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떠나기로 결정은 했으나, 절차는 매우 복잡하다. EU 조약 상으로는 2년에 걸쳐 ‘이혼 절차’를 밟게 되지만 실제로는 이 기간이 10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따라 EU는 회원국 탈퇴 규정을 담은 EU 조약 ‘50조’를 사상 처음으로 발동하게 된다. 영국이 유럽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전달하면 EU 집행위원회와 각료이사회가 영국과 탈퇴 협상을 개시한다. 먼저 비공식 협의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최대한 합의한 뒤에 공식적으로 50조가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안은 2년 안에 마무리짓고 유럽의회 승인을 얻은 후 EU 회원국들이 각료이사회에서 가중다수결로 통과시켜야 발효된다. 유럽이사회는 ‘역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고(인구 기준), 전체 28개국 중 16개국 이상 찬성하면(국가 기준)’ 가결되게 하는 가중다수결 제도를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원국들이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를 거부, 협상이 계속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잔류 회원국들이 영국에 상당한 탈퇴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각료이사회 사무국 법률서비스실장을 지낸 장-클로드 피리스는 “사실상 탈퇴 협상을 마무리하기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협상에 7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회원국들 입장에서는 영국이 탈퇴함에 따라 EU 예산의 분담금 규모를 새로 정해야 하고 유럽의회 의원 수도 조정해야 하는 만큼 극도로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이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치며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경우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른 회원국들이 모두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2일 “나가면 끝이다”라며 영국과의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해야 할 내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돈 문제가 있다. 영국은 이미 2017~2020년 EU 예산 분담금 566억파운드를 냈다. 일부는 공동 정책을 통해 돌려받았으나, 남은 돈이 263억파운드(약 43조원)이나 된다. EU 기구에는 영국인들도 많이 일하고 있다. ‘유로크래트(Eurocrat)’라 불리는 이들 EU 내 공무원들을 철수시키고 연금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시민들과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의 이동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도 문제다. EU 출신 영국 거주민은 300만명, EU 회원국에 사는 영국인은 180만명 정도다. 이들의 거주 문제, 계속 노동할 수 있게 하는 문제, 가족과 결합할 권리와 이동할 권리 같은 것들을 협상해야 한다. 당분간은 현상유지를 하는 과도기적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
▶기업들에게도 브렉시트는 골칫거리다. 회원국 내 영국 기업들과 영국 내 EU 기업들의 계약권, 재판권, 투자자 권리 등을 어떻게 보장하거나 혹은 바꿀지 협상해야 한다.
EU가 정한 5,896개의 규정과 6,399개의 기술 규정이 그동안에는 영국에도 공통되게 적용됐으나 이 규정들은 영국 법전에는 없다. 이를 다시 영국 규정으로 만들거나 과도기 규정을 둬야 한다. 또한 영국 법률조항의 15%는 EU 지침에 기반을 둬 만들어졌다. 영국은 이것들도 정비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ETA)과 항공협정 등은 영국과 세계 각국이 협상해야 할 문제다. 영국은 한국을 비롯해 50여개국과 새로 FTA 협상을 해야 한다. EU와 FTA를 체결한 나라들은 EU라는 거대 시장을 전제로 놓고 협상을 맺었다. 영국이 각국과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하려 한다면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를 비롯해, EU가 세계 각국과 맺은 조약 78개를 새로 협상해야 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노동당 등 ‘잔류파’가 경제 쇼크가 올 것이라며 우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탈퇴를 택한 영국인들은 EU의 ‘관료적 규제’를 탓했으나, EU가 개별국 정부가 할 일을 맡아준 측면도 많았다. 영국 정부는 여러 조직·기구를 신설해 경쟁정책, 통상협상과 이행, 농업, 제약과 화학, 식품안전 기준 등에서 EU 기구가 맡고 있던 역할을 흡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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