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91

아부 그라이브, 그 후 6년

2004년 세계를 분노에 빠뜨렸던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수감자 학대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미군 병사들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극도의 모욕과 고통을 주는 고문을 저지르면서 ‘웃고 즐기는’ 모습이 사진 등으로 공개돼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요. 만행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다시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2004년 아부 그라이브 사건 당시 미국의 이라크전을 책임지고 있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의회에 나와 증언하면서 “비참하고 짐승 같은 학대와 잔인함을 겪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보상을 해줄 법적인 길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아부 그라이브 스캔들로 사임 압력에 부딪친 럼즈펠드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라”고 말했습니다. In this May ..

미군 떠난뒤 중동은

미군은 이달 말 이라크를 떠난다. 이라크 내 미군 주요 기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착착 정리되고 있다. 시리아 접경지대 등 ‘요주의 지역’을 남기고 바그다드 시내의 캠프들은 진작에 폐쇄됐다. 한때 16만명에 이르던 미군들은 9월1일부터 5만명 선으로 줄어든다. 남는 병력 대부분은 재건 작업을 지원하고 치안을 돕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임무 종료’ 선언이 발표되고 ‘눈에 보이는 미군’의 존재가 줄어들고 나면 이라크엔, 중동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바마 대통령은 철군을 강행하고 있지만,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23일 미군 전역병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이라크 상황에 대해 혼란스런 평가를 내비쳤다. ‘포스트워(post-war) 이라크’의 미래와 중동 정세의 향방에 대해 미국조차 혼..

이명박, 후텐마, 세계의 미군기지

세상 살다 보면 참 별별 뉴스를 다 듣게 되는군요. 아마도 오늘의 최대 쇼킹 뉴스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면서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기지를 한국으로 이전하라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가 들려오네요. 일본 시사월간지 가 19일자로 발간된 9월호에서 “이 대통령이 ‘후텐마 기지 문제로 미·일 동맹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질 경우 한국 국내의 군 시설을 기지 이전지로 제공하고 싶다’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전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제안이 나오게 됐다는 건지. ‘오프더레코드 공개, 이명박이 후텐마 한국이전을 극비 제안’이란 제목의 기사로군요. 전문 링크가 안 되어 있어서, 저도 제목만 보고 -_-;; 나머지는 한국 언론..

아프간의 '민간군사회사'들

지난 1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중심가의 타이마니 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다. 테러범들이 노린 곳은 겉보기에는 여느 집들과 다를 바 없는 주택이었으나, 실제로는 영국에 본사를 둔 하트라는 민간군사회사(PMC)의 사무실이었다. 테러범들은 민가를 가장한 사무실에 들어가려다 저지를 당하자 문앞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자폭했다. 이 과정에서 하트에 고용된 운전사 2명이 숨졌다. 두달 전 미 중앙정보국(CIA)은 대표적인 PMC인 지(Xe)와 아프간 기지 경비계약을 체결했다. Xe는 비슷한 시기에 국무부와도 카불 교외 미 외교관 거주단지 경비계약을 맺었다. 두 건의 계약규모는 총 2억2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했다. Xe는 2006년 이라크에서 민간인 17명을 학살, 미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아프간 사람들 '목숨값'은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쿤두즈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유조차를 납치한 것으로 보이는 탈레반 반군’들을 향해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나토군의 조사결과 이 공습으로 142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179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숨진이들은 탈레반이 아니라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었고, 어린아이들과 여성들도 많았습니다. 이 공격은 나토군 공습으로 민간인이 사실상 대량학살된 최악의 사건들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아프간 정부는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당시 공습을 주도한 것은 국제안보지원군(ISAF) 북부 사령부를 책임지고 있던 독일군이었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2006년 아프간의 독일군이 내전시절 숨진 이들의 유골을 발로 밟거나 ‘장난감’처럼 다루는 사진이 공개돼 독일 내에..

미 합참의장 "이란 공격도 옵션"

미국과 이란 사이에 또 설전이 벌어졌다. 마이크 멀런 미 합참의장이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자 이란 측이 이를 맞받아치면서 양측의 공격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마이크 멀런 미 합참의장(사진)이 1일 이란을 겨냥한 군사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멀런 합참의장은 이날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에 나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늘 테이블 위에 있어왔고 지금도 올려져 있다”면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선택지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멀런 의장은 그동안 이란 군사공격 시나리오들이 나돌 때마다 “중동 정세에 예측하기 힘든 심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며 경계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솔직히 나는 걸프(페르시아만)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지만 이란이 핵개발을 계속하는 것도 ..

'전자오락하듯 전쟁'... 우려가 현실로

머나먼 사막의 군사기지에서 화면을 바라보며 전자오락을 하듯 버튼을 눌러 수천㎞ 떨어진 곳을 폭격한다. 미국이 걸프전 이래로 세계에 보여준 ‘첨단 전쟁’의 모습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실상이다. 하지만 원격조종 공격이 늘면서 인명살상에 대한 군인들의 정서적 불감증이 심해지고 민간인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 많다. 미군이 29일 공개한 아프간 민간인 차량 오폭사건 조사보고서는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부근 크리치 공군기지의 공군 특수전사령부는 MQ-1 프레데터 무인정찰기를 원격조종해 아프간 중부 우루즈간주에서 ‘수상한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 정보를 전달받은 아프간의 미군은 차량행렬을 폭격했다. 무장헬기로 공습하..

'파키스탄 미군주둔' 드러나

파키스탄 변경지대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는데, 희생자 중에 미군 병사 3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한 파키스탄 변경지대에 무인공격기를 들여보내 공습을 가해왔으나 미군 투입 사실은 부인해왔다.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에서 미국이 대테러전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AP, AFP통신 등은 아프간과 접경한 파키스탄 북서변경주(州)의 한 여학교 부근에서 도로에 매설된 원격조종 폭탄이 터져 미군 병사 3명과 파키스탄군 1명, 현지 여학생 3명 등 7명이 숨졌다고 3일 보도했다. 사망자들 외에 미군 2명이 다쳤고 파키스탄인 70여명도 부상을 입었다. 파키스탄에서 미군이 테러공격으로 숨진 것은 2001년 아프간전 개전 이래 처음이다. 이날 폭탄공격이 일어난 곳은 ..

아이티 지진 계기로 본 '재난의 정치학'

대지진으로 초토화된 아이티의 재건을 돕겠다며 미국이 치안유지 병력을 보냈다. 200년전 식민종주국으로서 아직도 아이티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는 프랑스는 ‘점령 의도’라며 비난했다. 그러자 미국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세계가 한 뜻으로 최빈국 아이티를 돕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정치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대재난은 세계인들의 인도주의가 빛을 발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국제정치의 메커니즘은 작동한다. 재난이 각국간 신경전과 줄다리기의 장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반면 참사를 계기로 화해가 무르익는 경우도 있다. 점령이냐 원조냐 지난 12일 아이티가 대지진으로 초토화됐을 때, 아이티 인프라 복구와 치안유지·재건 지원에 가장 먼저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미국, 탈레반과 '평화협상'?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이 일대 변화를 맞고 있다. 미군이 탈레반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고 재건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10만여명을 총지휘하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25일자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권력을 분점할 수 있도록 해 정국을 안정시키고 국가를 재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총사령관으로 부임한 매크리스털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아프간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인물이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올해엔 전황에 눈에 띄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 강조하면서도, 아프간전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음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