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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하드 브렉시트’로 간다...영국의 선택,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딸기21 2017. 1. 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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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61)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공식 천명했습니다. EU와의 끈을 끊고 ‘유럽 국경 너머의 나라’가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탈퇴 절차는 3월부터 시작됩니다. 시장은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도 EU에서 떨어져나갈 영국과의 무역협정 체결 등 브렉시트에 따른 절차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메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영빈관인 런던 랭커스터하우스에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연설하면서 “EU 단일시장을 떠날 것이며 관세 협정들을 새로 맺겠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이는 “EU를 결코 떠나지 않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이는 “단일시장에 머무는 한 EU의 규제에 매일 수 밖에 없고, 관세동맹은 우리가 유럽 바깥 나라들과 포괄적 무역협상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고 했습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Getty Images


그는 “과도기적 지위가 한없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그런 상태가 되면 영원히 ‘정치적 연옥’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EU 탈퇴 조항에 정해진 시한인 2년 안에 협상을 끝내 단계적 브렉시트를 완료하겠다는 것입니다. 메이는 “영국이 글로벌 국가로서 유럽의 이웃이자 친구로 남길 바란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유럽의 국경 너머의 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후손들은 우리가 그린 더 밝은 미래를 볼 것이고 더 나은 영국을 만들어줬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렉시트, 어떻게 결정됐나


지난해 6월 23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영국인들의 52%가 EU 탈퇴에 표를 던졌습니다. EU에 남아있겠다는 응답은 48%, 투표율은 71.8%로 높았습니다.

이 여파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물러나고, 같은 보수당의 테레사 메이가 총리가 됐지요. 캐머런 내각의 내무장관을 맡고 있던 메이 본인은 EU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1972년 이래 45년만의 EU 탈퇴를 책임져야 하는 운명이 됐습니다. 

브렉시트 결정 뒤 파운드화는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세계 시장의 충격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국가신용등급 트리플A를 유지하고 있고, 런던 증시는 곧 국민투표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0.5%에서 0.25%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 추이



■영국의 탈퇴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영국을 포함해 현재 EU 회원국은 28개국입니다. 회원국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탈퇴조항인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됩니다. 이후 최대 2년에 걸쳐 탈퇴 협상을 하게 됩니다. 메이 정부는 3월 말까지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되겠지요. 

이후 2년간 협상하게 돼 있습니다만, 유럽의회 인준까지 거치려면 협상안을 검토할 시간이 반년 가량 필요하기 때문에 EU 회원국들은 2018년 10월 이전까지는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영국은 그 이듬해, 즉 2019년 3월 말까지 협상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협상이 끝나면 영국을 뺀 나머지 27개 회원국은 마련된 협상안을 놓고 토론을 합니다. 20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그리고 그 20개국의 인구가 역내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되면 가결됩니다. 유럽의회의 인준을 거쳐 영국의 탈퇴가 완료됩니다.


■협상의 변수는


메이의 선택은 어느 정도 예상됐습니다. 메이 본인은 당초 브렉시트에 반대했으나 총리가 된 뒤에는 “탈퇴는 탈퇴”라며 다른 길은 없다고 못 박았지요. 그러면서 EU와의 협상을 강경파에 맡겼습니다. 메이는 이번 연설에서 “이민자 숫자를 제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메이가 드디어 진실을 이야기했다”고 썼고, 르피가로는 “메이는 경제보다 정치를 택했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회원국의 탈퇴는 EU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복잡한 쟁점들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당장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지, 아니면 의회 동의 없이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영국 대법원이 이달 중으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 총리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지 결론 낼 재판과 상관없이 5월 중 탈퇴 여부를 놓고 의회 표결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인 보수당은 물론, 브렉시트에 반대한 노동당도 대부분 국민투표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일정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BBC는 분석했습니다. 


■협상을 이끌 인물들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메이 총리입니다. 그와 함께 협상을 주도할 사람으로는 브렉시트 캠페인에 앞장섰던 보수당 유력 의원 데이비드 데이비스, 국방장관을 지냈고 역시 브렉시트파의 선두였으며 지금은 교역장관을 맡고 있는 리엄 폭스, 그리고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이 있습니다.

이들과 협상할 EU 측 대표는 프랑스 정치인 출신인 미셸 바르니에 전 집행위원입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7월 지명한 협상대표이지요. 바르니에는 프랑스 외무장관과 농업장관을 지냈고, 2010~2014년 EU 집행위에서 내부시장·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을 맡아 유로존 국가부채 해결을 주도했습니다. 

영국 언론들 분석을 보면 바르니에는 집행위원 시절에도 유로존 규제를 강조한 원칙주의자라고 합니다. 또 자유시장을 중시하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모델'을 반대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융커는 '반 영국 강경파'를 영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내보내기로 결정한 셈입니다. 

바르니에와 맞설 영국 협상대표 데이비스 역시 오래 전부터 EU를 비판해온 유럽통합 회의론자여서, 강대강 대결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영국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협상대표와 EU의 미셸 바르니에 협상대표

■협상할 안건들은


리스본조약에 따르면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앞서 캐머런 전 총리는 "협상에 7년 정도 걸릴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아마도 돈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영국은 EU에서 3위 안에 드는 돈줄이었습니다. 2017~2020년 EU 예산분담금 566억파운드도 이미 내놨습니다. 그 중 공동정책 등으로 돌려받은 것을 빼면 263억파운드, 약 43조원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시민들과 EU 내 영국인들의 이동 권리, 거주권, 노동권 등을 놓고도 치열한 협상을 해야 합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EU 법률이 떠맡고 있던 법률들을 독자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 EU 회원국들은 물론,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온갖 협정을 다시 맺어야 합니다. BBC 등에 따르면 EU가 세계 각국과 맺은 조약 중 78개를 영국이 따로 협상해 체결해야 한다고 하는군요.

메이 총리는 이미 지난해 EU 법안들을 무효화하고 영국법이 우선하게 하기 위한 '대폐지법안(Great Repeal Bill)'을 제안했습니다. 오는 5월 중에 발효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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