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 비꼬기 위한 글로 보이는데요, 요즘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식민지 잔재 아닌, 신종 '일본 따라하기'가 정말 많이 보이더군요. '간지'라는 말도 그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쇼트케이크 열풍에 과자굽기, 와인이니 커피니 차(茶)니 이태리음식이니 하는 것들 놓고 꼭 브랜드 이름 줄줄이 읊어가며 품평하기 등등, 심지어 요즘 흘러간 이 팝송 왜 이렇게 많이 들리나 하면, 영국 노래 미국 노래가 실은 다 일본 거쳐 들어와서 여기서 히트치거나 북유럽 켈틱 전설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실은 다 일본 만화, 오락의 서구취향 아주 짬뽕도 그런 짬뽕이 없이...
저는 그런 것들 그다지 거부하는 편이 아니라서 '문화식민지' 식의 개념을 붙이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결국 다 돌고 도는 거니깐... 오히려 중학교 시절 한참 김기덕이니 김광한이니 하는 자들이 라디오 듣는 애들한테 미국 팝송 쏟아부을 때 느꼈던 반감보다는, 지금 일본문화에 대한 반감이 차라리 덜한 편이라고 할까요. (저같은 경우는 일본 '하류문화' 잘은 몰라도 재밌어하는 편이거든요)
그냥 웃어보자고, 블로그들 돌아다니며 "요새 문체들이 왜 이러니" 싶을 때 알고나 보자고 퍼놓습니다. 파란 글씨는 원문에서 눈에 띄는 부분, 빨간 글씨는 제 소감;;입니다.
오덕후가 되어보자.
[초급코스] 1. 별명, 닉네임부터 바꿔라 일단 남자일 경우 간단하게 뒤에 '군'자만 붙여도 된다. ex) 감자 -> 감자군 아예 일본 캐릭터 이름으로 바꾸던지 ex) 코즈에, 아키, 마이, 류타 가능하다면 여기에다 '군'까지 붙이면 더욱 좋다 ex) 류타 -> 류타군
딸기의 경우 품격과 권위를 생각할 때 '사마'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푸하하
2. 말끝을 흐려라 초보들은 가볍게 뒤에 몇 자 지우고 .. 을 붙여도 된다. 하지만 '다는' 이라는 두 글자만 추가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외워두자. ex) 친구가 있으면 좋겠..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무려 한달이나 걸렸다는...("무려" 같은 말도 전형적인 일본어투다)
이건 처음엔 굉장히 짜증났어요. 그나마 하도 보다보니 이젠 그냥 괜찮아졌어요.
3. 수시로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라 ex) 나는 스타를 꽤 하죠 -> 훗..나는 스타를 꽤 하죠 안됐네요 -> ..쯧..안됐네요..
자주 쓰이는 표현 : 훗, 으음, 털썩, 컥, 버럭, 오옷! 꺄~ (앞에 예문에다가 아무거나 집어넣어보라. 다 된다)
4. 일본식 한문을 자주 사용하라 일본어에 자주 쓰이는 한문을 많이 사용하면 일반사람이 보기에 간단한 문장도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어쨌든 보기 싫은건 사실이지만 일본어문체를 마스터하기 위해선 뭔들 못하랴?
ex) 비속어가 너무 많다 -> 비속어가 난무 한다 아주아주 멋진 기타 -> 궁극의 기타 아주 귀엽다-> 초 귀엽다 (초는 超)
[중급코스-1]
1. 간단한 일본어 정도는 외우자 게시판에 귀여운 강아지 사진이나 미소녀 그림이 있다. 그럼 당장 리플을 달자 ex) 카와이, 다이스키, 스고이!
우리나라에선 '힘내자'라는 표현이 그다지 자주쓰이진 않는데 유독 일본 미소녀들은 힘내는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아주 밥먹듯이 사용한다.
'저 오늘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졌어요' ex) 다음엔 꼭 붙겠죠.. 기죽지 마시길 -> 다음엔 꼭 힘내주세요!!
뭔가 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잊지말고 '힘내주세요'라고 말하자.
2. 당신은 이제부터 궁금증에 걸린 환자이다
신마적과 구마적이 결국 손을 잡아 신구마적이 되었데요. (이 예문 진짜 웃기군요 ㅋㅋ)
ex) 그렇군요 -> 결국 그렇게 되었단 말인가?
길을 가다가 아주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보았다. ex) 아주 춤을 잘춘다 -> 저것이 궁극의 춤이란 말인가?
뭐든지 물어라. 그냥 써도 될걸 괜히 뒤에다 '~인가?', '~것 인가요?' 를 붙여서 물어라. 특히 '~것 인가요?'하는 표현이 더욱 고급표현이란걸 잊지말자. 우리나라엔 전혀없는 일본에서 직수입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ex) 이제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인가? -> 이제 나는 노래를 불러야한다...라는 것 인가요?'
3. 중얼중얼 혼잣말해라
앞에서 배운 '궁금증 걸린 환자'기술을 적절히 병행해야만 느낌이 팍팍 산다.
ex) 이제 집에가야 되겠네요 -> 이제 집에가야되는 것인가요? 에휴.. 가기 싫은데 집에가면 공부도 해야되고..;;;
ex) 간달프가 엘프족이 되었다는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 간달프가 엘프의 일족이 되었다...라는 건가요? ...아..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혼란스러워진다..
간단한 내용을 남에게 전달할때에도 남에게 말하는 것 처럼 하지말고 자기 자신에게 혼잣말하듯 중얼중얼거리자.
4. 북치고 장구쳐라
혼자 중얼거리기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장구까지 쳐야된다. 썰렁한 얘기를 했다고 하자. 남이 자신에게 보복을 하기전에 자신이 두드리고 패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이때 필요한 기술은 ( ) 괄호가 되겠는데 아주 자주쓰이니 괄호사용을 마스터하자.
ex) 개가 고양이가 되었데요 -> 개가 고양이가 되었...(퍽)
자기가 얘기하고 자기가 먼저 반응하자. ex) 저는 공부를 아주 좋아해요 -> 저는 공부가 아주 좋다는..(그럴리가 없잖아!!) -> 저는 공부가 아주 좋다는..(먼산)
앞에서 괄호는 아주 자주쓰인다고 했는데 응용해보겠다. 문장에 왠지 심심해 보인다든지 할때 괄호를 한 번 활용해보자.
ex) 인형 참 이쁘다.. 사고 싶네 -> 오옷!! 저 인형 정말 카와이하네 (가지고 싶어요!!)
ex) 저 사람 자꾸 오락만하네. 여기서 살려고 하나.. -> 저 사람 자꾸 오락만하는군 (여기서 살생각이냐!!!)
왜 손아프게 안써도 되는 괄호를 쓰느냐고 묻지마라. 나도 잘 모르겠다.
5. 남말 하듯이
자신의 행동을 마치 제3자가 한 듯 묘사한다.
ex) 오늘 라면을 먹었습니다 -> 오늘 라면을 먹었다죠 집에 종일 혼자있었어요 -> 집에 종일 혼자였다죠
6. 이것 그것 저것
이 세 단어를 잘 활용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ex) 미소년 사진입니다 -> 이것이 미소년 ex) 이게 그 책이네 -> 이것이 그 책이란 말인가?
'이게, 이거'와 같은 말 대신 '이것'으로 통일한다.
[중급코스-2]
1. 말더듬
앞서 배운 문장들을 좀더 화려하게 꾸밀 수 있는 기술이다.
ex) 이것이 진정한 남자!! -> 이..이것이 진정한 남자인가!! 당신은 천재입니까? -> 처...천재...? 우와 멋있다 -> 머..머...멋져
궁금증에 걸린환자 + 말흐리기 이 두 가지 기술이 절묘하게 조화된 중급기술의 꽃이라고 불릴만한 대작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소 철학적인 기술이다.
ex) 저 사람은 계속 게임만 했어요 -> 저 사람은 계속 게임만 한듯.......
우리에게 명확한 사실은 없다.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뿐, 모든 사실이 의심스럽다. 데카르트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회의하라!
ex) 말이 좀 심하시네요 -> 말이 좀 심한 것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네요 ->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은...
심한지 안심한지, 이상한지 안이상한지 잘 모르겠다. 일단 회의하자. 회의하면 할 수록 자꾸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확실해진다. 이건 애교고..
ex) 이거 참 맛있네요 -> 이건 참 맛있는 것 같은...
바로 위의 문장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실수가 숨어있다. '~것 같다'라는건 추측을 나타낼때 사용하는데 이런 표현은 명확한 사실에서 쓰면 안된다. '나는 배고파요'를 '나는 배고픈 것 같아요'라고 한다면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자기 감정이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나? 말흐리기 + 어색한 표현 이중강타 기술이니 말흐리기의 제왕이 되고 싶은 분은 반드시 외워야 한다.
ex) 귀신에 쓰였나요? -> 귀..귀신에 쓰인걸지도...;;
아마 집에 간 것 같은데요 -> 아마 집에 간걸지도.......
'~일지도' 다음엔 보통 '모르겠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모르겠다'라는 표현을 과감히 없애버려 눈치채기 힘들지만 이 기술도 일종의 회의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