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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결국 체포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결국 체포됐다. 후세인 생포 사실을 보고받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14일 "어두웠던 후세인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후세인은 미군의 조사를 받은 뒤 전범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 새 정부수립 일정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후세인 체포에 일제히 환영의사를 표했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으로부터 후세인 생포 사실을 보고받은 뒤 즉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국민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부시대통령은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후세인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면서 "후세인은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대통령은 "후세인 생포가 이라크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이 종식됨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테러리스트들을 격퇴해나갈 것"이라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강조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성명을 내고 "오늘은 이라크인들에게 아주 기념비적인 날"이라면서 "후세인의 잔인한 독재시대는 이제 종식됐고 그의 테러정권도 완전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세인이 지난 13일 오후 티크리트 부근 아드와르에서 체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후세인 체포 소식에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각국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와 티크리트, 바스라 등 이라크 주요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축포를 쏘고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환호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후세인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후세인을 체포하기 위한 `붉은 새벽' 작전에 참가했던 미군 제4보병사단 1여단장인 제임스 히키 대령은 "후세인이 숨어있는 땅굴에 수류탄을 던져넣으려던 찰나, 누군가가 굴 속에서 밖으로 손을 흔들어 항복을 표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티크리트의 농가를 급습한 미군은 이라크인 몇 명이 도주하는 것을 보고 집 안에 `무언가' 있음을 눈치챘다. 땅굴의 뚜껑을 열어젖힌 미군 병사들은 수류탄을 던져 `청소'를 하려 했는데 그순간 숨어있던 사람이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미군의 총 앞에서 "내가 후세인"이라며 투항했다는 당초 외신보도와는 사뭇 다르다. 힉키 대령은 "후세인은 머뭇거리다 목숨을 잃는 대신, 영리하게도 우리가 수류탄을 던져넣기 직전 항복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후세인은 다소 불안증세를 보였으며 미군에 체포된 것에 오히려 안도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후세인을 면담했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무와파크 알 루바이예는 후세인이 몹시 낙담하고 피로해 보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은 심리적으로 몹시 파괴되고 불안정한 것 같았다"면서 "미군과 함께 있게 된 것에 오히려 안심하고 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과도내각의 호시야르 제바리 외무장관도 "그는 예전의 후세인이 아니라 무너지고 공포에 질린 겁쟁이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세인의 여동생은 TV 화면을 통해 오빠의 모습을 본 뒤 "미군이 정신을 무너뜨리는 약을 먹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랍국 어딘가에서 피신해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세인의 여동생 나왈 이브라힘 알 하산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신문 `알 쿠즈 알 아라비' 인터뷰에서 "사담은 아랍의 영웅"이라면서 "그는 절대로 미군에 항복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나왈은 "틀림없이 미군이 사담에게 정신을 마비시키는 약을 먹였을 것"이라며 "오빠를 비참하게 다루는 것은 아랍인과 무슬림 모두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나왈은 후세인의 최측근 경호원이던 아르샤드 야신의 부인으로, 야신 역시 현재 미군 당국에 체포돼 있다.
○…측근의 배신으로 체포된 후세인은 미군 조사를 받으면서 역시 동료들을 배신, 옛 정권 고위인사 2명의 정보를 토설했다고 미군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후세인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고위 수배자 2명을 하루만에 체포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제1기갑사단의 제이슨 벡 대령은 "후세인이 내놓은 정보를 이용해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세인 체포, 이라크인들 반응
사담 후세인 전대통령 체포 소식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양분돼 있다. 후세인의 탄압을 받았던 시아파 무슬림을 비롯한 다수 국민들은 후세인 생포 사실이 알려지자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를 했지만 순니파들은 후세인의 초상화를 들고 지지시위를 벌였다. 후세인의 고향이 있는 북부에서는 `후세인 체포 축하행사'를 놓고 주민들 간 마찰이 일기도 했다.
한쪽에는 축포
14일 바그다드에서는 후세인 생포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축포와 불꽃을 쏘아올리며 자축행사를 벌였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몇몇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시가를 행진했고, 시내 중심가 사둔 광장을 비롯해 거리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TV 화면에 비친 초췌한 모습의 후세인을 지켜봤다. 후세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높은 시아파 무슬림들은 모스크에 모여 이라크의 앞날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군중집회를 가졌다. 시아파 신도인 알라 아베드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후세인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후세인은 그들(미군)에게 무슨 짓을 당해도 충분치 않다"이라고 말했다. 상인 하미드 알리는 "모든 이라크인들은 후세인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에서는 처음으로 후세인을 저주하는 낙서들이 등장했다. 이라크인들은 뼛속 깊이 박혀 있던 `사담 공포증'에서 이제야 벗어나게 됐다며 안도하고 있다.
한쪽에는 시위
그러나 이라크인들은 후세인에 대한 증오 못잖게 점령군인 미군에 대해서도 크나큰 반발심을 여전히 갖고 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후세인이 붙잡힌 만큼 미군은 어서 주권을 우리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후세인 처벌도 이라크인들에게 맡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순니파 주민들은 후세인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외출을 삼가며 조심스런 모습들을 보였다. 전쟁 직전 후세인이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냈던 장소인 아부 하니파 모스크에서는 200여명이 모여 "미군이 체포한 것은 가짜 후세인"이라면서 반미시위를 벌였다. 이 모스크의 성직자 누만 압둘 카림은 "후세인과 상관없이 독립을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후세인 체포를 환영하는 행진을 하던 주민들과, 행사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도심 대규모 폭발
후세인 체포사실이 발표되고 몇시간 뒤 바그다드 중심 카라다 거리에서는 픽업 트럭에 실린 휘발유통들이 터지면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미군과 경찰은 후세인 체포에 반발하는 이라크인의 테러 시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바그다드 인근 알 하스와 지역에서는 게릴라들이 설치해놓은 폭탄을 제거하다가 미군 병사 1명이 숨졌다. 앞서 이날 바그다드 서쪽 칼리디야에서는 경찰서 부근에서 차량폭탄테러가 일어나 17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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