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후세인을 둘러싼 '삼각 관계'

딸기21 2003. 12. 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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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럼즈펠드-시라크의 삼각관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수십년간 철권통치를 펼치면서 자국민을 탄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에는 사실 서방의 숨은 지원이 컸다.

대표적인 것은 후세인과 미국·옛소련의 이중 결탁관계. 후세인은 이라크를 아랍의 패권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에 부풀어 집권 초반 미그29기와 T72탱크, 스커드미사일 등 소련제 무기를 대거 구입했다. 모스크바에서 흘러들어간 스커드미사일과 그레일미사일들은 지금 이라크 저항세력의 주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동시에 후세인은 미국과도 거래를 했다. 미국은 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중동 확산을 막기 위해 80년대 후세인 정권을 집중 지원했다. 양국의 가교역을 했던 것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대통령의 특사로 이라크를 방문해 후세인에 지원을 약속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미 국무부 기록에는 후세인이 "미국과 이라크는 이란과 시리아의 확장을 막는다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레이건 전대통령의 서한을 받고 대단히 기뻐했다고 쓰여 있다.

이라크가 이란을 공격하는데 썼던 생화학무기는 미국이 제공한 것이다. 83년 작성된 미 국무부 비망록은 "이라크로부터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적고 있다. 포드 행정부 시절 국방차관을 지냈던 럼즈펠드는 이라크 특사로 임명되기 전 생화학무기 생산기업에 근무했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해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화학무기를 제공했음을 시인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이라크군에 이란측 군사시설 위성사진들을 제공, 이라크군 장성들을 `감동'시켰다는 일화도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74년 총리 재직 당시 바그다드에서 후세인을 만났으며 이듬해 파리를 답방한 후세인에게 프랑스의 핵시설들을 견학시켜줬다. 시라크대통령은 87년 후세인에게 `친애하는 벗에게(My dear friend)'로 시작되는 서한을 쓰기도 했다. 이 편지에는 "우리의 개인적인 우정에서 시작된 양국의 12년간에 걸친 협력관계"라는 말로 두 사람의 친분이 표현돼 있다. 프랑스는 80년대 이라크에 미라쥬F1 전투기 133대를 팔았다. 80년대 프랑스 무기수출의 40%를 이라크 수출이 차지했었다.

영국과 옛 서독, 이탈리아도 민·관 양측면에서 이라크의 군사대국화를 도왔었다. 뒷날 후세인과 원수지간이 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도 이란혁명을 차단하기 위해 후세인을 지원했다. BBC방송은 "재판이 열리면 후세인 뿐 아니라 옛 소련과 걸프 아랍국들, 그리고 서방이 저지른 짓들까지 모두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세인 상대 소송 줄이을 듯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의 패권주의로 인해 숱한 희생자를 냈던 주변 국가들이 후세인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

소송을 내겠다고 가장 먼저 밝히고 나온 것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이란. 1980년부터 8년간이나 지속된 전쟁으로 이란인 30만명 이상이 숨졌으며, 특히 희생자들 중 상당수가 화학무기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란 정부는 이미 후세인이 체포된 직후부터 죄값을 묻기 위한 국제법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소송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압둘라 라마잔자데 이란 정부대변인은 "후세인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후세인을 재판할 권리는 1차적으로 이라크 국민들에게 있지만 후세인 때문에 피해를 입은 다른 나라들도 국제법정에 그를 불러세울 권리가 있다"고 말해, 이라크에서 진행될 재판과 별개로 후세인을 유엔 국제법정에 기소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90년 침공을 당했던 쿠웨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관영 KNA통신은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 총리가 "후세인이 쿠웨이트 국민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할 것"을 각료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18일에는 아랍연맹 대표단이 바그다드에 도착해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들을 면담한 뒤 후세인 정권에 학살된 이들의 집단매장지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아흐마드 빈 헬레이 사무차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후세인 정권의 인권탄압 실태를 조사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재판에 관여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과도통치위와 협상을 벌이기 위한 방문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도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후세인의 미사일 공격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테러집단 자금 지원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에서는 후세인 정권의 탄압으로 감금과 고문 등의 고초를 겪었던 이슬람 시아파 학자들이 소송을 준비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도 19명의 이탈리아인을 숨지게 한 지난달 나시리야 자살폭탄 테러와 관련해 후세인에 대한 민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안토니오 마르티노 국방장관이 밝혔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도 지난 93년 후세인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을 기소 내용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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