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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역사 지우기'

딸기21 2009. 7. 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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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겪은 대재앙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온 이스라엘이, 건국과정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비극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역사 지우기’를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교육부가 아랍어로 된 교과서에서 이스라엘의 건국을 ‘알 나크바(대재앙)’이라 부를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BBC·CNN방송 등이 22일 보도했다. 기데온 사르 이스라엘 교육장관은 전날 의회에 나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스라엘의 건국을 대재앙으로 묘사한 교과서는 없다”며 관련 구절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영국군 등의 도움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아랍계 주민들을 내쫓고 1948년 유대인들의 국가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 민병대 이르군 등은 학살에 가까운 공격을 자행했으며, 70만명 이상의 아랍계 주민들을 강제추방했다. 추방된 주민들과 그 후손 400만명은 현재 팔레스타인 난민촌이나 아랍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국민들과 중동의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건국을 ‘알 나크바’라 칭한다. 2007년 중도좌파 노동당 소속의 율리 타미르 당시 교육장관은 아랍계 초등학교 교과서에 “1948년의 (이스라엘 건국) 전쟁을 아랍인들은 나크바라 부르고, 유대인들은 독립전쟁이라 부른다”는 구절을 넣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Palestinian workers line-up at an Israeli army checkpoint in Bethlehem /AP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중심의 우파 연정은 지난 3월 출범 이래 역사를 부정하고 뒤로 돌리려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크네세트(의회)는 매년 5월15일 알 나크바를 기려온 아랍계 주민들의 행사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교과서에서 나크바 표기를 없애는 것은, 아랍계 국민들의 언어·민족전통을 지우는 일련의 ‘문화말살’ 정책들과 궤를 같이한다. 아랍계 의원 하나 스웨이드는 “아랍계 국민들의 역사적 기억과 정체성을 지워버리려는 시도”라 비판했고, 또다른 아랍계 의원 아흐메드 타비는 “아랍계의 역사서술을 시오니스트의 서술로 바꿔치기하려는 짓”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중동평화 기본 합의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민주적 원칙마저 어기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 네타냐후는 중동평화협상의 대원칙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평화공존’ 방안을 부인했으며,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마을을 계속 늘리겠다고 고집해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네타냐후는 21일 유엔이 철거를 요구했던 비인도적인 ‘분리장벽’에 대해서도 “절대로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네타냐후와 손잡은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외무장관은 “아랍계 주민들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한술 더떴던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은 아비그도르가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도자와 히틀러가 함께 있는 사진을 배포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 때문에 미국과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INSS)는 2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양국이 충돌 직전에 이르렀다”며 “미 국무부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촌 건설을 막기 위해 경제제재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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