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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된 것은 중동정책의 일대 전환을 모색해온 미국에는 몹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를 이란인들의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앞서 밝혀왔던 대로 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이란 대선 결과에 대한 논평은 피한 채 “이란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토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요지의 두 줄짜리 성명을 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란 선거에 대해서는 언제나 논평을 하지 않아왔다”며 “선거결과가 이란인들의 진정한 바람이 반영된 것이었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부정선거 논란을 비롯한 이란의 정치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란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개혁파들 주장처럼 ‘표도둑질’로 선거결과를 뒤집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는 이란인들의 선택임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관계개선을 모색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디네자드가 선거 민심을 받아들여 개혁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데에 전망이 일치한다.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체제를 뒤흔들 것이 뻔한 자유화와 개방 조치에 선뜻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카림 사자푸르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아마디네자드가 집권 2기를 맞았다고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미국을 향해 계속 볼멘 소리를 내겠지만, 그렇다고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에게 했듯 오바마를 상대로 과격발언을 일삼으며 무모한 도발을 할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양측은 지금까지처럼 줄다리기를 하면서 관계 개선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정부가 ‘달라진 것은 없다’는 전제 하에 이미 예고했던 대이란 정책변화를 밀고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오바마 정부는 궁극적인 상대가 아마디네자드가 아닌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란 대선정국 후폭풍이 길어져 핵 대화가 오랫동안 끊어지게 되면 그만큼 이란 핵프로그램을 감시할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라는 변수다. 2월 집권한 이스라엘 강경우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외교정책을 밝히는 연설을 하면서 다시 이란 핵위협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아마디네자드와 네타냐후라는 두 강경파들 사이에서 중동정책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처지다. 이란과 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궤도에 올리고 시리아와도 관계를 풀면서 중동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가 이스라엘의 반이란 선동과 압박 요구에 의연히 대처하며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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