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에서 선거를 치르는 나라가 80개국이 넘는다. 특히 유권자 규모가 큰 인도, 인도네시아, 미국, 러시아 등의 선거가 줄줄이 잡혀 있어 연초부터 ‘선거의 해’라며 주목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면 2024년은 ‘민주주의의 해’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뻔한 승리로 끝났고, ‘세계 최대 민주국가’라는 인도에서는 무슬림 차별을 공고히 해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바라티야 자나타(BJP) 당의 집권이 연장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이 이번에도 역시나 반이민 선동을 무기 삼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해가 되기를 기대하기엔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기후대응 측면에서는 어떨까.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이번 선거에서 불어오는 정치적 바람이 인류가 궤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기후 공약을 모니터링하는 기후행동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내놓은 대책이 그대로 갈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2.7도 올라간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제시된 1.5°C 목표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올해 선거들은 기후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로 뽑힐 지도자들이 지구 살리기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Climate Action Tracker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파리 협약에서 탈퇴했고, 바이든 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미국이 돌아왔다”를 외치며 기후협약에 다시 들어갔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와 일자리를 연계시킨 정책들을 밀어붙였고, 2032년까지 관련 투자 액수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주도하는 직접적인 지출만이 아니라 청정기술이나 화석연료 부문 종사자들의 재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온갖 세금 면제 혜택까지 포함하면 녹색 기술을 향한 바이든 정부의 구상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한국에는 무역 압력으로 다가왔지만, 미국 입장에서 바이든 정부의 ‘핵심 업적’이라 할 수 있는 2022년의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미국의 기후 대응 속도를 두 배로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법 덕에 2035년까지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2005년과 비교해 43-48%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에 조금 못 미치기는 하지만, 그동안 미국이 세계 기후대응을 방해해왔던 것과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임을 생각하면 ‘역사적인 노력’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드라이브가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기후변화 문제를 무시하며, 기후대응의 필요성 자체를 깔아뭉개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는 순간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 선언은 4년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미국은 다시 파리협약에서 도망칠 것이 뻔하다. 트럼프는 대통령의 행정적 권한을 이용해 기후규제를 줄이고 연방정부 차원의 석유-가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며 큰소리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시행되는 청정에너지 투자를 무효화하기는 힘들다. 트럼프는 이 법을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법에 명시된 투자를 되돌리려면 의회가 새 법을 만들어야 한다.그러려면 공화당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해야 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기업들의 지역 사회 투자, 즉 일자리와 직결돼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라 해도 자기 지역의 일자리 문제를 나몰라라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낙관론자들은 바이든 정부의 투자 프로그램들이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다.
4월과 5월에는 인도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이미 10년 집권한 모디 총리의 최대 치적은 경제 성장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최대 이슈는 개발과 성장이고, 기후대응은 뒷전이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인도의 성장 정책은 ’투트랙‘이라고 보면 된다. 화석연료로 경제를 키우는 것과, 재생에너지와 녹색기술이라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로서는 나름 현실적이면서도 야심찬 기획이라 할 수 있다. 14억 명이 사는 지구상 최대 인구대국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탄소를 많이 내뿜는 나라다. 하지만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의 7분의1, 중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 경제를 키워 중국을 따라가기 바쁜 인도는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그중에서도 석탄 수요를 더 늘리려 하고 있다. 석탄은 여전히 전력 생산의 4분의3을 차지한다. 지난해 9월 인도 전력부 장관은 화력발전소들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도는 경제성장 뿐 아니라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꿈꾸고 있고, 야심 가득한 모디 총리로선 기후대응 리더십을 무시할 수 없다. 홍수부터 가뭄과 폭염까지, 인도의 기후 취약성에 대한 인식도 늘고 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인도는 207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국들의 2050년 탄소중립 약속이나 중국, 러시아의 2060년 공약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할 수 있지만 나름 현실적인 목표들을 세우며 실행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2030년까지 외국 지원을 받아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전체의 50% 아래로 낮추겠다 했고, 실제로 수력을 포함한 인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용량은 5년 새 2배로 늘었다. 올 2월 모디 정부는 해상 풍력발전과 옥상 태양광 패널에 보조금을 주는 예산계획을 발표했다.
Net Zero Tracker
러시아 선거와 기후대응에 대해 논할 가치가 있을까. 올해 대선은 늘 그랬듯 요식행위였고, 5월이면 다시 푸틴의 임기가 시작된다. 러시아가 기후대응에 관한 법과 제도를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니다. 세계 4위 탄소 배출국인 러시아는 1992년 유엔 기후협약, 그 이행방안 성격인 1997년의 교토의정서, 2015년의 파리협약 등에 모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의 기후대응에 동참하는 겉모습을 보여오긴 했다. 2021년 7월 ‘온실가스배출 제한에 관한 연방법’을 채택했고, 여러 기후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그 해 10월에 채택된 ‘장기 발전전략 2050’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0%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2021년 기준으로 이미 30% 감축은 달성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뒤 탈산업화에 따라 줄어든 탓이 컸다. 배출량을 줄이겠다 해놓고도 러시아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는 거리를 둬왔고, 오히려 화석연료 수출로 재정을 충당해왔다.
게다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를 포연에 휩싸이게 만들면서 러시아의 기후대응은 아예 관심권에서 사라졌다. 전쟁 전에 러시아는 유럽에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를 많이 수출했다. 모두 탄소집약적인 품목들이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도,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면 어느 나라보다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 감축은 커녕 전쟁의 스모그로 세계를 뒤덮는 나라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 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쟁 개시 직후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북극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논의해온 북극이사회의 7개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했고, 러시아는 이에 맞서 북극이사회 지불금을 동결했다.
인도네시아는 2월 14일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정책과 연속성을 약속한 육군 장성 출신의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과반 득표로 결선 없이 당선됐다. 과거 수하르토 독재정권 시절의 인물인데 조코위 내각에 들어가 국방장관을 지냈고, 대선에는 조코위의 아들을 러닝메이트로 끌어들여 승리했다. 경제정책이나 기후대응 모두 조코위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구의 안녕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석탄소비와 수출이 늘어날 것이고, 벌채가 줄어드는 속도는 지금처럼 더딜 것이며, 탄소집약적인 니켈 추출도 경제의 핵심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탁신, 훈센, 봉봉… 아시아에 ‘민주주의의 모델’은 없나
인도네시아는 전기자동차와 전자제품 배터리에 꼭 필요한 니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또한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이며, 전력 공급의 60%를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발전소들이 노후해 탄소배출이 다른 나라들보다 많다. 영토가 수많은 섬들로 이뤄져 있어, 효율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기 힘들며 중국은 물론 인도보다도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추진력이 약하다. 206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그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20년 조코위 대통령은 니켈 원재료의 수출을 금지시켰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가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니켈 가공은 탄소 집약도가 높은 작업이다. 정부가 전기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고 있고 올해 말 새로운 수도가 될 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를 친환경 도시로 건설한다 했지만 이마저도 기후대응보다는 경제개발의 틀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아마존과 함께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열대 우림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인도네시아의 정책 방향은 지구 대기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칼리만탄(보르네오섬)의 삼림 지대는 이탄 혹은 토탄이라 불리는 토질로 이뤄져 있는데 나무를 베어내면 탄소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대기중에 풀려나온다. 벌채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말해왔지만 열대우림 파괴를 부추기는 팜(기름야자) 농장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약속은 빈 소리에 그치고 있다.
[로이터] 인도네시아의 니켈 파워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27개 회원국 시민들이 5년간 유럽의회를 이끌 720명의 의원을 뽑는다. 기후대응을 주도해온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과 비교해 55% 이상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충립을 달성하는 법안을 3년 전 통과시켰다. 올 2월에는 ‘2040년까지 90% 감축’이라는 더욱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우경화’다. 극우정당들에게 기후대응은 우선순위는커녕 퇴출해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몇몇 유럽국들에서 지난 몇 년 새 극우파가 선전하기는 했지만 현재로선 극우정당이 유럽의회의 1당이 될 가능성은 낮다. 최근 여론조사들로 봤을 때 중도우파 유럽인민당, 중도좌파 사회당과 민주당 진보동맹이 과반 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극우파들이 각국에서 목소리를 높이면 기후대응과 환경정책의 추진력이 줄어들 수 있다.
[구정은의 '현실지구']나이지리아 떠나는 셸
유럽의회는 앞으로 5년 동안 EU의 정책을 총괄할 유럽위원회의 위원장을 뽑는다. 독일 출신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위원장이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기후대응과 미래 투자를 연계한 ‘그린딜’을 유럽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왔다. 그의 연임이 예상되기 때문에, EU의 기후 정책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우정당들은 그린딜에 반기를 들고 있으며 농업부문의 불협화음 속에서 정책이 비틀거릴 소지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일부 농업국들의 항의로 EU는 살충제 사용 감축계획을 보류했고 친환경 농업 조항도 약화시켰다. EU의 총 탄소 배출량은 줄고 있지만 농업부문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석연료 수요는 2030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의 탄소배출량 증감 시나리오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정도로는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을 수 없다. 탄소중립 공약을 추적하는 ‘넷제로트래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배출 제로’ 목표를 밝힌 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88%에 이른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 위한 명시적인 약속이 붙어 있는 배출량은 7% 뿐이라고 한다. 핵비확산조약(NPT)에 빗댄 ‘화석연료 비확산조약(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을 몇몇 나라들이 주창했으나 이 이니셔티브에 동참한 나라들은 바누아투, 투발루, 통가, 피지, 앤티가바부다 등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들이 대부분이며 덩치 큰 나라로는 콜롬비아가 유일하다.
파나마 ‘게의 섬’ 사람들의 기후변화 이주
기업들의 움직임이 어쩌면 더 빠를 수 있다. 산유국들 중에는 석유나 가스 탐사를 줄이려는 나라가 거의 없지만 세계 기업 매출액에서 총 18%를 차지하는 상장기업들이 석탄, 석유, 가스의 탐사와 생산을 줄이겠다고 서약했다. 석탄 기업 중에서는 절반 이상(56%)이 석탄 생산을 전면적으로 혹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스웨덴의 에너지회사 외르스테드는 재생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해, 올해 안에 석탄을 완전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잠시 생각의 방향을 돌려보자. 미국에선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인도는 경제 키우기에 여념이 없고, 러시아에서는 푸틴 지지가 여전하고, 유럽에서는 극우파가 목청을 돋우고 있는 2024년의 세계. ‘선거 민주주의’는 기후변화에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민주주의의 다양성(V-dem)’ 프로젝트에 따르면 “강력한 경험적 증거로 봤을 때 민주주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세계가 독재체제에서 민주체제로 전환하면 온도상승폭을 1.6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수준이 낮은 중국 같은 나라에서 캐나다 같은 국가들로 이동해갈수록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19% 증가하며, 민주주의 지수가 1% 올라갈 때마다 대기 질은 0.14%씩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잘 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탄소배출량이 줄어든 것이 개도국으로 산업시설을 옮겨버렸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거버넌스와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들에게 기후 문제를 알리고 정부에 압력을 넣는 비정부기구들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IDEA] 기후변화와 민주주의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기후환경정책을 뒤로 돌렸을 때, 여러 주들과 도시들과 기업들이 ‘우리는 계속한다(We Are Still In)‘라는 연합을 구성해 탈탄소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추진했다.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이 세계에 어깃장을 놓는 동안, 미국의 기후대응이 분권화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에는 미국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가진 주가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은 16개 주가 목표를 세웠고, 그중 12개 주는 법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포브스 2000 리스트에 포함된 미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탄소중립 혹은 그와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또한 민주주의의 힘이다.
야수니 공원을 지켜라...석유 대신 '보전' 택한 에콰도르
2023년은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48도나 높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파리협약의 ‘1.5도 목표’가 물건너 가는 듯한 절망감마저 불러일으킨 한 해였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불렀던 트럼프 같은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이제 기후대응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세’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의 기후대응에 영향을 미칠 선거를 치르는 나라 중의 하나로 한국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기후 이슈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총선을 앞둔 한국에서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관심사가 다르다. 전국민이 모두 기후 정책을 기준으로 후보와 정당을 고를 수는 없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 따위의 공약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우리는 보지 않았던가. 인구의 50%가 아니라 5%만이라도 기후 이슈를 우선순위에 놓고 한 표를 행사한다면 좌든 우든 모든 정당들이 앞다퉈 녹색 정책들을 내놓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때로는 기후 대응을 뒤집어 엎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걸 더 낫게 고치는 힘은 역시나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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