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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Q&A] 위안화 환율 올린 중국...미·중 환율전쟁 어디로?

딸기21 2019. 8. 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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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이 12일 위안화 환율을 또 올려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12일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1% 오른 7.0211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고시된 중간 환율의 상하 2% 내에서 거래된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31일 이후 8거래일 연속으로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올렸다.

 

지난 5일 중국 위안화가 달러 당 7위안을 넘기면서 위안화 가치가 11년만에 최저로 떨어지자, 미국은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서로 보복관세를 매기며 무역갈등을 벌여온 두 나라는 환율전쟁 단계로 들어섰다. 미국 투자사 골드만삭스는 11일 올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낮추면서 “무역전쟁이 더 심해지면 글로벌 경기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어디로 갈 것인지 정리해본다.

 

위안화 가치는 얼마나 더 떨어질까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8일에는 아예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앞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시장에서 정해진 것”이라며 인위적 개입을 부인했지만, 중국 정부가 기준환율 고시를 통해 시장에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위안화가 달러당 7.5~8.0위안 선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 속에서도 무역흑자를 유지하려면 수출을 더 늘려야 한다. 보복관세를 상쇄할 수 있는 선이 7.5~8.0위안이다. 이 예측대로라면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단계적으로 끌어내리고, 그때마다 시장이 요동을 칠 게 분명하다.

 

위안화 환율은 그동안 어떻게 움직였나

 

중국은 달러와 위안을 묶었던 페그제를 2005년에 폐지했다. 그후 위안화 가치가 가장 낮았을 때 달러 당 8.27위안이었다. 미국이 평가절상을 계속 요구하자 이후 10년 간 중국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33% 끌어올려줬다. 그 결과 위안이 가장 고평가됐던 2014년에는 6.06위안까지 갔다. 2015년 중국은 결국 위안화를 절하했고, 자본 유출과 환율시장의 격동이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그렇다면 중국은 환율조작국인가

 

2013년까지는 고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인위적으로 막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 재무부의 기준으로 봐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나 대만 등이 시장개입은 더 많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이었던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는 9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 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시장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했다.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올려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을 덜 사게 만들면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IMF도 10일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중국의 편을 들어줬다.

 

IMF는 미·중 환율전쟁에서 뭘 할 수 있나

 

189개 회원국의 통화정책과 환율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IMF의 기본 업무다. IMF는 이를 통화 감시(surveillance)라고 부른다. 감시활동은 회원국 연례 방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정부와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외적 위험요인을 청취하고, 환율과 통화량, 재정건전성, 규제정책 등을 평가한 뒤 IMF 이사회에 평가보고서를 제출한다. 이사회는 보고서를 검토한 뒤 해당 국가에 통보하고 시정 사항이 있으면 요구한다.

 

IMF에서 아직까지 중국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위안화는 2016년 10월에야 이 기구의 특별인출권(SDR)에 포함됐다. 달러, 유로, 엔, 파운드와 함께 SDR 바스켓에 들어감으로써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긴 했으나 기여도에 따라 투표의 비중이 달라지는 IMF 시스템에서 중국의 투표권 비중은 6.09%에 불과하다. 미국은 16.52%를 갖고 있다.

 

위안화 절하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기부자들과 골프를 치러 가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며 큰소리쳤다. 정치적 압박 외에 미국이 위안에 맞서 달러 가치를 낮추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을 압박해 금리를 낮춤으로써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연준을 압박해왔고, 이 때문에 앨런 그린스펀과 재닛 옐런 등 전직 연준 의장들이 공개서한으로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준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려 나설 수도 있다. 중국 정부 채권을 매입해 달러를 푸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똑같이 미 재무부 채권 매입으로 대응할 수 있다. 프랭클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환율전쟁에 나서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고, 그러면 투자자들이 달러를 쟁여놓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달러는 결국 강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율전쟁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은

 

미국 분석가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위협이 되는 것은 위안화의 글로벌화”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위안화를 떨어뜨려 당장 수출을 늘리는 것을 넘어, 위안화를 통해 ‘세계통화 달러’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늘려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중국 정부가 이미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 “무역전쟁의 다음 격전포인트는 금융부문이 될 것이라는 신호들이 나온다”며 중국 당국이 금 보유고를 8개월째 늘려왔다고 보도했다. 금융분석가 저우룽은 11일 이 신문에 “미국이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제한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은) ‘금융전쟁’이나 ‘기술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전쟁이 확산될 가능성은

 

트럼프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미-중 협상을 취소해버릴 수도 있다고 11일 엄포를 놨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미국이 계속 보복관세를 늘리거나 달러 약세를 유도하면 중국도 거기 맞춰 미국산 수입을 중단하거나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교역 손실이 커질 것이고, 중국은 물가충격·자본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한번 기싸움을 했으니,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두 나라의 움직임이 화폐 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4월 유로존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경기를 띄우려면 충분한 통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엔화 강세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