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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어디로 갈까

딸기21 2009. 6. 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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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와 국제적인 고립, 미국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이라크와의 8년 전쟁, 내부 개혁-보수 세력 간의 끊임없는 권력투쟁 속에서도 이란의 신정(神政) 체제는 30년을 버텨왔다.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호위원회로 대표되는 이란 신정체제가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의 최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번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승부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신정체제의 향방이다. 연인원 수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17일까지 닷새 째 시위를 하고 있지만, 대의 민주주의와 교묘히 결합된 이란식 신정통치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분석가들은 하메네이를 중국의 마오쩌둥에 비교하면서, 중국의 ‘자본주의적인 공산주의’처럼 이란의 ‘민주적인 억압통치’도 여러 변형을 거치며 생명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슬람 ‘바시지’ 민병대와 보안병력의 반정부 시위대 강경 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던 테헤란 시내에는 17일에도 수십만명이 몰려나와 개혁 요구 시위를 했다. 하지만 당초 무사비 지지집회가 열릴 예정이던 아스르광장에는 아마디네자드 지지자들이 먼저 나와 자리를 선점하고 친정부 시위를 벌이며 맞불을 놓았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이례적으로 정치적 소요의 전면에 나서 “투표 성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슬람공화국 안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ISPN(이란학생통신)



갈라진 여론을 보여주듯, 두 갈래 집회를 실은 이란의 신문들/AFP



하메네이는 전날 혁명수호위원회에 투표부정을 조사하고 재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체제에 대한 도전은 그냥 두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국은 이를 뒷받침하듯 시위 현장에서 서방 취재진 접근을 막고 이란의 비판적 지식인들과 언론인 등 10여명을 구속했다. 하메네이는 당분간 시위 확대 추이를 지켜보다가 ‘대선 뒤처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방송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신중한 권력자 하메네이에게는 구심력이 약한 군중시위보다도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대통령 같은 권력층 내부의 도전이 더 큰 고민거리일 것”이라 보도했다. 라프산자니는 아마디네자드를 내치자면서 하메네이를 향해 계속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모두 이번 선거부정 시비로 정치적 타격을 받았지만 체제가 뒤흔들릴 정도의 위기는 아직 맞지 않았다. 아마디네자드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참석, “미국식 자본주의 질서는 퇴각하고 있다”며 여느 때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혁명수호위가 일부 지역 재개표를 시사한 뒤 곧바로 테헤란 시내에서 대규모 지지집회를 조직한 것은 아마디네자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 러시아에 갔다 웃으며 돌아오는 아마디네자드/ISPN

혁명수호위는 대선 무효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대선 이후의 여러 외신 보도나 전문가 분석은 “재선거를 한다 해도 아마디네자드가 이길 것”이라는 쪽에 쏠려 있다. 부정선거 주장은 많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또 일부 부정이 있었다 해도 아마디네자드가 2배 가까이 득표한 것으로 보아 선거결과가 조작됐다고 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아마디네자드는 선거 여파로 정치적 타격을 받았지만 2005년보다 훨씬 올라간 득표율 덕에 자신감도 동시에 얻은 것으로 보인다.

체제 동요가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개혁파의 구심점이 돼야 할 무사비에게 있다는 분석도 많다. AP통신은 “하메네이 밑에서 8년간 총리를 지낸 무사비는 이슬람혁명 지도부 ‘이너서클’ 내의 인물”이라며 “그는 정치에 불만이 있으면 하메네이를 비롯한 최고권력층에 언제라도 말할 수 있는 위치”라고 지적했다. 서민들이 무사비가 아닌 아마디네자드에게 표를 던진 것이야말로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무사비는 유혈사태가 빚어지자 16일 집회에는 나오지 않았고, 지지자들에게도 “폭력 시위를 피하라”고 요청했다. 테헤란타임스는 무사비 선거운동 책임자였던 알리 네쿠이가 “무사비 캠프는 폭력시위와는 관련이 없다”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거센 개혁 물결 앞에 오히려 무사비가 후퇴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이란 문제와 거리를 두는 데에도 이런 상황들에 대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CNBC방송 회견에서 “이란 선거에 미국이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와 무사비의 정책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며 “대선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는 하메네이도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해주라”는 주문만 했다.
2005년 이란 대선 때 공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이란 강경파를 비난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부시의 행동은 오히려 이란 개혁파의 입지만 좁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이란 대선 뒤에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은 “백악관이 이란 선거부정을 강력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오바마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오바마 정부 대이란정책의 핵심은 현실주의”라며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단언하기 힘들다는 점도 오바마가 신중한 대응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서방국들도 역시 조심스런 반응들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아프리카 가봉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 대선은 사기극”이라 비판하긴 했지만, 다른 정상들에게선 아마디네자드를 겨냥한 비난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디네자드를 맞은 러시아는 “이란 대선은 이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란 대선은 이란인들의 문제이지만 선거 결과에 의문이 제기된 이상 이란 정부가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유럽연합은 시위 강경대응이 우려된다는 논평만 내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이란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만 혼자서 "이란이 몇년 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며 길길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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