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최근 "낙타몰이꾼을 로봇으로 점차 바꿔나가겠다"는 발표를 했다. 로봇이 낙타를 몬다? 얼핏 들으면 석유부국 UAE가 첨단과학에 눈을 뜬 듯한 느낌을 주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반대다.
카지노나 술집이 불법인 이슬람국가인 탓에, 이들 나라의 왕족이나 갑부들은 낙타경주장에 오일달러를 쏟아붓곤 한다. 경마나 경륜처럼 낙타들을 경주를 시켜 내기를 하는데, 이때 낙타를 타는 기수가 바로 낙타몰이꾼이다.
낙타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몰이꾼으로는 덩치가 작은 어린아이를 쓴다. 이 아이들은 대개 인도나 파키스탄 등지에서 팔려온 노예소년들. 남아시아에서 아라비아의 석유부국들로 팔려가거나 납치돼 끌려가는 남자어린아이들 중 상당수는 낙타몰이꾼으로 `소모'된다.
아랍 전역에 어린이 낙타몰이꾼 4만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현실은 열악 그 자체다. 최고기온 60도까지 올라가는 뙤약볕, 잠은 낙타우리에서 함께 재우고,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밥까지 굶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주 도중 거친 낙타들의 발길 속에 숨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지난 1999년에는 4살 짜리 방글라데시 어린이가 낙타 경주 도중 숨진 사건도 있었다.
낙타몰이꾼은 빈곤지역 아동착취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권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2000년에는 인권단체가 UAE의 아동 낙타몰이꾼 실태를 조사, 유엔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아랍국들은 14~16세 이상으로 낙타몰이꾼 연령을 제한하는 등 개선조치를 내놨지만 비판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UAE는 `로봇 몰이꾼'을 쓰도록 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는데, 과연 노예 밀매와 아동착취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camelraces.com 에 나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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