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무바라크 최대 위기

딸기21 2005. 5. 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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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테러-민주화 시위 무바라크 최대 위기

9월 대선 앞두고 재출마여부 촉각

24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76)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범국민적인 민주화 요구에, 최근에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폭탄테러까지 잇달아 일어나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올가을 대선을 앞두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러와 구금의 악순환

지난달 30일 카이로 도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테러 2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집트박물관과 사이다 아이샤 사원 부근에서 일어난 테러로 외국인 4명을 포함해 10명이 다쳤고, 테러범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테러 용의자 200명을 무더기로 연행, 조사에 들어갔으며 주요 관광지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빈민가 집중 수색에 나섰다.

이집트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도 남부 유적도시 룩소르 등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대규모 폭탄테러가 일어났었다. 치안당국의 강력한 진압조치로 테러가 잦아드는 듯 했으나 최근 무장조직들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달 7일 카이로 시내 칸 알 칼릴리 시장 인근에서 테러가 일어나 외국인 관광객 3명이 사망한데 이어 또다시 폭탄테러가 발생, 관광대국 이집트가 다시 테러세력의 온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러세력의 목적은 외국인을 상대로 공격을 가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철권 독재에 흠집을 내겠다는 것. 이번 테러사건에 대해 중동지역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운동의 원류 격인 무슬림형제단은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치개혁을 지연시키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야당과 인권단체들은 "정권의 압제가 폭력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이로의 봄'?

올 9월 대선을 앞두고 이집트에서는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와 지식인들까지, 민주화를 원하는 목소리는 각계 각층을 망라하고 있다.
관건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재출마 여부. 지난 1981년 암살당한 안와르 사다트 전대통령을 승계, 대통령에 취임한 무바라크 대통령은 한때는 `상징 조작을 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평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전형적인 `중동 독재자'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집권 이래 지금까지 비상계엄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정보기관이 국민 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2월 대통령 직선제와 복수후보 출마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대통령 선거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민들의 계속되는 민주화 요구를 의식한 조치다.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집권 국민민주당은 무바라크 대통령을 다시 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무바라크 본인은 아직까지 재출마 여부를 확실히 말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말 국영TV 인터뷰에서도 `전격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확언을 피했다. 그러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 외국 언론들은 "국민들의 여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국민들에게 자신을 다시 `추대'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놨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당초 차남인 가말(41)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해주려 했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쳤었다.

이집트발(發) `민주화 도미노' 일어날까

이집트는 중동의 `맏형'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 활약해온 외교강국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미 노선으로 돌아섰던 가말 압둘 나세르 대통령이나 친미파로 몰려 암살당한 사다트 대통령 등 전임자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균형잡힌' 행보를 취해왔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의 대미 의존도는 대단히 높으며, 90년대 이후 대미 종속이 계속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미국의 지원 덕에 가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내부의 모순은 극심하다. 정부 친미정책에 대해 무슬림 국민들의 반발이 많은데다, 빈부격차 등 사회 모순도 극에 달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이 발흥하고 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과도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라크전을 계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미 공화당 정부와 갈등이 고조됐다.
`중동 민주화' 독트린을 내건 미국의 과녁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춰져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올가을 국민 여론에 밀려 물러날 경우 중동 독재정권들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에서 `민주화 도미노'가 일어날지, 카이로 정세가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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