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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그린, '멀티유니버스'

딸기21 2017. 10. 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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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박병철 옮김. 김영사


'엘러건트 유니버스'하고 '우주의 구조'는 매우매우 어렵고 뭔소린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멋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멀티유니버스는...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제목의 책에 끌리진 않았을 것 같다. 원제는 <숨겨진 실체 Hidden Reality>이고, 한국판 제목이 다중우주를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한국판 제목이 더 나은 듯하다. 오래 전에 사뒀던 책이 책장 어딘가에 숨어 있었고, 이사해서 책장을 정리하는 도중에 발견되어 뒤늦게 읽었다. 



숨겨진 실체라니. 뒷부분에서 저자는 그 '실체'의 하나가 수학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수학에 문외한인데다 워낙 어려운 내용을 뭉뚱그려 '의미는 이런 거야~' 식으로 설명해놨기 때문에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전작들이 끈이론을 설명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끈이론을 비롯한 이론물리학의 논리적 귀결이 '다중우주론'임을 설명하면서 끈이론을 그 중의 하나로 포함시키는 형식이다. 저자는 '누벼 이은 다중우주론', 인플레이션론에서 이끌려나온 다중우주론, 끈이론에 바탕을 둔 다중우주론, 거기서 발전한 막(브레인)을 통해 끌고나온 브레인 다중우주론, 역시 끈이론과 연관돼 있는 경관(랜드스케이프)다중우주론, 양자다중우주론, 호킹의 블랙홀 정보이론에서 나온 홀로그램 다중우주론, 궁극적 다중우주론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우주가 참 많기도 많다! 이런저런 이론들을 설명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우주상수, 인플레 우주론, 끈이론, 양자론 등을 적당히 훑고 지나가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뜬구름 잡는 소리인데다 뜬구름이 정말 높이높이 떠서 도대체가 과학의 어느 부분에 위치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과학저술가로서 브라이언 그린의 최대 강점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비유를 쓴다는 것인데, 전작에서 언급했던 '빵 토막을 잘라낸 단면같은 우주'라든가 구멍투성이 치즈같은 비유들이 이번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향하면서... 만물의 실체는 저 멀리에 있으며 우주는 그 투영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홀로그램 우주론이라든가 철학의 영역에 더 가까울 것같은 궁극적 다중우주론에 이르면 정말이지 이것이 과학 맞나 싶을 정도. 그러니 저자는 "이러저러하게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다 보면 '다중우주론'에 도달하게 된다"면서도 자꾸 사설을 푼다. 실험적 증거는 없으며 심지어 이런 게 과학이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수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다중우주론이며...


어찌 됐든 재미가 없지는 않았으나, 중력파가 노벨상을 받는 시대에... 읽고 나서 정리해두지 못한 킵 손의 <블랙홀과 시간여행>에 5배 정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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