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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후폭풍, 결국 유혈사태로... '제2의 혁명' 이어질까

딸기21 2009. 6. 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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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결국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시위대의 사망 소식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의 압력에 따라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호위원회는 선거 무효화 여부를 심사하기 시작했다. 정국이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테헤란 아즈디 광장에 모인 시민들. 한국 경찰 추산 같으면 2만3500명, 알자지라는 150만명.

결국 이런 상황까지. 위의 두 사진과 이 사진은 모두 BBC 사이트에서 가져온 겁니다.


16일에도 이란 곳곳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전날 테헤란 시내에는 ‘바시지’(이슬람 민병대) 대원들이 나타나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으며 오루미야, 자헤단, 타브리즈 등지에서도 발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희생이든 감수하겠다”며 투쟁을 다짐했던 개혁파 대선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는 시위대의 희생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16일 “거리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무사비 측은 정부가 민병대와 시위대의 충돌을 유도, 강경진압의 명분으로 삼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시위 보도를 차단하려 애쓰고 있지만 시위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선거 전 무사비 지지자들의 ‘녹색 축제’가 열렸던 테헤란의 아즈디 광장 등은 ‘분노의 현장’으로 변했다. 혁명수호위는 부정선거 논란이 커지자 ‘일부 지역 재개표’를 시사했으나, 시위대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알자지라와 AP통신 등이 전했다. 보수파의 ‘시늉 뿐인 개혁’에 대한 이란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자지라방송은 연이은 시위에 “150만~2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테헤란 시민들은 1979년 이슬람혁명 때 저녁마다 지붕 위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던 것을 본떠, 해가 진 뒤 지붕 위에서 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거리 시위대도 “탱크와 총은 소용없다”며 30년전 혁명 구호들을 외쳤다. 이번 시위가 ‘제2의 이란 혁명’임을 알리기 위한 전술이다.
물론 시위대 모두가 무사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이슬람 통치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알자지라는 “공화국을 뒤엎자는 것이 아니라 표 계산을 제대로 하라는 요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혈사태가 일어난 이상,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 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시위는 과거 개혁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대학생 시위와는 규모가 다르다. 일부 시위대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며 맞서고 있다. 
 
선거부정 진상조사를 지시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움직임은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하메네이는 대선 직후에만 해도 “선거 결과는 신의 뜻”이라 말했다. 그동안 그는 사법부나 국영 언론을 뒤에서 움직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파가 위기에 몰린 탓에 어쩔 수 없이 앞에 나서 아마디네자드의 손을 들어줘야 했다. 하메네이의 권력이 이번 일로 완전히 흔들리진 않는다 해도 최소한 균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도 고민이 좀 되겠군요.

하메네이의 수족인 혁명수호위원회의 위원 12명은 무사비 등의 요구에 따라 선거의 효력을 심사하기 시작했다. 혁명수호위는 열흘 내에 지난 12일의 대선 결과를 무효화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하메네이의 조사 지시는 워싱턴 분석가들의 말처럼 ‘시간끌기 술책’일 수도 있지만, 유혈사태가 확산돼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최고지도자를 뽑는 또다른 권력기구 ‘전문가위원회’의 위원장인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대통령은 아마디네자드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중도파 라프산자니는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89~97년 대통령을 지냈고 지금도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가 하메네이를 움직여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도층 내분에 직면한 하메네이가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해 아마디네자드를 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위가 확산되자 서방은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이란 대선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고 “폭력사태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이란의 소요는 강경파의 대선 승리보다도 오바마에게는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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