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이번에도 IMF 총재는 유럽에서...

딸기21 2011. 6. 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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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재무장관이 IMF 총재가 됐네요.

올해 55세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IMF 사상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습니다. 유럽국들이 일사불란하게 라가르드를 밀어준데다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핵심 신흥경제국들이 라가르드를 지지한 덕에 멕시코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중앙은행총재를 누르고 수월하게 IMF 수장 자리를 꿰어찼습니다. 7월 5일 취임해 5년간 총재로 재직하게 됩니다. 

-라가르드가 당선 일성을 트위터로 날렸다는데.

“결과는 이렇다. IMF 이사회가 나를 믿어 총재 자리에 임명해준 것이 기쁘고 고무된다!" 라가르드가 트위터에 올린 멘션입니다. 이사회에서 총재로 선출되자마자 몇분 안되어 올렸다고 하는데요. 온라인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있다고 봐야 하나요. 그러고 나서, 공식 성명을 내 “모든 회원국들을 위해 복무하면서 IMF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무튼 유럽은 자기네들 자리로 당연시해온 IMF 총재직을 이번에도 빼앗기지 않고 꿰어찬 것이 아주 기쁜 모양입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승리”라고 기쁨을 표시했고, 조지 어즈번 영국 재무장관도 “기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라가르드는 비상한 재능에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으니, 세계경제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이 시점에 IMF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잘 발휘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당초엔 비 서구권에서 유럽출신 IMF 총재가 또 나오는 걸 원치 않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유럽쪽으로 간 까닭은.
 
멕시코 대 프랑스의 싸움에서 멕시코가 밀린 거죠. 라가르드의 가장 큰 승리요인은 물론 유럽의 몰표입니다. IMF 이사회 표결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지분이 거의 40%에 육박하니까요.
라가르드의 광폭 캠페인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라가르드는 중동, 아시아, 남미를 돌면서 열성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하고요. 이사회 직전까지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나라가 미국과 러시아인데, 막판에 이들도 라가르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혀 힘을 실어줬습니다. 

-중국이 라가르드를 밀어주는 대신 한 자리 챙겼다는 얘기도.
 
원자바오 총리와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지금 영국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저우 총재가 IMF 총재로 라가르드를 전폭 지지한다는 뜻을 이사회 전에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이 라가르드를 지지하는 대신 IMF 부총재 자리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달 초 라가르드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자기를 지지해달라면서 중국의 주민 IMF 총재 특별고문을 부총재로 앉히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것이 중국의 지지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IMF는 총재 외에 수석 부총재 1명과 부총재 2명을 두고 있다. 총재는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수석 부총재는 미국에서 맡아 왔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 5개국은 지난달 초 공동 성명을 내고 IMF 총재 자리를 유럽인이 독식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은 당초 라가르드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지만 부총재직을 챙긴 뒤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라가르드, 어떤 사람인지.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정치인 겸 각료입니다. 농수산부 장관과 교역장관을 거쳐 2007년 재무장관이 됐습니다. G8 국가들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는데 IMF 첫 여성 총재라는 더 큰 기록을 세우게 됐네요.
각료 시절의 평판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09년 11월 라가르드를 “유로존 최고의 재무장관”이라 평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미국 잡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의 영향력있는 여성 17위에 랭크되기도 했고요.
정계에 뛰어들기 되기 전에는 베이커&매켄지 로펌에서 반독점·노동담당 변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태생. 파리10대학을 졸업하고 시앵스포 엑상프로방스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공부는 프랑스에서 했지만 미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고교 시절에 미국 메릴랜드주에 유학했고 대학 졸업한 뒤에는 미국에서 훗날 국무장관이 되는 윌리엄 코언의 의회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네요. 특이하게도 10대 때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했고요.

-변호사라면 경제 전문가는 아니네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경제통으로 인정받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월가 출신'이고요. 외신들은 '월가 출신 협상가'라 부릅니다. 프랑스인이긴 하지만 25년을 미국에서 살았고 거대 로펌을 이끌었으니 영어에 능통하고요. 워싱턴과 미국 월가에서 더 많이 인정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직설적인 화법에, 경제 뿐 아니라 정치적 협상에 강하다고 합니다. 사르코지가 한때 외교장관 기용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네요. IMF 총재 선출 과정에서도, 정치적 지도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그리스 문제와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총재 선출 뒤 기자회견 하면서 쏟아져나온 질문들 중 대부분이 그리스 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는 지금 긴축재정에 들어갔는데 허리띠 졸라매기에 반발한 노동자·서민들이 거리로 나와 폭발 국면에 있죠. 그리스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라가르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 분명한데요.
라가르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대해 이렇게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내가 오늘밤 그리스에 전할 한 가지 메시지가 있다면, 그리스의 야당들도 나서서 집권당을 도와 국론을 통일시키라는 것이다.”
당초 재정지원을 약속할 때 IMF와 유럽연합이 그리스에 긴축을 요구했고 그리스 측도 합의한 만큼 당장 이행에 옮기라는 것이 라가르드의 입장입니다. 국민들 반대를 잠재우고 긴축을 최대한 빨리 실현하라, 선출되자마자 고강도 압박을 펼쳤습니다. 양보는 없다는 입장인데...
그리스 현 정부가 붕괴되고 정정불안이 가속화되면 긴축을 하려 해야 강력하게 이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될 거거든요. 압박은 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스 정국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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