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동유럽 상상 여행 51

21. 오스만 투르크 제국, 동유럽을 삼키다

21. 13-15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흥기 (우왕... 이 연재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되었어요... 50회 분량인데, 아직도 1년은 더 해야겠군요 ㅋㅋ) 구미에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오토만(Ottoman) 제국’이라 부릅니다. 오토만이라는 말은 투르크족의 지도자인 오스만1세 Osman I(1258-1326. 1281-1326년 재위)의 이름을 서양인들이 잘못 발음한 데에서 나온 거라고 합니다. 오스만1세는 아나톨리아의 북서쪽 모퉁이, 유럽과 비잔틴 가까이 있던 셀주크 투르크족 나라의 지도자 중 하나였는데, 훗날 대제국이 되는 나라를 일으키면서 기독교 세계의 숙적으로 떠오릅니다. 오스만이 셀주크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것은 1299년. 몽골(원나라) 군대가 서진하면서 쳐들어온 것이, 오스만이 투..

20. 중세의 프라하는 어떤 곳이었을까

20. 14세기 중반-15세기의 프라하 프라하... 캬... 여기서 '캬...'의 의미는, 이름만 들어도 궁금한, 참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 프라하는 엘베 강의 지류인 블타바 강(독일어로는 몰다우 강, 헝가리어로는 몰도바 강)을 오가는 상인들이 지나던 길목에 세워진 마을이었다가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9세기 초반 체코의 부족 지도자에서 출발한 프제미슬 왕가가 이 일대 언덕들에 요새를 세우면서 서서히 커지기 시작해 행정·문화의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10세기 중반이 되자 흐라드차니 Hradčany (흐라드차니는 ‘성 주변’이라는 뜻) 언덕의 체코 요새 맞은편 블타바 강변에 소규모 유대인 상인 공동체가 생겨났습니다. 유대인 마을은 오래지 않아 국제적인 교역과 공업생산의 중심지로 유명해졌..

19. 14세기, 체코의 카를 대학이 세워지다

19. 14세기 중반의 동유럽 다시, 가물에 콩나듯 업그레이드되는 동유럽 상상여행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 쑥스러워라;;) 비잔틴의 후계자 격인 군소 국가들(이 나라들엔 미안하지만)이 등장, 서유럽에서 온 깡패 십자군을 몰아낸 것까지 얘기했지요. 그 시기 폴란드 보헤미아(체코) 등에선 각각 여러 왕들이 할거를 했고요. 그럼 체코로 다시 가볼까요. 바츨라프3세(1305-06년 재위)의 죽음으로, 1290년 바츨라프2세(1278-1305년 재위) 이래 폴란드 왕좌를 차지해온 체코계 프제미슬 왕조는 끝났습니다. 왕좌가 비자 보헤미아 귀족들은 룩셈부르크 공 요한(1310-1346년 재위)을 왕으로 선출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왕은 다시 한 번 귀족들에게 특전을 주는 헌장을 공표해야 했습니다. 당시 상설 국..

18. 비잔틴의 후계자들, 서유럽 세력을 몰아내다

18. 13세기 중반의 동유럽 (오랫동안 게으름 피우다가... 새해를 맞이하야 심기일전하는 척하며 다시 시작함돠. 죄송...) 13세기 중반이 되자 콘스탄티노플에 세워진 라틴 제국은 쇠락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안에서는 봉건 영주들 간에 내분이 일어났고 밖에서는 옛 정교 비잔틴 제국의 세 주자, 즉 니케아, 불가리아, 에피루스가 도전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황제 보두앵2세(1228-61년 재위)가 이끄는 라틴 제국에는 유럽 쪽 작은 땅과 콘스탄티노플 정도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테네 공국과 아카이아 공국도 여전히 라틴 지배 하에 있긴 했네요. 이탈리아 쪽에선 베네치아가 잘 나가고 있었습니다. 베네치아는 크레타 섬을 비롯해 에게 해의 섬 대부분, 그리고 두브로브니크를 포함한 발칸반도의 아드리아 해안 도시..

17. 발칸의 주자로 나선 세르비아

17. 13-14세기 세르비아의 흥기 11세기 중반, 오늘날의 몬테네그로에 해당되는 제타 Zeta 지역('동유럽의 독립국가들' 참고)의 세르비아인들이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미약하나마 독립을 쟁취해 냈습니다. 그리고 1077년 그들을 이끌던 지배자 미하일로 Mihailo (1051-81년 재위)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서방과 동방 기독교의 싸움 속에 '밀당'에 성공한 제타, 훗날의 세르비아가 거둔 작은 승리였습니다. 당시 로마 교황청은 1054년 ‘대분열’ 이후 동방의 정교 세계에 발 디딜 곳을 찾으려 애쓰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타의 세르비아 왕국은 산악지대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비잔틴 제국의 다른 발칸 영토들로부터는 격리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세르비아라는 나라가 영향력 있..

16. 십자군에 짓밟힌 비잔틴과 동유럽

16. 1214년 콘스탄티노플의 라틴 제국 1204년 비잔틴 제국은 재앙을 만났습니다. 베네치아 총독 엔리코 단돌로 Enrico Dandolo(1193-1205년 재임)가 이끄는 '비잔틴 선단'과 몬페라토의 보니파치오 Boniface I, Marquess of Montferrat (보니파치오1세)가 이끄는 프랑스 기사단이 콘스탄티노플에 상륙한 것이 그 전 해인 1203년. 이들은 4차 십자군의 주력부대였는데, 원래는 이슬람국인 터키와 아랍권 맹주인 터키를 공략하라는 교황 이노켄티우스3세의 명을 받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1202년 교황 이노켄티우스의 부름을 받아 베네치아에 처음 모였던 십자군 부대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하지만 십자군 지도자들은 미리부터 한 탕 해먹을 심산으로 선박들을 계약해놓고..

15. 갈라진 교회, 찢어진 발칸

15. 12세기 말의 발칸 반도 (한 달 넘게 딴짓하고 있다가 다시 동유럽 얘기하려니 좀 뻘쭘하네요 ^^;;) '혼란' 아닐 때가 거의 없어보이는 발칸, 11세기에 이르자 더 큰 파도가 몰아칩니다. 이른바 '대분열'이 일어난 것이죠. 하나로 통일돼 있던 유럽 교회는 1054년에 서방의 로마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로 갈라졌습니다. 이 분열에는 여러 측면이 있었습니다. 수백 년에 걸친 로마 교황과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 총대주교 간의 종교적 권위 다툼이 겉으로 드러난 종교적인 요인이지만 실상은 비잔틴 제국과 신성로마제국 사이에서 계속되어온 싸움의 결과였습니다. 즉 세속 권력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의 절정이 교회의 대분열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싸움의 전장 격인 '기독교 세계'는 말로만 존재할 뿐 실재하지..

14. 동유럽을 가득 채운 '독립국가들'

14. 11세기 중반의 동유럽 11세기 중반이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발트 해안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동유럽 세계에 독립 국가들이 가득하게 됩니다. 이들 국가들 중 크로아티아와 제타(Zeta) 같은 몇몇 나라는 아주 잠깐 동안 존재했을 뿐이지만 훗날 19-20세기 민족주의 열풍이 일었을 때에 건국의 '역사적 근거'로 인용되곤 했지요 폴란드, 헝가리, 보헤미아(체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비잔틴(그리스).... 나라마다 복잡한 사정이 있고 내분이 일어나고 지배자가 바뀌고, 또 나라들끼리 싸우고 점령하고... 복잡하게 전개되던 11세기였습니다만, 핵심은 이 겁니다. 이 시기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동유럽 여러 나라의 틀이 만들어졌다는 것. 폴란드에서는 ‘용맹왕’으로 불렸던 볼레스와프1세가 후예들에게 ..

13. 갑자기 떠오른 폴란드

13. 10세기 말~13세기 폴란드의 흥기 폴란드 민족은 963년 '갑자기' 역사의 전면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게르만계 유럽 세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잘 조직된 슬라브 국가를 만들어 짠! 하고 나타난 양상이었다고 할까요. 이 새로 뜬 나라를 다스린 것은 미에슈코1세 Mieszko I(960-992년 재위 추정)라는 부족 지도자였습니다. 미에슈코의 직책은 ‘피아스트(piast)’ 즉 부사령관이었지만 그 집안이 성공적으로 여러 부족집단들을 다스렸기 때문에 피아스트라는 말이 신생 폴란드 국가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명칭이 됐다고 합니다. 17세기 초반에 그려진 미에슈코1세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명민한 미에슈코는 자신들이 이교도라는 이유 때문에 기독교 게르만 세력으로부터 더욱 압력..

12. 헝가리 사람들은 어느 민족?

12. 10-13세기 헝가리의 흥기 투르크계인 마자르 Magyar 족은 핀란드-우그리아계 언어를 씁니다. 이들과 언어적 관련성을 보이는 것은 핀란드계와 에스토니아계라고 하는데요. (옛날에 핀란드와 헝가리가 우랄알타이 어족이라서 우리랑 언어구조가 비슷하다고 선생님한테 들은 적 있는데 사실이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재미삼아 헝가리어를 구글번역기로 돌려보면, 최소한 영어를 비롯한 다른 유럽언어들보다는 알아먹게끔 나오더군요 ㅎㅎ) 마자르족은 원래 유라시아 스텝 지대에 살고 있었는데, 또 다른 스텝 부족인 펜체네크 Pencheneg 족에 밀려서 9세기 후반 중·동부 유럽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 아르파드 Árpád 가문이 이끄는 마자르족 일곱 부대는 판노니아에 기지를 세우고 대모라비아를 무너뜨리며 유럽 깊숙이 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