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21세기의 전염병들(1) 사스

딸기21 2020. 2. 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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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폐렴 환자가 확인됐다. 세계를 불안하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시작이었다. 당국이 인구 1100만명의 우한시를 봉쇄하고 인민해방군까지 대대적으로 방역에 투입했지만 확산세는 그칠 줄을 모른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426명으로, 349명이 사망한 사스를 넘어섰다. 감염자 수는 20626명에 이르렀다. 각국이 전세기로 자국민들을 실어나르고 우한 방문자들의 출입국 통제를 시작했으나 역부족이다.

 

3일 기준 확산지역은 중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한국 등 25개국이다. 2009년 전세계로 확산된 신종플루에 비해서는 적지만, 2015년 27개국으로 확산된 메르스와는 비슷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3일 기준 1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들 중에는 감염 이후 격리되기 전까지 일상생활을 이어가면서 타인과 접촉하거나 인파가 몰리는 영화관, 식당가등을 방문한 사례가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 차례 회의 끝에 신종 코로나를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2009년 신종플루 때처럼 지구적인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 단계를 선언해야 할 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21세기 세계를 흉흉하게 만든 주요 호흡기 전염병들과 신종 코로나의 확산·대응과정을 비교해본다.

 

 

사스(SARS)

‘슈퍼확산자’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 일대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2~14일 잠복기 뒤에 발열, 근육통과 두통, 기침, 호흡곤란, 폐 손상 등의 증상을 보였다. 혈액 내 림프구 숫자가 줄어드는 증상도 나타났다. 감염자 전체 치사율은 9~10%이지만 60세 이상 치사율은 50%에 육박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순얏센병원에 2003년 1월 말 ‘저우줘펑’이라는 이름의 환자가 입원했다. 병원 내에서 이 환자를 통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뒤에 드러났다. 이 환자에겐 ‘슈퍼확산자’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환자 자신이 아니라 의료당국의 방역 실패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를 치료한 의사가 감염된 뒤 홍콩으로 가서 2차 슈퍼확산자가 됐다. 이 의사를 시작으로 홍콩에 퍼져나갔고, 홍콩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병원 내 2차 감염을 막을 방역체계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고, 감염 발생 초반에 통제하지 못해 지역사회 확산을 막지 못했고, 국제공항들의 방역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의료진 감염 보고한 의사도 사망
 

세계가 사스에 대해 알게 되고 경각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에 이르러서였다. 중국을 방문했다가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싱가포르로 가려던 자니 첸이라는 미국인이 증상을 보였고, 경유지인 하노이의 병원에 입원했으나 사망했다. 하노이 병원 측은 일반적인 의료시설 2차 감염 예방수칙을 따랐음에도 의료진들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하노이 상황을 조사한 이탈리아 의사 카를로 우르바니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베트남 정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WHO는 2003년 3월 12일 세계에 경계령을 내렸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뒤따라 경고를 발령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는 이미 캐나다, 미국, 몽골 등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한 터였다.

 

 

특히 의료진을 통한 2차, 3차 감염이 심각했다. 2003년 7월 9일 WHO는 공식적으로 ‘사스는 통제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사이 의료진 감염만 1000여건에 이르렀고 30여명이 사망했다. WHO에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보고했던 의사 우르바니 역시 사스로 사망했다. 

 

바이러스 규명
 

2003년 4월 12일 캐나다 밴쿠버 마이클스미스게놈과학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을 완료하고 세계에 DNA를 공개했다. 초기 방역이 뚫리고 대응이 늦었던 것에 비해, 전염병이 확인되고 DNA 분석까지 걸린 시간은 매우 빠른 편이었다. WHO는 이 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필리핀, 홍콩 등의 연구기관들 보고를 종합해 사스를 일으킨 것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 SARSr-CoV)로 밝혀졌다고 4월 16일 공식 발표했다. 
 

세계 여러 연구소들에서 바이러스 DNA를 동시다발로 분석해 정보를 취합·공개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글로벌 대응모델의 새로운 시도였다. 이후 에볼라 확산 때 이 모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야생동물 위험성
 

2003년 5월 말 중국 광둥성 지역 시장에서 매매되던 사향고향이에게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사향고향이에게서는 관련 증상이 없었으나 현지 당국은 사향고향이 1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이어 너구리, 집고양이, 박쥐에게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돼, 야생동물 이종간 감염이 확인됐다. 야생동물을 사고 파는 중국 시장들의 전염병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2020년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보이듯, 중국의 이런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위험이 상존해왔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이어진 후속연구들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변종이 생성됐고 다른 동물들과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말 중국 과학자들은 유전자 추적 결과 윈난성 오지 동굴에 거주하는 박쥐에게서 바이러스가 생겨난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중국의 은폐
 

사스 대응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초반에 우왕좌왕했던 것이었다. 2002년 11월 중국에서 확인된 최초의 환자는 광둥성 포샨 지역의 농부로 증상을 보인 지 얼마 안 돼 숨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당시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WHO에 보고하지 않았다. 
 

 

새로운 종류의 호흡기질환이 발생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은 중국이 아닌 캐나다였다. 캐나다의 전자경보시스템인 글로벌공중보건정보네트워크(GPHIN)가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해 전염병을 포착하고 WHO의 글로벌경보·대응네트워크(GOARN)에 통보했던 것이다. WHO가 12월 중국 당국에 정보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2003년 2월 비슷한 감염증 환자들이 대거 발생한 뒤에야 공식 보고를 했다. WHO는 2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500명 넘는 이들이 숨진 뒤에야 신종 감염증 발생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대응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2003년 4월, 중국공산당 간부이고 베이징 301병원(인민해방군 병원) 수석내과의사였던 장옌용이 사스 은폐·축소 실태와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이후 그의 조언에 따라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었으며, 관영언론들의 보도 논조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응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CDC)는 대규모 감염과 사망이 발생하고 세계의 질타가 쏟아지자 전염병 발생 시 WHO에 일일보고를 하기로 결정했으며, 사스에 대한 WHO 역학조사단도 받아들였다. 

 

2009년 10월 중국은 당시 대응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과했다. 중국의 폐쇄주의가 지닌 문제점, 투명한 정보 공개와 국제 공동대응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사례였다.

 

 

21세기의 전염병들… 신종 코로나도 '팬데믹' 될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신종코로나…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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