자들이 “로마군디-자툴리 변동(Lomagundi-Jatuli excursion)”이라고 이름 붙인 입이 확 벌어질 만큼 심하게 균형을 벗어난 시기가 있다. 우리 행성의 역사 전체에서 변동이 그렇게 크고 오래 지속된 사례는 다시 없다. 화산에서 뿜어진 탄소는 대부분 유기물질 형태로 격리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기로 산소가 방출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탄소 동위원소 변동은 산소는 있었지만 그것을 호흡할 수 있는 생물이 없던 시기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남세균이 많은 탄소 화합물 을 노폐물로 배출하고 있었지만 그 화합물을 먹이로 삼는 생물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탄소 순환에 큰 폭의 변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산소 농도가 계속 중가하면서, 오늘날보다 대기의 산소압이 훨씬 높은 산소로 과포화한 상태의 대기가 형성되었다. 생명의 역사에 나타난 이 기이한 시대는 산소를 효율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최초의 생물이 진화하면서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효율적인 산소 호흡은 구리를 함유한 특수한 효소가 진화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전혀 새로운 종류의 세포소기관이 출현했다. 바로 진핵세포의 주요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독립생활을 하던 세균일 때 가지고 있던 DNA 중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야말로 산소를 효율적으로 호흡하는 법을 터득한 미생물이었다. 그러다가 세포 안에 갇히면서 20억 년 동안 노예로 살아왔다. 

약 19억 년 전이 모든 진핵생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출현한 연대를 가장 정확하게 추정한 값이며, 그때가 진핵생물이 드디어 진화하여 세계 탄소 순환의 균형을 회복한 시점을 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유독한 산소에 충분히 반응하기까지 생물권은 무려 2억 년이 넘는 세월을 진화해야 했던 듯하다. (106쪽)



녹색황세균과 자색황세균이라고 하는 황을 요구하는 미생물은 지금도 살고 있지만, 산소가 전혀 없으면서 광합성을 할 수 있을 만큼 햇빛이 들어오는 얄은 호수나 일부 해역처럼 가장 유독한 곳에서만 산다. 


WIKIMEDIA



reversehomesickness.com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팔라우의 미크로네시아 섬에 있는 유명한 “해파리” 호수이다. 이곳의 넓은 민물 호수들은 산소가 풍부한 하늘색 물속을 우아 하게 헤엄치는 해파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산소 호흡을 하는 생물들로 가득한 이 수정처럼 맑은 물 아래로 몇 미터만 들어가면, 전혀 다른 층이 나온다. 어둡고, 빛과 산소를 이용하는 우리 같은 생물들에게는 극도로 유해한 곳이다. 이 층은 산소가 거의 또는 전혀 없고, 대신에 황화수소로 포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 층은 짙은 자주색을 띤다. 

자색황세균과 그들의 세계는 우리 세계의 습하고 유독한 골방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약 6억 년 전 마침내 산소 농도가 더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을 때 잃어버린 자신들의 세계를 되찾을 준비를 한 채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다. 그곳을 악의 제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중반에 이 제국은 다시 영토를 되찾곤 했다. (111쪽)



지구는 6억3,500만 년 전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행성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던 마지막 눈덩이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진화적 및 물리적 힘이 발휘돼 원생대 말의 지구는 훨씬 더 지구다워졌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지구와 비슷해졌다는 의미에서다. 해안과 해저에는 지구에 아주 흔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흔한, 예전보다 더 커진 다세포 갈조류, 홍조류, 녹조류가 가득했다. 최초의 동물이 진화할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약 6억3,500만 년 전, 마침내 그 진화 과정이 시작되었다. 새로 명명된 에디아카라기는 마지막 눈덩이 시대가 끝날 때 시작되어 동물임이 너무나도 확실한 생물들이 출현하면서 끝이 났다. 에디아카라기는 고생대가 시작되기 전의 마지막 공식 지질시대이기도 하다. (124쪽)



체절을 가진 동물은 지구의 모든 동물들 중에 가장 다양하며, 대부분은 절지동물이다. 고도로 다양한 곤충 집단을 포함하여, 모든 절지동물의 몸은 그 동물에게서 특정한 기능을 하는 개별 체절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구성단위들과 부위들이 반복되어 만들어진다. 겉뼈대는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허물벗기를 해서 좀 더 큰 껍질로 교체해야 한다. 그 몸은 분화가 잘된 머리 몸통 꼬리로 이루어지며, 각 부위의 비율은 다양하다. 

부속지들도 대개 분화해왔다. 육상 절지동물은 대개 부속지가 (커다란) 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해양 형태는 일반적으로 부속지가 안쪽 다리 가지와 바깥쪽의 아가미 가지라는 두 개의 가지, 즉 두 부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래서 2지형(biramous)이라고 한다. 산소를 얻기 위해서, 모두 바다에서 살았을 최초의 절지동물들은 특수한 호흡 구조 즉 아가미를 진화시켜야 했다. 제절을 가진 동물은 지구의 동물들 가운데 가장 다양하다. 캄브리아기에 왜 그토록 많고 그토록 다양한 절지동물들이 살았을까? (147쪽)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진화적 혁신이 어떻게 일어날까 하는 문제는 전통적인 다윈주의 진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탁월한 이보디보 연구자 숀 캐럴이 말하는 첫 번째 “혁신의 비밀”은 “기존의 것을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이 비밀의 핵심에는 “자연은 땜장이이다”라는 개념이 놓여 있다. 이미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비밀은 다윈이 이해했던 두 측면들이다. 다기능성(multifunctionality)과 중복성(redundancy)이다. 다기능성은 기존의 형태나 생리를 이용하여 처음에 진화했던 기능에 어떤 두 번째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중복성은 어떤 기능을 맡은 구조가 여러 부위로 이루어져 있을 때를 말한다. 그 부위 중의 하나를 뽑아서 새로운 일을 맡기고 다른 부위들은 전에 하던 기능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혁신을 이루기가 훨씬 더 쉽다. 마지막 비밀은 모율성(modularity)이다. 절지동물처럼 체절로 이루어진 동물, 그리고 그보다 덜하지만 우리 척추동물도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이보디보는 어디에서 작동하는 것일까? 이 형태들은 형태적 변화를 위한 부드러운 반죽임이 드러난다. 그 밑바탕에는 유전적 “스위치”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들은 발생하는 배아에서 절지동물 혹은 척추동물의 다양한 부속지가 형성될 바로 그 지점에 놓여 있다. (153쪽)


절지동물은 곧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이 되었으며, 그 뒤로 죽 같은 상태를 유지해왔다. 일부에서는 오늘날 딱정벌레만 3,000만 종이 넘는다고 추정한다! 이보디보는 그 이유를 말해준다. 모든 체제 가운데, 절지동물의 체제처럼 쉽고, 빠르고,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캐럴의 비결 목록과 같다. 절지동물은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새로운 기능에 전용될 수 있는 중복된 형태를 가지며, 체절로 구성된 전반적인 체제의 특정 영역을 쉽게 변형할 수 있는 일련의 혹스 유전자들을 가진다. (155쪽)


규모가 가장 컸던 사건들을 “5대” 대량멸종이라고 하며, 그 사건 때마다 적어도 50퍼센트가 넘는 종이 사라졌다. 캄브리아기 말의 대량멸종은 사실 서너 번에 걸쳐 진행된 더 규모가 작은 사건들의 집합이다. 주로 삼엽충을 비롯한 해양 무척추동물, 특히 완족류가 피해를 입었다. 해양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치는 산소가 적은 따뜻한 수괴가 늘어난 젓이 이 대량멸종의 원인이라고 오래 전부터 받아들여져 있었다. 대량멸종 이후, 따라서 오르도비스기 초에 새로 진화한 삼엽충들은 체제 전체가 바뀌었다. 거의 다 체절의 수가 줄었고(포식자는 체절이 더 적고 더 두꺼운 쪽보다 체절이 더 많은 쪽이 부수기가 더 쉽다) 더 발달한 눈과 방어 갑옷, 특히 공벌레처럼 몸을 말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169쪽)



최대 승자는 유례없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진화시킨 동물들, 바로 군체성 동물들이었다. 많은 종류의 식물 미생물, 원생동물을 비롯하여 훨씬 더 단순한 체제를 가진 생물들도 이따금 군체를 형성하곤 했지만, 오르도비스기의 특징인 거침없는 다양화를 주도하고 추진한 것은 군체 생물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산호동물, 태형동물, 새로운 형태의 해변동물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다양화가 일어난 이유는 산소 때문이었다. (176쪽)


지금까지의 자료는 (적어도 해양동물들에게서는) 세계의 생물 다양성이 산소 농도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동물이 무산소 조건에서는 잘 견디지 못하므로, 그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점은 기원속도(종 또는 공통 조상에서 나온 유연관계가 있는 종들의 집합인 속이 출현하는 속도)가 산소 농도와 반비례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실루리아기와 석탄기에는 산소 농도가 급증했는데, 그 시기에 생물 속의 기원속도는 가장 낮았다. 산소 농도가 높은 시기는 경기가 호황을 누리는 시기와 비슷하다. 실업자가 거의 없고 기업은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신설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창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늘어나는 듯하다. 신설 기업이 많아지지만, 그중 대다수는 금방 파산하며 예전에 성공했던 많은 기업들과 더불어 사라진다. 높은 산소 농도는 호황기를 의미한다. 종이 아주 많으며 새로운 종은 그다지 출현하지 않는다. 산소 농도가 낮을 때에는 신종의 수는 늘어나지만, 신종이 대체하는 속도보다 기존 종이 죽어가는 속도가 더 빨라서 전체 종수는 줄어든다. (183쪽)



생물의 크기는 대기 산소 농도와 관계가 있는 듯하다. 대기에 산소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몸집이 더 커질 수 있었고, 산소 흡수속도와 양을 늘리는 적응력을 갖추며 거대해지는 사례도 종종 나타났다. (113쪽)


육상 절지동물을 보면, 절지동물 체제의 두 가지 측면이 포유동물처럼 커다란 몸집을 가지는 것을 제한해왔고 지금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그중 하나는 겉뼈대이다. 절지동물 겉뼈대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키틴의 강도와 규모에 따른 특성 때문에, 인간만한 거대한 개미, 거미, 전갈, 사마귀는 짜부라들 것이고 다리는 부러질 것이다. 크기를 제한하는 두 번째 측면은 호흡이다. 곤충, 거미, 전갈은 산소가 몸의 가장 안쪽까지 확산되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만 몸집이 한정되는 듯하다. 오늘날 몸길이가 약 15센티미터를 넘는 곤충은 없다.



메가네우라. healeyhero.co.uk


닉 레인은 2002년 책 <산소(Oxygen)>에서 석탄기의 높은 산소 농도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레인은 “볼소버 잠자리(Bolsover Dragonfly)“라는 장에서 1979년에 발견된 날개폭이 약 50센티미터에 이르는 잠자리 화석을 설명한다. 석탄기 화석 중에는 날개폭이 75센티미터나 되는, 그보다 더 큰 메가네우라(Meganeura)라는 잠자리도 있었다. 이 거인들은 몸도 날개에 걸맞게 커서, 몸의 폭은 2.5센티미터, 길이는 거의 30센티미터에 달했다. 갈매기만 한 잠자리이다. 날개폭이 48센티미터에 이르는 하루살이와 다리 길이가 46센티미터에 달하는 거미, 몸길이가 1,8미터(혹은 그 이상)인 노래기와 전갈도 있었다. 몸길이가 90센티미터인 전갈은 몸무게가 23킬로그램 쯤 나갔을 것이고, 양서류를 비롯한 모든 육상동물의 가공할 포식자였을 것이다 (218쪽)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양막란이 진화함으로써 파충류, 조류, 포유류는 조상 집단인 양서류와 갈라졌다. 화석 기록은 유양막류(有후陳類)가 단일 계통임을 시사한다. 즉 양막란이 두 차례 이상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뜻이다.

거대한 양서류에 비해서, 최초의 진정한 파충류는 머리뼈 말고도 더 빨리 더 잘 이동할 수 있도록 적응된 뼈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몸에 비해서 꼬리가 아주 길었다. 그들이 최초의 양막란을 낳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지층에 알 화석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페름기 초인데 이 화석도 한 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양막란으로 나아가려면 아마도 양서류와 비슷한 (건조를 막아줄 막이 없는) 알을 육지의 축축한 곳에 낳는 단계를 거쳤을 것 이다. 전적으로 육지에서 번식을 하려면 배아를 감싸는 막들(장막과 양막)과 그것을 감싸는 가죽질이나 석회질이면서 구멍이 있는 껍질이 진화해야 했을 것이다. 결코 언급된 적이 없어 보이는 한 가지 가능성은 이 최초의 사지류가 태생을 진화시켰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발달이 상당한 수준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암컷이 배아를 몸 안에 품고 있는 방식이다. (225쪽)


미시시피기가 끝나기 전에 크게 세 부류의 파충류 집단이 갈라져서 독자적인 집단을 형성했다. 첫 번째 집단은 포유류를, 두 번째 집단은 거북류를, 세 번째 집단은 다른 파충류 집단들-그리고 더 나아가서 조류-를 낳았다. 관습적으로 사람들은 현생 거북류, 도마뱀류, 악어류를 포함한 분류군을 파충강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지금은 학술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통해서 파충류를 정의할 수 있다. 즉 조류와 포유류가 가진 특징들이 없는 유양막류가 파충류라는 것이다. (229쪽)


두개골에 난 구멍의 수는 이 세 주요 “파충류” 집단을 구분하는 편리한 방법이다.무궁류( anapsid, 거북의 조상)는 머리뼈에 창(窓), 즉 큰 구멍이 전혀 없으며, 단궁류(synapsid, 포유류의 조상)는 하나가, 이궁류(diapsid, 공룡, 악어 도마뱀 뱀)는 두 개가 있다. 화석 기록상 이 세 집단은 모두 대기 산소 농도가 높은 시기에 출현했다.

이궁류가 다양화를 이룬 것은 페름기 말, 역사상 가장 큰 대량멸종을 일으킨 산소 위기가 한참 진행될 때가 되어서였다. 그들은 공룡을 낳았다. 이궁류는 날랜 육식동물이었다. 무궁류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거북이 발로 빠르게 돌아다닌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것이 바로 무궁류가 진화한 방식이었다. 마지막 주요 파충류 집단은 단궁류로서, 우리의 공통 조상이었다. (231쪽)



역사상 없던 가장 정교하면서 효율적인 허파를 진화시킴으로써 트라이아스기 말 산소 농도가 낮은 생물권의 죽음의 나선에서 빠져나온 것은 공룡이었다. 페름기 대멸종이라는 거대한 재앙이 일어난 지 겨우 5,000만 년 뒤인 약 2억 년 전, 트라이아스기는 또 다른 유혈 사태로 끝을 맺었다. 이 멸종을 겪은 많은 육상동물 계통 가운데, 용반류 공룡만이 상처 하나 없이 헤쳐 나왔다. 트라이아스기 말의 대량멸종은 육지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었다. 껍데기 안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드는 두족류도 대부분 전멸했다. 

아마도 공룡에 관해서 가장 흔히 묻는 질문은 어떻게 멸종했는가일 것이다. 그래서 공룡이 온혈이었냐는 질문은 그 질문에 밀리거나 묻히곤 한다. 공룡에 관한 질문들의 목록을 죽 훑어 내려가다 보면, 공룡이 왜 멸종했나라는 질문과 정반대편에 선 질문이 나온다. 그들이 왜 죽었나가 아니라, 처음에 왜 진화했나 하는 것이다. (281쪽)


최초의 육상 사지류의 체제는 몸통 양쪽으로 다리를 펼친 자세로 기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체제에서 걷거나 달리려면, 몸통을 먼저 한쪽으로 비틀었다가 반대쪽으로 비트는 식으로 휘어야 한다. 이렇게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일그러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호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걸음을 옮기는 사이사이에 호흡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동물은 달리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현생 양서류와 파충류는 달리면서 동시에 숨을 쉴 수가 없으며, 달리는 데에 능한 파충류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파충류와 양서류가 매복했다가 덮치는 포식자인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먹이를 뒤쫓아 달리지 않는다. 현생 파충류 중에서 달리기를 가장 잘하는 것은 코모도 왕도마뱀이다. 이들은 먹이를 공격할 때 10미터쯤 달리기도 한다. 이렇게 이동과 호흡을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을, 발견자인 생리학자 데이비드 캐리어의 이름을 따서 캐리어의 제약(Carrier’s constraint)이라고 한다. (227쪽)


두발 보행이라는 초기 공룡의 체제는 중기 트라이아스기의 낮은 산소 농도에 대한 반응으로서 진화했다. 최초의 공룡은 두 발로 섬으로써 캐리어의 제약에 따른 호흡 한계를 극복했다. 트라이아스기의 낮은 산소 농도가 이 새로운 체제를 형성시켜서 공룡의 출현을 촉발한 것이다. 최초의 공룡은 모두 두발보행을 했고 새로운 유형의 허파와 호흡계를 갖춤으로써 산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인 육상동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살아남은 동물들, 우리가 조류라고 부르는 동물들은 이 우수성을 간직하고 있다. (285쪽)



쥐라기에 산소 농도는 서서히 증가하여 후반기에는 15-20퍼센트에 이르렀다. 공룡의 수가 사실상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악기 내내 산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했고, 공룡의 수도 마찬가지였다. 후기 백악기에 공룡의 수는 크게 증가하여 진정한 공룡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쥐라기 말에 산소 농도가 급증한 시기는 공룡의 몸집이 커진 시기이기도 하며, 쥐라기 말부터 백악기 내내 역사상 가장 큰 공룡들이 활보했다. 

중기 백악기에는 속씨식물이 출현함으로써 꽃 혁명이 일어났고, 백악기 말 무렵에는 쥐라기를 지배했던 침엽수가 대부분 꽃식물로 대체된 상태였다. 속씨식물이 출현하면서 더 많은 식물들이 생겼고, 곤충의 다양화를 촉발했다. 모든 생태계에서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점도 마찬가지로 다양성을 촉발했을 수 있다. (284쪽)


공룡은 냉혈동물인 현생 파충류와 전혀 다르고, 온혈동물인 현생 조류와 매우 비슷한 호흡계를 가졌다. 현생포유류는 모두 허파꽈리를 가진 허파를 가지고 있지만, 현생 거북류, 도마뱀류, 조류, 악어류-그리고 나머지 모든 파충류-는 격벽으로 이루어진 허파를 가진다. (289쪽)


현재의 대기 산소농도는 21퍼센트이다. 그러나 악어와 곤충을 연구한 자료들은 그들의 최적발달이 산소 농도가 27퍼센트일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보다 더 낮거나 높은 산소 농도에서 배양한 알은 발달하여 부화하기까지 더 오래 걸린다. 파충류가 처음에 산소 농도가 비교적 높은 세계에서 출현했다. 바로 석탄기였고, 그 시기의 산소 농도는 27퍼센트를 넘었다. 이 초기 파충류는 양막란을 개발했다. 

그러나 지구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증가함에 따라서, 파충류 알은 죽음의 덫이 되었을 것이다. 알 안으로 산소가 충분히 확산되어 들어가지 못하는 반면, 바깥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물은 너무 많았다. 새끼를 낳는 것이 고온과 낮은 산소 농도(기온이 올라가면 더욱 심해진다)에 더 잘 대처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태생의 진화는 후기 페름기에 지구 산소 농도가 낮아진 데에 대한 반응이었을지 모른다. (310쪽)



오늘날 가장 큰 조개인 열대의 대왕조개는 끝에서 끝까지의 길이가 1,8미터에 이르고,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까지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으로 큰 조개인 코끼리조개는 길이가 기껏해야 30센티미터이고 생체 조직의 무게는 0.5-1킬로그램에 불과하다. (321쪽)


온실 바다의 마지막 영역은 중간 수역이다. 즉 햇빛이 닿지 않을 만큼 깊지만, 정체된 바닥보다는 수십 킬로미터 위에 있는 물을 말한다. 현재의 대양에서 이 드넓은 중간 해역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단일한 서식지이며, 해수면과 그곳의 햇빛 및 대기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해저와도 접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도록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이 산다. 이곳의 삶은 “사이”에 머무는 데에 달려 있다. 따라서 중간 부력을 이루고 유지하는 적응형질이 생존에 대단히 중요하다. 오늘날의 대양에서 몸집이 조금 있는 동물들 가운데 이 해역에 가장 흔한 것은 오징어이다. 이들은 촉수나 지방이나 가벼운 화학물질이 농축된 몸속의 주머니를 이용하여 떠 있도록 진화했다. 주머니에 농축된 암모니아가 풍부한 물질들은 몸 전체를 바닷물보다 가볍게 할 수 있을 정도이다. (322쪽)



현생 태반류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집단에는 코끼리, 땅돼지, 매너티, 바다소, 바위너구리가 속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이 이전의 초대륙 판게아에서 쪼개 질 때, 이 동물들도 함께 딸려 와서 수천만 년 동안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남아메리카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과 갈라져서 수백만 년에 걸쳐 멀어져갔고, 남아메리카에서는 나무늘보, 아르마딜로, 개미핥기가 진화했다. 북쪽의 대륙들은 물범 소, 말, 고래, 고슴도치, 설치류, 나무땃쥐, 원숭이, 이윽고 인간까지 포함하는 지구에서 가장 젊은 태반류를 가지고 있다. 345 



앵무조개는 대단히 강하며, 물 밖에 내놓아도 견딜 수 있다. 그들은 10-15분 동안 물 밖에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속에서 진화한 것들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힘센 아가미로 엄청난 양의 물을 걸러서 산소를 흡수하므로, 산소 농도가 낮은 물에서도 충분한 산소 분자를 얻을 수 있다. 앵무조개는 산소 농도가 낮은 상황에 접하면, 두 가지 행동을 한다. 첫째 물질대사를 늦춘다. 둘째, 강하게 헤엄치는 능력을 이용하여 먹이가 아니라 산소 농도가 더 높은 물을 찾아서 아주 멀리까지 나아간다. (319쪽)


paleoaerie.org


칸칸이 나뉜 껍데기를 가진 앵무조개는 대량멸종의 총알을 뒤뚱거리면서 피한 동물이다. 앵무조개류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출현했다. 그들은 아직 우리 곁에 있지만,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태평양의 여러 지역에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껍데기를 원하는 수요 때문이다. 과거의 대량멸종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생물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류가 일으키는 대량멸종은 다른 식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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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미국으로 수입된 앵무조개 껍데기만 해도 50만 개나 된다. 그러나 앵무조개는 교역 대상이 되기 이전에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원래 그들은 칼슘이 많은 얕은 바다에서 껍데기를 성장시키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그 뒤에 중생대 해양 혁명이 일어났다. 앵무조개류의 단단한 껍데기는 그 전까지는 아무도 깨지 못했지만, 백악기와 그 이후에 이 단단한 껍데기를 쉽게 캘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어류가 출현했다. 앵무조개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꾸준히 점점 더 깊은 물로 옮겨감으로써 이 새로운 진화적 및 생태적 스트레스에 대처했다. 그들은 성장속도가 더 느려졌다. 예전에는 다 자라기까지 l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10-15년이 걸린다. 지금 그들은 심해 동물로 살아간다. 아무리 애써도 살기 힘든 자원도 적고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적은 개체수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포식자들이 그들을 따라서 내려가고 있다. (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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