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 53

독재는 질기다

다음달 7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이집트 대선을 앞두고 최대 재야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호스니 무바라크(77) 현 대통령에 대한 당초의 강경 반대 입장에서 한발 후퇴, 선거 참여를 선언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고용창출 등을 약속하며 24년간의 집권기간에 또다시 6년을 보태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알자지라방송은 21일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국민들에게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현행법상 정당은 아니지만, 조직원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켜 의회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의 ‘제1야당’이다.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하마드 마흐디 아케프는 이집트 일간 알 하야트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24년간 집권했지만 그동안 이렇다할 정치개혁 하나..

사우디 국왕

사우디 국왕이 우리랑 뭔 상관이냐고? 상관 있다... 많이 있다... 석유 땜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전 국왕이 1일(현지시간) 서거하고 압둘라 왕세제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압둘라 새 국왕 체제로의 출범은 표면상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내부 모순이 워낙 심각해 정정불안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위기가 중동 전역에 정치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왕정 교체가 장기적으로 석유시장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압둘라호(號)의 불안한 출범 왕위 승계는 표면적으로는 조용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왕조 내의 권력투쟁과 국민적인 반(反)왕조 정서가 들끓고 있다. BBC방송은 압둘라 새 국왕이 `낡은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왕정의 안위가 달려 있다고 ..

중동의 둘째 아들들

지난달 말부터 이달 내내 치러지고 있는 레바논의 총선, 오는 17일로 예정된 이란 대선, 올가을 이집트 대선,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파드 국왕의 건강악화설 등으로 중동 전역이 뒤숭숭하다. 70~80년대 집권한 국가수반들의 시대가 가고 본격적인 권력이양기에 접어든 셈이다. 정권 물갈이를 앞두고 있는 중동국가들에서 `차남 돌풍'이 몰아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총선에서는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둘째아들 사아드(35)가 돌풍을 일으켰다. 이른바 `백향목 혁명'으로 불리는 시민혁명, 뒤이은 시리아군 철수의 대세를 몰아 반시리아 바람을 일으킨 사아드는 형인 바하아를 제치고 가문의 정치적 후계자로 낙점됐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 정당조직인 `미래운동'과 함께 외곽조직..

레바논 선거

시리아의 29년 지배가 종식된 뒤 처음 치러진 레바논 총선 1차 투표에서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차남 사아드(35) 세력이 의석을 휩쓸었다. 알자지라 방송 등은 수도 베이루트에서 29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사아드가 이끄는`미래운동' 소속 후보가 의석 19석을 모두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선거는 레바논을 강점하고 있던 시리아가 지난달 군대를 철수시킨 뒤 처음으로 치러진 것이다. 투표가 끝난 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차량 경적을 울리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엔과 유럽연합 옵서버들은 투표가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보고했다. 사아드 하리리와 계모 나제크가 베이루트 시내의 자택에서 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Ram..

이란과 이집트, 반대로 가는 민주주의

이란과 이집트가 본격 선거정국에 돌입했다. 이란에서는 보-혁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민주주의를 향한 한걸음 진전이 이뤄졌다. 반면 9월 대선이 예정된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는 `무바라크식 민주주의'를 칭송, 반미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개혁파 출마 허용" 이란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3일(현지시간) 보수세력의 본산인 혁명수호위원회에 개혁파들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혁명수호위는 다음달 17일 대선 출마를 희망한 1014명의 입후보신청자 중 6명만 출마를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탈락시켰다. 특히 여성 지망자들은 모두 배제..

이집트가 심상찮다

이집트 경찰이 올가을 대선을 앞두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대대적인 야당・재야세력 체포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대 재야 정치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조직원들을 포함, 며칠새 2000여명을 구금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1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주이집트 한국대사관(대사 최승호)은 2차례에 걸쳐 교민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집트 여행가실 분들, 당분간은 미루시는 편이 좋을듯) 이집트 경찰은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무슬림형제단의 전국 집회를 앞두고 이 단체 조직원들에 대한 체포-구금작전에 돌입했다고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이 단체의 압둘 무니엠 마흐무드 대변인은 "핵심 간부인 에삼 알..

무바라크 최대 위기

이집트 테러-민주화 시위 무바라크 최대 위기 9월 대선 앞두고 재출마여부 촉각 24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76)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범국민적인 민주화 요구에, 최근에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폭탄테러까지 잇달아 일어나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올가을 대선을 앞두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러와 구금의 악순환 지난달 30일 카이로 도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테러 2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집트박물관과 사이다 아이샤 사원 부근에서 일어난 테러로 외국인 4명을 포함해 10명이 다쳤고, 테러범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테러 용의자 200명을 무더기로 연행, 조사에 들어갔으며 주요 관광지에 병력을 증..

바그다드와 카이로

솔직히 이집트가 싫지는 않았다. 이집트가 어떤 나라인데 그 곳을 싫어하리. 유적이 너무 좋고, 그 압도적인 유적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도 너무 좋고, 나일강도 좋고, 제대로 구경 못하고 돌아온 사막도 너무 좋고, 그곳의 날씨도 너무 좋다. (사실 카이로 쪽은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40도까지는 안 올라가는데, 건조하니까 참고 견딜만 했다. 나는 더위에 굉장히 강한...이라기보다는 더위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기후 꽤 맘에 들었다. 나중에 룩소르/아스완 갔을 때에는 좀 힘들긴 했다. 45도는 아무래도 무리...)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종은 경찰이다. 경찰이 진짜진짜 많다. 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문화재 담당 경찰(피라밋 앞 흰 옷입은 인간들)이 따로 있기도 하고, 워낙에 경찰..

그들은 사우디를 노린다

중동이 심상치 않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릴 정도로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는 곳이긴 하지만, 이번엔 이라크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중동의 '핵심' 중의 핵심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파동의 진원이 되고 있다. 수십년간 잠복해있던 '사우디 문제'가 바야흐로 터져나오는 양상이다. 테러는 사우디를 겨냥한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8일 밤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사망자 가 9일 밤(현지시간) 현재 17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에는 레바논인 7명, 이집트인 4명 등이 포함돼 있다. 숨진 이들 중 6명은 라마단 금식성월 기간 밤축제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변을 당한 어린이들이었다. 부상자는 120명을 웃돌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알무하야의 빌라촌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테러를 일으킨 것은..

중동이 뒤집히긴 뒤집힐 모양

중동에 중요한 나라가 몇 나라 있다. 사우디, 이집트, 이란, 이라크가 바로 그 '중요한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이 모두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이라크야 뭐 전쟁을 치르고 아사리판이 되었으니 그렇다 치고. 1.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사우디 보수왕정과 개혁파 간 `보-혁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1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는 사상 초유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졌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수백명이 도심에 몰려나와 개혁을 요구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하고, 수십명을 연행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란에서도 대선 때 '청소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에 좀 놀란 적 있는데, 이쪽 나라들에서는 우리 고등학생 뻘 되는 애들이 어른 취급을 받는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