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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접종이 통행증? '백신 여권' 도입 움직임

딸기21 2021. 2. 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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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여러 나라에서 시작됐지요. 그러자마자 ‘백신 여권’ 얘기가 나옵니다.


유럽연합(EU)이 25일 화상 정상회의를 하면서 백신 여권을 논의했습니다. 한 마디로, 백신 접종 증명을 내놓는 사람들부터 입국을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혹은 수속을 빨리하는 식으로 혜택을 주겠지요. 접종 증명서가 여권처럼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백신 여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A sign directing people to Covid-19 testing is displayed by check-in counters at Los Angeles International Airport (LAX) amid increased Covid-19 travel restrictions, Jan. 25, 2021 in Los Angeles. AFP


EU의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회의 뒤 “아마 여름 전에는 디지털 백신접종 증명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적인 준비에 석 달 정도 걸릴 것이고, 그러고 나면 EU 밖의 사람들도 유럽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접종이 곧 유럽에 들어가는 통행증이 되는 겁니다.

 

곧 있으면 여름 휴가철이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등등 관광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들이 국경을 빨리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칫 신종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신부, 아이들, 혹은 알러지가 있어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겠지요. 백신 차례를 기다리느라 늦게 맞는 사람들도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국가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아무래도 백신을 확보해 접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텐데, 부자나라 국민들에게만 유럽 입국 우선권을 주는 조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Workers load South Africa's first Covid-19 vaccines as they arrive at OR Tambo airport in Johannesburg on February 1. REUTERS

 

Ghana becomes first country to receive Covid vaccine through COVAX program


세계가 이렇게 이동금지령에 가까운 상황에서 오랫동안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방법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백신이 지금도 시험 중이거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이미 승인을 받아 각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백신들도 예방률이나 면역효과가 유지되는 기간 등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자칫 안전 장벽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부를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백신 여권을 도입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EU에 속해 있지 않은 아이슬란드가 백신 여권 시스템을 만들었고, 영국과 덴마크 등도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조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200쪽 분량의 코로나19 대응전략계획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국제 인증처럼 만들어 디지털화한 뒤 국가 간 이동에 활용하게 하는 방안이 들어 있습니다.


중동의 바레인은 디지털 백신 여권을 최근 도입했습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비어웨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은 뒤 항공기 탑승자 이름과 생년월일, 국적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함께 백신 접종증명을 입력해야 합니다. 아마 다른 나라들도 도입한다면 다 비슷한 방식이 될 것 같은데요. 바레인의 경우 첫 접종 뒤 21일 안에 2회 접종을 받았고, 두 번째 접종을 받은 지 14일이 지났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arabianbusiness.com

 

문제는 백신 종류나 접종방식, 디지털 증명서 발급 방식 등에서 국제 기준이 없다는 것이죠. 세계보건기구(WHO)의 1월  회의 때에 '디지털 문서화를 위한 표준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아직은 통일된 기준이 없습니다.


국제 기준은 없지만 항공업계는 먼저 나서서 디지털 백신 여권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290여개 항공사들의 연합 기구인데, 자체적인 ‘트래블 패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탑승자가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이라는 증명과 백신접종 증명서를 디지털로 입력해놓으면 항공기 탑승수속이 빨라지겠지요. 중국 항공사들도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서 항공사들과 연계해 원스탑 디지털 증명서 앱 같은 것들을 개발 중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백신 접종률. 현재 세계에서 접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입니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맞았습니다. '데이터로 본 세계(Our World in Data)' 집계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세이셸이 그 다음입니다. 인구가 적다 보니 4분의 1 이상이 벌써 접종을 받았고요. 아랍에미리트연합도 20% 넘는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사활을 걸고 접종에 나섰지만 아직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인구의 6%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미국은 누적 감염자가 현재 3000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50만명이 넘지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접종률이 2~3% 선입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접종하는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고, 모두 2회를 접종해야 하는 백신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접종된 것이 6600만회분이라고 하지만 2회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은 2150만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영국 변종,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종, 브라질 변종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들이 계속 발견됐고 기존 백신의 예방률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죠. 그래서 화이자는 남아공 접종에서는 2회로 끝내지 않고 소규모로 3회 접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추가 임상시험이 되는 것이죠. 아스트라제네카도 올가을에는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이게끔 백신을 개량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2회 접종이 기본입니다.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백신입니다.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곧 긴급사용승인이 나올 것 같은데, 다른 백신들과 달리 1번만 맞아도 된다고 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용승인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얀센 백신은 미국과 남아공에서 3상 임상시험을 했는데, 예방효과가 66%로 나타났습니다.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확연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화이자나 모더나는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 임상시험을 했고 역시 변이 바이러스 앞에서는 예방률이 떨어진다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연합뉴스


얀센 백신의 예방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1번만 맞아도 된다면 접종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엄청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무시 못할 이점이 됩니다. 또 한가지, 얀센 백신을 1번만 맞아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은 80% 이상 막아줄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대부분은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넘어가지만 문제는 폐렴으로 진행돼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이죠. 그 가능성만 낮춰줘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해야겠지요.


중국에서도 25일 코로나19 백신 2종이 새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승인한 것은 지금까지 총 4종인데 이번에 승인받은 것은 칸시노와 국영 제약회사인 시노팜이 만든 백신. 칸시노 백신도 얀센 백신처럼 1회 접종하는 것이며, 예방률은 임상시험에서 65% 정도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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