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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결국 결선투표로

딸기21 2009. 10. 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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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부정 시비에 시달려온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사진)이 결국 야당 후보와의 결선투표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선거부정 논란은 일단락되겠지만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진 아프간 ‘민주정부’의 위상을 다시세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n Afghan man looks at a newspaper with the news about the election results 
at a market place in Kabul, Afghanistan, Tuesday, Oct. 20, 2009.  (AP Photo/Altaf Qadri)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8월20일 실시된 대선 투표를 재검표해보니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따라서 1, 2위 후보 간 다음달 7일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선투표를 줄곧 요구해온 야당의 압둘라 압둘라 후보는 즉각 환영했으며 카르자이도 곧바로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며 결선투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카르자이 대통령의 건설적인 행동은 아프간에 새로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아프간 정부의 신뢰를 되살릴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환영 의사를 표했다.

당초 개표에서는 카르자이가 54% 가량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국제 선거감시기구인 선거민원위원회(ECC)가 재검표를 했다. 재검표에서 130만표가 무효처리돼 카르자이의 득표율은 49.67%로 낮아졌다. ECC는 20일 선관위에 재검표 결과를 통보했다.

끝까지 저항하던 카르자이가 결국 결선투표를 받아들인 것은 서방의 압력 때문이다.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으로 오바마와 가까운 존 케리 의원은 며칠째 카불에 체류하며 카르자이를 압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케리와 칼 아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 유엔 대표 등이 19일 밤 대통령 관저에서 카르자이를 만나 재검표 결과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카르자이는 미국의 지원으로 아프간 민주정부의 초대 대통령이 됐지만 탈레반 진압과 국가재건에 실패, 신뢰를 잃었다. 이번 대선 부정시비는 미국과 서방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안이 없는 까닭에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군은 아프간 정부가 안정돼야 탈레반과의 전투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며 빠른 해결을 촉구해왔다.

카르자이가 결선투표를 수용함으로써 최악의 혼란은 피하게 됐지만, 정국의 향방은 여전히 순탄치 않다. 험준한 산악지대에 문자해독률이 낮은 아프간에서 3주도 채 안 남은 기간 결선투표를 다시 치르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압둘라 측은 선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에 대비, 임시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결선투표를 하면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의 카르자이가 타지크족인 압둘라를 누르고 재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부패 혐의에 부정선거 시비까지 겹쳐 신망을 잃은터라, 쉽사리 민심을 무마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아프간에 추가 파병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해,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이 요구한 증파 여부를 정하려면 좀더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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