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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 후세인
미군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상대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실태와 저항운동 배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후세인은 미군의 조사에 응하면서도 주요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미군 관리들의 말을 인용, 후세인이 전후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센 반미 저항운동은 자신과 관련 없으며 배후에서 조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은 티크리트에서 미군 제4보병사단과 태스크포스 121 특수부대에 체포된 뒤 미군 중부사령부 산하 정보요원들에게 넘겨졌다.
현재 이라크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보당국은 체포 즉시 후세인을 상대로 신문을 시작해 ▲전후 이라크 중부와 북부에서 벌어진 게릴라전을 배후 조종했는지 ▲집권시절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보유를 시도했는지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후세인은 미군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모두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특히 저항세력의 기선을 잡기 위해 자금과 무기 반입 경로, 반군 지도자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후세인은 조사에 순순히 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 관계자는 "후세인은 어떤 질문에는 예상 밖으로 순순히 답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에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언뜻 조사에 협력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용한 정보들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후세인은 2001년 9.11 테러와 이라크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세인이 체포될 당시 갖고 있던 미화 75만 달러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이 돈은 게릴라전 지원금이라기보다는 `비상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리는 말했다.
NYT는 "정보당국은 후세인이 기력을 회복할 경우 조사작업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군은 후세인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 정국 전망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체포됨으로써 이라크는 진정한 `포스트 사담' 시대를 맞게 됐다. 이라크인들은 희망에 부풀어있지만 다가올 정국은 심상치않아 보인다. 게릴라전이 소강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종족간, 종파간 분열이 가속화돼 내분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후세인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제거됨으로써 저항세력은 구심점을 잃게 됐다. 후세인이 지난 8개월여 동안 직접 저항운동을 지휘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의 생존이 저항세력들에게 큰 버팀목이 돼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북부지역에서 게릴라전을 계속하고 있는 사담 페다인 민병대와 바트당 잔당세력은 주민들의 급속한 이탈로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세인이 체포됐다 해서 당장 저항세력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각국에서 흘러들어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친이란계 무장세력 등은 자신들의 투쟁이 후세인과 상관없음을 계속 강조해왔다. 일사불란한 조직을 만들어 싸워왔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세인 체포의 충격이 오히려 덜할 수 있다.
과도통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가수립 과정은 일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인들은 후세인의 복귀 가능성을 우려해 그간 과도통치위와 미군정에 협조를 하지 않아왔다. `공포의 근원'인 후세인이 사라짐으로 해서 미군정에 대한 협조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미군과 과도통치위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내분 가능성. 특히 시아파들의 정치세력화가 급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순니파의 지지대였던 후세인이 사라진 것은 미국의 이라크 재건 구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세인 정권에서 배척돼왔던 시아파들은 최근 들어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를 중심으로 건국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시아파는 인구 규모에서 순니파를 압도하지만, 지역조직을 장악했던 순니파들이 시아파의 부상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리 없다. 떠오르는 시아파와 구심을 잃은 순니파 간 마찰이 벌어질 경우 종파간 갈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과도위와 미군정이 내놓은 민병대 창설 구상도 장기적인 정국 안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군은 게릴라들의 저항이 계속되자 이라크 내 각 종파·종족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참여하는 민병대를 구성, 치안유지를 돕도록 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민병대에는 쿠르드족 양대 조직과 시아파, 순니파들이 제각기 부대를 구성해 이라크군을 돕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도파 정치인들은 민병대를 양성화할 경우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후세인은 붙잡혔지만 바트당 잔당과 사담 페다인이 갖고 있던 무기들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후세인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지지파와 반대파들의 다툼으로 국론이 더욱 분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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