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6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아인슈타인의 베일

아인슈타인의 베일Einsteins Schleier (2004)안톤 차일링거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승산 | 2007-01-18 약 200년 전에 영국의 영(Young)이라는 과학자는 빛이 ‘파동’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개의 좁은 틈으로 빛을 비추어 물결무늬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중 슬릿(틈새)’ 실험을 생각해냈다. 이중슬릿은 과학책을 한두 번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현대물리학에서 빠지지 않는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용도에 응용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빛은 입자(광자·光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언제 입자가 되고 언제 파동이 되는 것일까? 우습게도 빛은, 이중슬릿을 관찰하는 내가 광자의..

아룬다티 로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The Ordinary Person's Guide to Empire (2004) 아룬다티 로이 (지은이) | 정병선 (옮긴이) | 이후 | 2005-09-29 위기가 소비되면서 닳고 닳아버리는 것보다 더 슬픈 일도 없습니다.(그런 사례를 확인하려면 2002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과 인도의 구자라트 주를 보십시오.) 위기 보도는 우리에게 이중의 유산을 남겨주었습니다. 정부들이 위기관리의 기예(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기술)를 갈고 닦는 동안 저항운동 진영은 계속해서 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일종의 혼란스런 함정에 빠지고 있습니다. ... 스펙터클로서의 위기가 오랜 전통을 가진 진정한 시민 불복종의 원리와 단절하고, 점차로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인 저항의 도구로 변해가고 있다..

딸기네 책방 2007.01.15

케네스 월츠, '국제정치이론'

국제정치이론 케네스 월츠 (지은이) | 사회평론 | 2000-07-28 국제정치에 대한 책을 보다보니 하도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읽지 않으면 돌멩이처럼 발길 잡아챌까봐 읽어치웠다. 번역이 정말 꽝이긴 하지만(쪽 번역 의심도 좀 들고) 책 자체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케네스 월츠는 ‘국제정치는 국내정치랑 다르다’면서 국제정치에만 통하는 나름의 룰을 만들어내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 같지 않은 학문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세력균형 힘의 논리 그런 것들이다. 백년 이백년 전에 유럽 나라들이 편먹었다 갈라졌다 하면서 싸움질하던 때에 세력균형론이 득세를 했었는데, 월츠는 그걸 냉전 시대의 논리로 재해석해서 근사한 틀을 나름대로 만들어 붙였다. 냉전 버전으로 본 20세기 신(新) 세력균형론, 이름 ..

딸기네 책방 2007.01.12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은이) | 김호동 (옮긴이) | 사계절출판사 | 2000-06-27 로버트 카플란의 책이 연말 거의 다 읽고 몇장 안 남은 상태였는데, 그래도 한 해의 첫 시작을 카플란 책으로 하기엔 좀 그렇다 해서 굳이 남겨두고 이 책을 읽었다. 작년부터 읽어야지 했다가 이제야 손에 넣고 책장을 넘겼는데 의외로(아니 어쩌면 예상대로)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서문에서 역주를 단 김호동 서울대 교수가 이 책의 ‘원본’을 충실히 설명해놓았고 각주도 열심히 달아 읽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됐다. 베네치아를 영어식으로 베니스라 한 것은 역자가 영어판본을 번역한 탓인 것 같고, 각주에 계속 km가 아닌 마일 단위가 나오는 것도 그 탓인 듯. 이런 책을 애써 펴낸(더불어 이븐 할둔의 ‘역사서..

딸기네 책방 2007.01.05

올해 읽을 책들.

가야트리 스피박, 오강남 해설, 마리 꽁브끄, 아룬다티 로이, 토머스 프리드먼, 니시카와 나가오, 다치바나 다카시, 데이비드 헬드, 장하준, 최장집, 에드워드 사이드, 케네스 월츠, 하워드 진, 존 베일리스 외, 타임라이프, 골로빈·캠벨, 슈테판 츠바이크, 볼프강 벤츠, 가토 이즈루, 레이 모이니헌, 칼 세이건, 칼 세이건, 제임스 글릭, 리뷰 정리할 것들 마르코 폴로, 로버트 카플란, 후쿠야마, 오쿠다 히데오,

니시카와 나가오, '국민이라는 괴물'

국민이라는 괴물 The Monstrous Nation니시카와 나가오 (지은이) | 윤대석 (옮긴이) | 소명출판 | 2002-01-25 일본의 노학자가 근대를 말한다. 일본을 말한다. 한국을 말한다. 책 중간 중간은 ‘문명’과 ‘문화’에 대한 개념적 설명, 프랑스에서 탄생한 근대가 일본에 와서 어떻게 변용됐는지 등을 밝히는데 좀 어렵고 그렇게 재밌지도 않다. 하지만 책 전반을 흐르고 있는 것은 그런 구체적인 부분들이라기보다는, ‘반성’과 ‘통찰’이어서 읽는 내내 감동이 있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저자는 말하자면 극도의 반골인데,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일본 사회가 참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에서 보이는 것 같은 ..

딸기네 책방 2007.01.04

추리소설 네 권-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네 권 & 짤막한 독후감들

오랜만에 추리소설들을 읽었다. 오빠네 들렀다가 받아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네 권 & 짤막한 독후감들. 엔드하우스의 비극 Peril at End House (1932)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어릴 적엔 (누구나 한번쯤은 그랬듯이) 나도 추리소설 팬이었다. 나이가 들어 읽어도 재미있을까? 오래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크리스티 특유의 흥미진진함, 치밀한 플롯 속에 간간이 읽히는 인간에 대한 통찰,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밤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으며 재미와 공포 속에 책장을 넘겨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하게 만들었던 크리스티 여사 아닌가. 하지만 어릴적 마음에 새겨놓았던 책들이 훗날 아무 감동도 없는 ‘한 순간의 것들..

딸기네 책방 2006.12.27

눈의 여왕- 생각보다는 그림이 덜 환상적

눈의 여왕 The Snow Queen |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은이) | 키릴 첼루슈킨 (그림) | 김서정 (옮긴이) | 웅진주니어 알라딘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너무 멋져서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딸아이 데리고 교보에 놀러갔다가 마침 옆에 이 책이 있어 들여다보게 됐다. 내용은 뭐 안데르센 눈의 여왕 그대로이고, 그림이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기대하고 사서는 안 될 책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나온 저 그림이 실제 책에서는 약간 세피아톤처럼 나와 있어서 표지 만큼의 감동은 없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에게 확 다가가는 그림도 아니고... 워낙 여러가지 번역이 나와 있는 유명한 책인 이상, 이 책의 핵심은 ‘그림’이 될 수 밖에 없다. 출판사에서도 거기에 초..

딸기네 책방 2006.12.20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 1, 2 サウスバウンド오쿠다 히데오 (지은이) | 양윤옥 (옮긴이) | 은행나무 | 2006-07-15 이런 풍의 소설, 몇 권 보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식상하지 않고 재미있다. 남쪽으로 튀어! 웬 남쪽? 왜 튀어? 이유는 여러 가지. 고릴라 같은 아빠, 한때 ‘오차노미즈(명문 사립여대)의 잔다르크’였다는 엄마. 애어른 같은 소학생 아들 눈에 저런 부모는 참으로 세상살기 힘든 타입의 인간들이다. 거기다가 나이차이 많이 나는 누나의 정체는 또 뭐란 말인가. 어떤 나라 운동권들은 늙기도 전에 권력 잡아 폼 다 잡으면서도 자기들만 옳은 줄 안다. 그런데 도덕적 카리스마라는 것이,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니다. 물정 모르고 철도 없이 순수한 사람, 세상 지저분한 꼴에 말없이 뒤돌아서는 대신 ..

딸기네 책방 2006.12.16

빛의 제국- 표지 그림이 아깝다

빛의 제국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02-16 솔직히 난 이 작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요즘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고르고 골라 읽은 책은 아니고, 손에 잡혀 읽었다. 앞부분은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경박할 줄 몰랐다. 경쾌한 것은 좋지만, 경박한 것은 싫다. 이 책은 그냥 경박하다. 솔직히 이 책을 10년 뒤에도 볼 사람 있을까 싶다. 대화나 상황설명이 유행어, 유행뉴스, 이런 것들로 되어있는데 작년 재작년 것들이다. 벌써 한두해만 지나도 뒤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비얍고 재미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톡톡튀는 정신보단 톡톡튀는 말장난 글장난이다. 소재는 잘 잡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전반적으로 너저분하다. 글재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걸 ‘글..

딸기네 책방 2006.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