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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신정'에서 '군정'으로?

딸기21 2009. 7. 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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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수파에 내분이 일고 있다.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대통령이 인사 문제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면에서는 성직자들이 다스리는 신정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5일 2기 취임을 앞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27일 정보장관을 전격 해임했으며, 문화·이슬람 장관도 자진사퇴했다고 반관영 메흐르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보건장관과 노동장관도 해임설이 돈다”고 전했다. 해임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마디네자드-하메네이 갈등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네자드는 지난 17일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를 제1부통령으로 지명했다가 하메네이의 반대로 일주일만에 철회했다. 하지만 마샤이를 최측근 보좌관으로 임명,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마샤이는 아마디네자드와 사돈지간이다.

 

알자지라방송은 “해임된 두 각료는 마샤이 지명 소식에 각료회의에서 뛰쳐나갔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논란 많았던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해줬던 강경파들은 그의 달라진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하메네이와 손잡은 보수파이지만 권력기반이 다르다. 그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래 성직자 출신이 아닌 최초의 대통령이다. 밖에서는 반미를 외치면서도 안에서는 강경보수와 중도 사이를 오갔고 성직자 그룹들이 쥐고 있던 에너지산업 이권들을 빼앗기도 했다. 대선 논란에서 일부 성직자 그룹이 반대편에 선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아마디네자드는 보수·개혁파 양측의 공세에도 아랑곳않고 권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메네이와는 인사 문제로 대립했고, 서민층에게 당근으로 쥐어줬던 임금인상안도 철회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최정예부대 혁명수비대의 움직임이다. AP통신, 뉴욕타임스는 혁명수비대가 사회 통제를 강화하면서 ‘신정이 아닌 군정’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라술 나피시는 “6·12 대선은 (아마디네자드의) 친위 군사쿠데타”라며 “이제 이란은 신정국가가 아니라 시아파 성직자들을 얼굴로 내세운 군사정권”이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는 정규군 13만명 외에도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즈 군과 바시지 민병대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핵 계획을 총괄하는 권력기구이자 거대한 경제조직이기도 하다. 안과클리닉에서 자동차 생산, 도로·교량 건설, 가스전·유전 개발, 암시장 통제 등에 모두 관여한다. 혁명수비대 출신인 아마디네자드는 2005년 집권 뒤 군에 막대한 이권을 안겨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4년간 혁명수비대와 연결된 기업들이 에너지개발 계약 750건 이상을 수주했다.

2007년 하메네이는 군 내 아마디네자드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야히야 라힘 사파비 총사령관을 해임하고 자신과 가까운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로 교체했다. 하지만 지금도 혁명수비대는 성직자출신이 아닌 정치인들의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와 국방·에너지·법무·내무장관,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과 마즐리스(의회)의 여러 의원들, 바케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과 국영 라디오·TV방송 사장 등이 모두 혁명수비대 출신이다. 

브뤼셀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프레데릭 텔리어는 “혁명수비대는 지금까지 하마네이와 공생하면서 신정체제를 떠받쳐왔으나 현재 70세인 하메네이 사후에는 전면에 나서 군부 집단지도체제를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