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34

[스크랩]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 창고' 서문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우리집에는 아주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 방을 '작은 책 창고'라고 불렀다. 사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집의 방은 모두 서재라고 부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층에 있는 우리들 어린이 방도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래층 아버지의 서재도 책으로 꽉 차 있었다. 책은 그리고 식당의 벽을 메우고 어머니의 방과 계단을 올라가 여기저기 침실까지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당시 우리들에게는 책 없이 생활하는 것보다 옷을 입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마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책이 가득 찬 온 집안의 어느 방보다도 책이 내 눈에 들어와 박힌 곳은 바로 '작은 책 창고'였다. 그것은 마치 꽃과 잡..

딸기네 책방 2003.02.22

동화책과 트라우마

"장화 홍련 이야기가 나한테는 트라우마같은 거였어." 얼마전 함께 산책하던 여자선배가 그런 얘기를 했다. 동화책 읽다가 정신적 외상을 입었던 기억, 다들 한두가지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트라우마' 얘기로 옮아갔는데, 나한테 내상을 입힌 책이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로빈훗과 콩쥐팥쥐다. 먼저 콩쥐팥쥐 얘기부터 하자면 뒷부분 콩쥐가 신발 덕에 원님 각시가 되고 난 이후의 줄거리인데, 팥쥐가 콩쥐를 죽여서(아마도 여기서부터 이 단순한 이야기는 동화의 레벨을 훌쩍 넘어서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연못 속에 던진다. 그리고 연꽃으로 다시 태어난 콩쥐는 아무도 안 볼 때에 팥쥐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팔뚝을 때린다. 난 이 부분을 읽을 때, 착하디 착한 것으로 설정돼 있는 콩쥐가 왜 갑자기 변했는지 이해하..

딸기네 책방 2003.02.18

[스크랩] 엘리너 파전, '일곱째 공주'

* 역시나 엘리너 파전의 작품입니다. 아주 좋아했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서쪽 숲나라'도 찾아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일곱째 공주 여섯 명의 공주가, 한결같이 자기 머리털만을 위하여 살아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내가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아득한 옛날, 한 임금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임금은 결혼할 때가 되자, 아름다운 집시 여자를 왕비로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왕비를 어떻게나 사랑했던지, 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임금은 왕비를 위하여 정원 한가운데에 훌륭한 궁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왕비가 달아나기라도 할까 봐 조바심이 난 나머지, 왕비의 나들이를 금지시켰습니다. 임금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던지, 마침내 궁전 주위에 튼튼한 ..

딸기네 책방 2002.12.24

[스크랩] 엘리너 파전, '보리와 임금님'

너무나 좋아하는, 오래 전 그 동화. 제로보드가 거의 기능을 상실하여 '베리베리 라이브러리'의 글들을 하나둘씩 블로그로 옮기고 있습니다. 홈피 처음 만들던 시절 올려놓고 있다가 게시판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이 글도 이사를 참 많이 했지요. 다시 이사를 시키면서, 한번 더 읽어봅니다. 엘리너 파아전 우리 마을에는 윌리라는 바보가 살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저 마을 사람들 심부름이나 다니는 마을의 보통 바보들과는 달랐다. 윌리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고, 한 때는 장래가 촉망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윌리의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무척 많은 책을 읽혔다. 그러나 윌리가 열 살이 되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저 윌리의..

딸기네 책방 200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